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대한 걱정, 그리고 콜롬비아
새로운 나라에 처음으로 들어서는 순간은 언제나 설렌다. 정확히 말하면 기대와 걱정이, 그중에 걱정이 앞선다. 내 여권에 입국도장은 문제없이 찍힐 것인지, 내 가방은 분실되지 않고 다시 나를 찾아올 것인지, 전혀 다른 문화와 사람들 속에서 나는 숙소까지 별 탈 없이 잘 찾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잘 해 왔었다고 앞으로도 같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언제나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온몸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있는 눈치 없는 눈치 다 끌어다 내가 해야 할 다음 행동들을 선택한다.
콜롬비아는 더 그랬다. 처음으로 밟아보는 남미대륙. 마약과 강도가 들끓는 수도 보고타. 그 안에 초라한 행색의 외국인 한 명. 눈에 띄는 것은 어렵지 않으며 범죄의 타겟이 되는 것 또한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보고타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아바나 공항에서 나의 걱정은 증폭되어 갔다. 막상 도착해버리면 눈 앞에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느라 지난 걱정은 잠시 잊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출발 전의 이러한 걱정은 과연 도착이라도 할 수 있나 하는 생각까지 번지곤 한다. 비행기는 안전하게 날 그곳까지 데려다주겠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믿는 것뿐이다.
머릿속에서 걱정이 춤을 추는 가운데 눈 앞에 낯익은 남자 한 명 보인다. 까사에서 잠깐 마주친 적이 있는 사람인데 지금 이 시간 이 게이트 앞에 서 있다는 것은 나와 같은 비행기를 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했다. 다가간다. 말을 건다. 다행히 그도 나를 기억한다. 이미 구면이 되어 버린 우리는 그제야 통성명을 한다. 그는 일본 사람이다. 둘이 앉아서 숙소까지 어떻게 갈까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왠지 동양인일 것 같은 여자 하나가 보인다. 일본인? 한국인? 중국인? 누구는 한눈에 알아본다지만 나는 아직 그런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그와 나는 국적을 예상해보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무래도 여자에게 다가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일행 한 명을 확보하면 그만큼 안전하고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어차피 보고타에서 숙소는 모두 비슷한 위치에 몰려 있다. 그녀 역시 우리와 같은 비행기다. 그리고 한국계 일본인이다. 셋이서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그녀는 한국어를 하랴 일본어를 하랴 바빴다.
택시와 대중교통 사이에서의 고민은 일행이 셋이 되면서 당연히 택시를 타는 것으로 결정됐다. 조금은 더 비싸지만 편안하고 안전하게(택시가 안전하기는 한가?) 도착할 수 있다는 메리트는 크다. 그와 그녀의 숙소는 같았고 내 숙소는 조금 떨어져 있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이기에 그들의 숙소 앞에서 내려 나는 다시 내 숙소로 간다. 멀지는 않지만, 높.다. 가파른 언덕길을 무거운 짐을 지고 올라가다 보니 쌀쌀한 날씨에도 땀이 난다. 그러고 보니 덥지가 않다. 땀이 나지만 쌀쌀하다고 느끼고 있다. 쿠바에 있을 때보다 적도에 가까워져 더 더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다. 2000미터 고도, 보고타의 위엄이다.
끙끙대면서도 결국엔 숙소에 도착했다. 대충 짐을 던져놓고 침대에 쓰러졌다.
'아, 도착했다.'
'콜롬비아, 보고타! 너는 누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