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가 맺어준 인연, 동행

by 상현

여행 기간이 아무리 길어도 마음이 맞는 동행을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간혹 하루나 이틀, 짧은 기간을 같이 다닐 수는 있어도 정해진 일정이 달라서, 혹은 서로의 취향이 달라서 각자 서로의 길을 가기 십상이다. 그 오랜 기간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동행을, 그 어려운 기회를 이곳 콜롬비아에서 가질 수 있었다.


쿠바 마지막 날, 까사를 떠나 공항으로 가는 택시 안이었다. 기사의 핸드폰이 울리고 대화를 이어가더니 이내 나에게 핸드폰을 전해줬다. 지난밤 같이 술을 마시던 동생이었다. 혹시 태블릿을 두고 가지 않았냐고. 아차 싶었다. 가방을 살펴보니 없다. 이번 여행을 위해 장만한 태블릿 피씨. 중요한 물건이다. 얼마 되진 않아도 중요한 여행정보들이 들어 있고, 지난 소비의 기록들도 담겨있다. 무료한 시간을 달래줄 최고의 장난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멕시코에서의, 쿠바에서의 수많은 사진들이 담겨 있다. 멕시코의 사진들이야 클라우드에 동기화되었겠지만 인터넷을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쿠바에서의 사진은 오로지 그 태블릿 안에만 있다.


돌아가야 하나? 그 순간에도 택시는 공항을 향해 달리고 있었고, 나는 빨리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되돌아가기 시간은 충분하지만 돈이 충분하지 않다. 확신하긴 어렵지만 기사는 추가 요금을 받으려 할 것이고, 나는 모든 쿠바 현금을 알뜰하게도 사용했고 남은 것이라곤 기념하고자 챙긴 3모네다짜리 지폐뿐인데 그것은 추가 요금을 지불하기에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현금을 뽑거나 누군가에게 빌리거나 하는 것들이 너무도 번거로워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내일 콜롬비아로 온다는 또 다른 여행자. 그에게 태블릿의 전달을 부탁하기로 했다. 전화를 건 동생은 그렇게 하겠다며 걱정 말라고 했다.


걱정 말라는 말에 걱정을 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동생이 맡긴다는 여행자는 실은 같은 숙소는 아니었고 또 다른 날 밤에 같이 술을 마신 적이 있을 뿐이다. 다행히도 연락처는 받아두었지만 태블릿이 잘 전달은 될지, 그 여행자가 잘 가지고 올지, 잘 가져와도 콜롬비아에서 연락이 닿기는 할지 모를 일이다. 순간의 귀찮음으로 인해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금쯤 콜롬비아에 도착하진 않았을까 노심초사 기다리기를 몇 시간. 드디어 메시지가 왔다. 콜롬비아에, 보고타에 잘 도착했다고. 영원히 이별할 수도 있었던 태블릿과 재회하는 순간이었다. 더불어 한 달 넘게 같이 다니며 여행을 풍부하게 만들어줄 동행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순간의 선택이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아닌 행운으로 나를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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