아바나 북위 23도. 산티아고 북위 20도. 북회귀선 바로 아래에 위치한 쿠바는 여름이면 적도보다 더 더운 곳이 된다. 쿠바를 방문한 것이 5월 말이었으니 아직 본격적으로 더워지기도 전이지만 한낮의 기온은 40도에 육박했다. 밤이나 낮이나 '덥다 더워'를 연발하며 에어컨을 찾고 선풍기를 찾고 물을 찾는 것은 습관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본능이다. 그러나 이런 쿠바에서도 춥다고 말할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버스다.
비아술Viazul. 쿠바의 주요 도시들을 연결하는 시외버스다. 쿠바에 들어오기 전에 들은 이야기론 비아술을 타면 에어컨을 심하게 춥게 틀어주니 반드시 긴팔, 긴바지를 입고 덮을 것을 챙기라고 했다. 산티아고까지 여러 도시를 거쳐 내려오는 비아술에서는, 그러나 이 말을 실감하지 못했다. 때로는 적당한, 때로는 약간 덥기도 한 버스 실내에 비아술이 춥다는 말이 틀린 줄 알았다. (적어도 매번 그러하지는 않다.)
그러나 산티아고에서 산타클라라까지. 저녁 8시에 출발해 다음날 아침 8시에 도착하는 버스 안에서, 쿠바의 추위를 실감할 수 있었다. 적당한 온도에 잠을 청하다 이내 밀려드는 에어컨 바람에 잠을 깼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긴 옷들을 입고 그나마 덮을 점퍼 하나도 챙겨서 다행이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그렇게 하고서도 추위를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얼마나 추운 건가. 손목시계로 실내 온도를 측정해보니 20도와 21도를 왔다 갔다 한다. 왜? 뭐 때문에? 이렇게 에어컨을 심하게 트는 것인가?
12시간 추위를 경험하고 내린 산타클라라의 아침은 그렇게 따뜻할 수 없었다.
비아술을 탈 때면 추위에 대비하라. 그것이 야간 버스라면 두 번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