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클라라를 생각한 것은 체게바라 때문이다. 쿠바혁명의 영웅, 몇 마디의 말로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던, 평전과 영화로 만났던 체게바라가 잠들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산타클라라로 가게 된 데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 그냥 예뻐서다. 도시, 풍경이 아니라 이름이. 산타클라라. 이름의 분위기에 맞는 도시들이 많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산타클라라는 왠지 그럴 것 같았다. 어설프지만 세련된 느낌이 있고, 조용하고 조신한 가운데 은근한 매력을 뽐내다 한순간의 포인트로 사람의 마음을 빼앗아 갈 것 같은 그런 이름이었다. 쿠바라는 투박한 이미지의 나라 한가운데에 예상치 못한 반전의 매력을 숨기고 있지는 않을까 궁금증을 자아내고, 도시 그 자체의 모습만으로 잠시 들른 여행자의 마음까지도 흔들어 묘하게 예쁜 마음을 갖게 만들 것 같았다.
사실 산타클라라의 역사는 이름 같지만은 않다. 쿠바혁명의 시발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곳은 혁명군과 정부군의 치열한 싸움으로 도시 곳곳에 아픔의 흉터를 지니고 있다. 억압과 반항, 희망과 좌절, 투쟁과 승리. 온갖 격한 감정들로 뒤섞인 곳이다. 그래서 어쩌면 그 이름이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제는 조금 편안해도 된다고. 지난날의 힘든 기억을 간직한 도시와 사람들을 잔잔히 감싸주는 이름이다. 그래서 산타클라라의 이름은 더 특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