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의 소금성당, 그 이야기

모르고 갔지만 계속 몰랐으면 억울했을

by 상현

어떤 특별한 것을 기대하고 콜롬비아에 온 것은 아니다. 내 여행의 대부분이 그렇다. 물론 기대하고 기다리는 곳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콜롬비아는 그 이름 말고는 기억에 남을만한 무언가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여행 전에 조사를 하거나 공부해둔 것도 없다. 보고타에 도착한 날 침대에 누워 가이드북을 뒤적이며 가볼만한 데가 있나 훑어보는 것이 시작이다. 이런 내게 호스텔 리셉션은 볼만한, 할만한 것이 무엇인가를 확인하는 가장 좋은 장소다. 물론 스탶에게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는 것은 아니다. 많은 호스텔의 리셉션에는 그 도시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소개해놓기 마련이다. 추천 투어, 추천 장소, 가는 방법 등 일종의 여행 메뉴 같은 것이 게시되어 있다. 저녁을 먹으며 찬찬히 살펴보다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소금성당. Catedral de Sal de Zipaquira


가고 싶은 곳 리스트에 소금 사막이 있었지만 그곳은 콜롬비아가 아니다. 그럼에도 소금성당이라는 이름은 나를 이끌었다. 리셉션 게시판에 붙어 있으니 가볼만한 곳이겠지. 아무것도 모른 채 이름에 이끌려 그곳에 가기로 결정했다. 정보는 그곳으로 가는 교통편만 알고 있다. 쿠바에서 내 태블릿을 가지고 와 동행이 된 H와 함께 소금성당으로 갔다.


예상보다 비싼 입장료에 잠시 망설였지만 1시간 거리를 되돌아갈 순 없다. 50,000페소를 내며 가장 싼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들어가는 입구는 뭔가 익숙하다. 마치 땅굴을 보기 위해 입장하는 것만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십자가가 조각되어 있는 공간이 나타났다. 그냥 방 하나 정도의 크기? 이런 것들이 여러 개 있다. 성당이라고 부르기엔 작은 크기에 실망하며 조금씩 다르게 생긴 그 방들을 구경하고자 안으로 계속 들어갔다. 그리고 만난 마치 공터 같은 크기의 넓은 공간! 이 정도는 되어야 내가 기대하던 성당의 모습이다. 산 아래에, 이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성당이라니.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단 말인가? 진짜 소금은 맞는지 찍어 먹어 보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짜다. 여러 색의 조명으로 신비해 보이는 성당과 지하세계의 규모에 감탄했다.


하지만 성당의 역사를 알면서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소금성당에 대한 이야기를 설명하는 동영상을 볼 수 있었다. 그것도 이 지하세계 내부에 있는 공간 중의 하나였다. 스페인어 내레이션에 영어 자막이라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일부만이라도 대단했다.


옛날에 바다였던 이곳은 융기를 통해 해발 2000미터가 넘는 곳까지 올라왔다. 그러면서 생성된 암염이 소금 채취를 위한 주요 무대가 되었다. 그리고 식민지 시기. 사람들은 소금 채취를 위한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가혹한 노동조건과 수탈 속에 의지할 데 없는 사람들은 초월적인 힘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 힘이 자신들을 수탈하기 위한 침략자들의 신이라도 어찌할 수 없었다. 작업하는 와중에 예배당을 만들었고, 그 사이에도 여러 명이 죽었다. 소금 채취 후의 빈 공간은 그렇게 예배당이 되기도, 모두가 함께 하는 대성당이 되기도 했다. 설명에 의하면 내가 본 곳 이외에도 많은 공간들이 있었다. 그 공간 중에는 비행기 격납고 크기의 공간이 3개나 있다고 했다. (그런 공간이 있는 건지 그런 규모의 소금 광맥이 더 있는 건지 정확히 못 들었다. 여하튼)


2000미터를 융기하는 자연의 힘에,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엄청난 규모의 소금광산에, 그 소금광산에 서려 있는 가슴 아픈 원주민들의 역사에 감탄하며 슬퍼하지 않을 수 없는 구경이었다.


아픈 역사 아래 현재를 살아가는 작은 마을 시빠끼라는 그러나, 아기자기하고 예쁜 모습으로 관광객들을 맞이하며 지난 상처를 치유해가고 있었다.

06060264.JPG 여러 예배당 중 하나
06060286.JPG 대성당, 하얀 무늬들은 모두 소금
06060314.JPG 소금성당 아래 위치한 Zipaqui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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