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최고의 야경, 몬세라떼

by 상현

높은 곳에서 전체를 바라보는 것은 소소한 재미가 있다. 가끔 큰 기대를 갖다가 실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그럭저럭 만족하게 된다. 도시를 한눈에 바라보면서 내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기도 하고 낮은 곳에서 돌아다니다 만나는 건물이 어디쯤이었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때로는 내려다보는 풍경 자체가 너무 아름다워 기억에 남는 경우도 있다. 이곳, 콜롬비아에서 만난 보고타 야경은 내가 본 풍경들 중에 손에 꼽을 만한 그런 야경이었다.


몬세라떼(Monserrate). 라 칸델라리아 지구 뒤편에 위치한 해발 3170미터의 언덕이다. 백두산보다 훨씬 높은 고도지만 보고타 자체가 2500미터를 넘는 고지대에 위치하다 보니 모두가 언덕이라고 부른다. 그 몬세라떼 언덕의 야경을 보기로 했다. 목적은 야경이지만 그곳까지 가는 길이 위험하다 하니 아직 해가 떠 있을 때 이동했다. 500미터가 넘는 높이 차이지만 푸니쿨라와 케이블카를 이용해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정상에 올라서서 한눈에 바라본 보고타의 풍경. 시원했다. 압도적으로 높은 몬세라떼 언덕 덕에 별다른 장애물 없이 드넓은 보고타를 바라볼 수 있었다. 지도를 통해서 내가 걷고 가는 곳이 보고타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높은 곳에서 갔음직한 곳을 찾아보니 역시 극히 일부분임을 확실히 실감할 수 있었다. 조그만 지구 하나 안에서 먹고 자고 놀고 하면서 보고타에 대해 얼마나 보고 알고 느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열심히 보고 돌아다니기엔 한 달도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과 돈에 제약이 있는 여행자로서는 잘 알려진 몇 군데만 볼뿐이다. 아쉬운 점이다.


아직 서울 만큼 큰 도시를 만난 적이 없지만, 보고타도 많이 크다.


아직 어두워지기까지는 꽤 시간이 남았다. 몬세라떼 언덕의 다른 모습들을 살펴봤다. 언덕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는 몬세라떼 성당이 있고, 돌아가는 길 뒤쪽에는 기념품 상점들이 줄지어 있다. 그 상점들 끝쪽에는 작은 식당들이 있다. 마침 출출하던 차에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가게에 앉아 음식을 시켰다. 곱창 같았던 음식은 나름 괜찮았다.

몬세라떼 성당
곱창볶음???

서서히 찬바람이 불며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했다. 다시 보고타를 내려다보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만난 광경들. 도시의 건물들이 하나둘 불빛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가까운 곳에서부터 먼 곳까지.

서서히 어두워지며 서서히 불을 밝힌다

약간의 추위를 견뎌내며 완전히 어두워 지기를 기다려 다시 본 보고타의 야경은 감탄 그 자체였다. 뻥 뚫린 시야 덕에 먼 곳까지 볼 수 있었다. 가끔 높은 빌딩도 있지만 몬세라떼 언덕 자체가 워낙 높기에 그다지 방해되지 않았다. 카메라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좋은 카메라가 있었으면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다가고 눈으로 보는 것만 못할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두 눈 안에 실컷 야경을 넣어두었고 사이사이에 기억을 상기시킬 수 있도록 사진도 몇 장 더 찍었다.

사진으로는 그 당시의 감흥을 다 표현할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봐 왔던 야경들에 비해 뒤질 게 없었다. 순위를 매기자면 1등을 다투지 않을까. 적어도 한 손 안에서 셀 수는 있을 것이다. 보고타에서 일주일을 보내며 여러 모습들을 봤지만 몬세라떼의 야경은 단연 으뜸이다. 소금성당이 서운해할까? 어쩔 수 없다.

콜롬비아를 모두 둘러본 것은 아니지만 이곳 최고의 야경이라고 감히 얘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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