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콜롬비아 까르따헤나

by 상현

H와 T 그리고 나, 딱히 정해진 일정이 없는 세 명은 보고타에 이어 까르따헤나로 가기로 했다. 특히 H와 나는 쿠바에서 더위에 시달렸던 게 고작 일주일 전임에도 불구하고 보고타의 시원한 날씨에 이어 따뜻한 콜롬비아를 느껴보고 싶었다.


까르따헤나는 생각만큼 따뜻했다. 그렇다고 못 다닐 정도로 무덥지는 않았다. 우리는 예약해 두었던 숙소를 찾아가는 길에 잠깐 둘러보고는 어스름이 질 때까지 숙소에 있었다. 엄청 뜨거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원해지면 나가자는 것이 셋의 공감대였다.


이 숙소의 장점이자 단점은 방 안에서도 와이파이가 잘 잡힌다는 것이다. 셋은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 침대에 널브러진 채 각자의 핸드폰을 들고 이것저것 둘러보기에 바빴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 보니 조금 웃겼다. 한번도 와보지 않은 곳에 처음 와서는 방 안에서 뒹굴며 각자 시간을 보내고 있다. 누구 하나 나가자고 보채는 사람이 없다. 그렇다고 어디를 어떻게 구경해야 할지 정보를 찾아보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각자가 귀찮음을 품에 안은 채 한적한 시간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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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타에서도 그랬다. 시내를 구경하다 조금 피곤해진다 싶으면 후안발데스 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잔과 함께 여유를 즐겼다. 딱히 다른 것을 하지 않기에 후안발데스는 좋은 장소였다. 적당한 날씨와 맛있는 커피와 끊기지 않는 와이파이가 있었다. 그렇게 하던 것을 지금 그대로 까르따헤나의 숙소 안에서 하고 있을 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같이 하는 사람이 있어 좋았다. 혼자였다면 심심했을 테지만, 혼자 있을 때와 똑같은 짓을 하고 있는데 옆에 그것을 같이 하는 사람이 있어 심심한 것도 몰랐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미묘하게 흐르는 공감대의 분위기가 좋았다.


그렇게 한참 시간이 흐르고 난 뒤, 마냥 그러고 있는 것은 여행자의 본분이 아니라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했나 보다. 한명 두명, 이제 그만 나가봐야 되지 않을까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어쩌면 인터넷에서 더 이상 재밌는 것을 찾아내기가 힘들어졌을지도.


그럼에도 한참을 더 머물러 있다 슬슬 배가 고파지자 저녁을 핑계로 드디어 호텔을 나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까르따헤나의 저녁을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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