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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용대 Sep 20. 2021

연륙교(連陸橋)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일찍이 겪어보지 않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년째 활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자연의 섭리는 중단하지 않는다. 찌는듯한 무더위가 물러가고 높은 가을 하늘 햇살이 눈부시게 맑고 오곡백과가 무르익어간다. 가을 햇볕에는 며느리 대신 딸을 내보낸다고 했던가. 여름과 달리 한낮 체감온도는 실제 기온보다 낮다. 신선한 바람에 코스모스는 한들거린다.


나는 올여름을 바쁘게 보냈다. 6월 초부터 9월 지금까지 자동차나 전철로 또는 걸어서 이곳저곳을 어지간히 쏘다녔다. 6월 첫 주말 충북 괴산 산막이옛길 단체 산행을 시작으로 매 주말 산이나 바다, 호수와 유적지, 수목원, 문학촌, 공원 등을 다녔다.




십여 년 전 강화도 석모도(席毛島)에 간 적이 있다. 외포항에서 1.2km 떨어져 있어 그때는 배로 10분 정도 걸렸다. 한 달여 전에 다시 찾았을 때는 전에 없던 연륙교(連陸橋)가 놓이고 여객선이 사라졌다. 우리나라 큰 섬 중 제주도와 백령도, 울릉도를 제외하면 거제도, 진도, 강화도, 남해도, 안면도, 완도, 돌산도 등 수많은 섬이 육지와 이어졌다. 자동차로 오가기는 편하지만, 연륙교가 꼭 좋기만 한 건 아니다.


전에 갔을 때 모습을 다시 볼 수 없어 못내 아쉽다. 외포항 슈퍼마켓에 산더미처럼 쌓였던 새우깡이나 석모도 가는 배에 실린 수십 대의 차량도 볼 수 없다. 배가 출발하면 몰려드는 갈매기 떼, 갈매기를 향해 새우깡을 들고 있으면 날아와 낚아채 가기도 하고 던지면 물에 떨어지기 전 잽싸게 받아먹기도 한다. 배꼬리를 따라 하얗게 일던 물보라 구경도 옛이야기가 되었다. 석모도 뿐 아니라 같은 강화도와 교동도 사이에도 다리가 놓여 배는 없어졌다.

 



며칠 전에는 인천 무의도를 갔다. 이곳은 꼭 4년 전인 2017년 9월 직장 동료 15명이 갔었다. 다시 가 보고 싶은 곳이었다. 무의도(舞衣島)라는 이름은 섬의 생김새가 투구를 쓰고 갑옷을 입은 장수가 칼춤을 추는 모습과 같아 붙여졌다고도 하고 선녀가 내려와 춤을 추었다 하여 지어졌다고도 한다.


4년 전에는 1시간 이상 전철을 타고 인천 국제공항역까지 가서 버스로 잠진도 선착장으로 가야 했다. 잠진도에서 배편을 이용해 무의도 ‘큰무리 선착장’까지 가야 했다. 선착장에서 산행을 시작해 국사봉과 호룡곡산을 지났다. ‘하나개해수욕장(유원지)’과 멀리 ‘실미해수욕장’을 볼 수 있었다.


하나개해수욕장은 권상우, 최지우 주연의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 ‘칼잡이 오수정’, ‘꽃보다 남자’ 등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하나개’는 '큰 개펄'이라는 뜻으로 썰물 때면 백사장 바깥으로 개펄이 넓게 드러난다고 하여 지어졌단다. 실미해수욕장은 썰물 때 바닷길이 열려 영화로 유명한 ‘실미도’까지 걸어갈 수 있다. 약 3시간 산행 후 ‘광명 선착장’에서 약 15분 ‘소무의도 인도교’를 걸어 소무의도를 갔다. 그곳은 영화 ‘불타는 청춘’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걷는 다리 오른쪽과 왼쪽 아름다운 바다 경치는 찾아오는 사람들을 감탄케 하기에 충분하다. ‘부처 깨미 길’ 부근만 둘러보았을 뿐 ‘명사의 해변 길’을 따라 서해의 아름다운 경치를 더 감상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돌아올 때는 광명항에서 버스로 큰무리 선착장까지 와서 배를 타고 잠진도 선착장으로 되돌아왔다. 버스로나 걸어서 인천 자기 부상 열차 출발지인 용유역에 와 인천공항 역까지 6개 역을 통과하는데 그때는 시험 운행 기간이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그때 연륙교 신설 공사가 한창이더니 이곳도 다리가 놓여 지금은 여객선이 사라졌다.




무의도를 가기 위해 차와 배를 여러 번 갈아 타 서너 시간이 걸렸지만, 다시 가 보고 싶은 곳이었다. 지금은 예전 같지 않다. 새로 난 ‘무의대교’를 건너자 배가 닿던 ‘큰무리 선착장’ 주변 도로에는 등산객들이 세워 둔 자동차로 지나가기조차 어렵다. ‘하나개해수욕장’ 역시 차를 세우기도, 지나가기도 힘들다. 통행하는 차가 많다 보니 양방향 길을 일방통행하게 했다. 겨우 차를 멀리 세우고 해변 둘레길에 들어서 50미터쯤 걸으니 막혔다. 코로나 때문이라고 하겠지만 둘레길을 막은 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소무의도(小舞衣島)를 가기 위해 광명 선착장으로 향했다. 선착장 가기 전 삼거리 왼쪽에 주차장이 있다. 수백 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에 약 2백여 대가 주차돼 있다. 이곳에서 ‘소무의 인도교’까지 가려면 차가 다니는 심한 경사로를 따라 1Km쯤을 걷거나 오토바이가 끄는 택시를 이용한다. 주차장에서 일하는 육십 대 후반 여성 두 분을 만났다. 무의도가 전과 같지 않아 옛날이 그립단다. 이곳에 오는 사람 중 80% 이상이 낚시꾼인데 음식을 싸 온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광명 선착장 부근 식당은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이 몇 명씩밖에 없었다.


섬과 육지를 잇는 다리가 오가기는 쉬워도 예전의 추억이 사라져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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