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_쿠스코
1. 3300m
쿠스코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아르마스 광장에서 숙소까지는 고작 200미터 정도에 약간의 오르막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매번 그 길을 걸어 올라갈 때마다 힘들다. 숙소로 복귀하던 중 무심코 꺼낸 마음의 소리, “아유, 힘들어 죽겠네.” 그때 옆에 있던 사람이 반색하며 얘기했다. “그렇지? 너도 힘들지? 나만 힘든 거 아니지?” 그 순간 너도나도 힘들다, 힘들다 소리를 연발했다. 안도했다. 나만 힘든 게 아니었다. 3300이라는 수는 모두를 힘들게 했다.
2. 3300m, 두 번째
춥다. 숙소엔 별다른 난방장치가 없다. 그저 이불을 두껍게 겹쳐서 덮고 자는 수밖에 없다. 보일러 용량이 부족한지 온수를 맞이하는 건 운 좋은 몇 번뿐이다. 그래도 움직이고 있기만 하다면야 추위가 극심할 정도로 느껴지진 않는다. 하여 고도로 인해 조금 힘들더라도 고도로 인한 추위를 이기기 위해 부러 앉아 있고 서 있고 걸어 다녀야 했다.
3. 알파카 인형
알파카 인형을 샀는데 너무 부드럽다고 자랑하는 사람이 숙소에 있다. 나 역시 야마 인형을 안 보고 안 만져본 게 아니라 뭔 호들갑이냐 싶었다. 강요에 못 이겨 한번 만져봤는데 웬걸, 이건 너무 부드럽다. (변태스럽게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엉덩이 부분이 최고다. 지금껏 만져보지 못한 그런 감촉이다. 무척 사고 싶어 가게도 다녀왔지만 앞으로 남은 여행은 최소 두 달. 안전히 야마 인형을 모시도 다닐 자신이 없다. 아쉽지만 야마, 안녕!
근데, 한번만 더 만져보자!
4. 근교투어
고산에 적응하고자 마추픽추 일정을 넉넉히 잡았지만 남는 시간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이틀짜리 근교투어를 신청했다. 스페인어를 들을 수 없다면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해야 하기에 아쉬운 투어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낯설어 보이는 것들을 접하는 즐거움, 그와 함께 사진 찍는 즐거움들이 작지만은 않았다. 문화와 유산에 관련해서는 쿠스코에 오기 전에 공부를 한다면 풍부한 이야기로 인해 더 재밌고 알찬 여행이 될 수 있었겠지만, 그냥 와도 나쁘지 않다.
쿠스코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