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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용대 Jul 05. 2021

병은 자랑을 하자

나는 할 일이 많을 때 몸이 불편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채 지냈다. 말하기도 민망한 몸 부위에 작은 콩알 크기의 물체가 만져진다. 신체 다른 데와 연결되지도 않은 것 같다. 아프거나 가렵지도 않다. 그렇지만 점점 자라는 것 같아 혹시 모를 불길한 생각으로 그냥 넘길 수가 없다.

  외과의원에 갔다. 단번에 피지(皮脂)가 모여 그렇다고 진단한다. 피부에 있는 기름을 생성하는 작은 샘(선­腺)에서 나오는 분비물을 피지라 한다. 여드름도 피지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피지선이 막히면서 생긴 주머니에 피지가 고여 ‘피지 낭종(물혹)’이 생긴 것이다.

  건강해지려면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설하라고 했다. 신체도 묵은 것이 굳어 피가 도는 길을 막으면 혈전이 되듯이 피부도 신진대사가 원활해야 하는데 몸속에 너무 많이 생긴 분비물 중 배출되지 않은 피지가 쌓여 점점 커지고 주머니 모양의 작은 혹이 생긴 것이다.

  담당 의사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크기나 생기는 위치가 다양하다고 하는데 유난히 나와 같은 그 자리에 잘 생긴단다. 바로 해당 부위에 부분마취를 한 뒤 피부 절개를 하여 혹 주머니를 꺼내는 외과수술을 받았다. 20여 분만에 끝내고 나서 콩알 만 한 덩어리를 보여 준다.


  피지 낭종 제거 수술을 받은 외과의원에서는 피부과 진료도 한다는 바깥 간판을 보았다. 나는 다쳤을 때 말고는 주로 안과와 피부과에 자주 간다. 나는 열이 많아 홍삼을 포함해 인삼 성분의 음식은 먹지 않는다. 그런데도 열 때문에 봄가을이면 이마와 머릿속에 가려움증이 생긴다. 피부과 병원 여러 곳을 다녔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어찌 보면 병 같지 않은 병이라 여기고 그럭저럭 지내고 만다. 그러면서도 늘 신경이 쓰이는 것이 가려움증이다.

  외과 전문의였지만 그 병원에 마지막 간 날 피부과 상담을 받았다. 작은 물약 한 병과 연고 하나를 타 와 딱 한 번 발랐다. 이게 웬일인가, 피부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고도 신통치 않던 가려움증이 이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으로 거짓말같이 없어지고 불그스름하던 피부도 깨끗해졌다. 별로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수술부위 실밥을 제거할 때까지 1주일간은 물을 묻히지 말라고 하니 씻기가 불편하다. 아내가 등목 해 주겠다며 바닥에 엎드리라고 한다. 어릴 적 여름철 우물가에서 했던 것처럼 등목 하기도 불편하고, 수술 부위에 물이 묻지 않도록 비닐로 치마를 만들어 가리고 씻기도 불편하다. 물수건으로 닦는 정도로밖에 할 수 없다. 매일 병원 치료를 받다가 1주일 만에 실밥을 제거했다. 이제 물은 묻혀도 되지만 앞으로 3주간 동안은 조심하라고 한다. 특히 자전거를 타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아내는 팔꿈치가 아파 병원에 치료받으러 다닌다. 흔히 테니스 엘보라고 하는 '주관절 외상과염'이라는 질환 때문이다. 팔꿈치에서 손목으로 이어진 뼈를 둘러싼 인대가 부분적으로 파열되거나 염증이 생기면서 발병한단다. 한 번의 충격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작은 충격이 반복되고 그 충격이 쌓이면서 서서히 통증이 생겨서다. 이는 팔꿈치나 손목을 많이 사용하는 모든 사람에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하니 사용 빈도가 가장 많은 팔을 칠십여 평생 사용했으니 고장이 날 만도 하다.

  어느 정형외과 의원에서 충격파 치료를 받다가 5백만 원이 드는 수술을 하잔다. 수술 후에 3일 이상 입원도 해야 한단다. 상담을 마치고 수술할 날을 기다리던 중이다. 아내는 그만큼 큰돈을 들여 수술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는 말도 해 수술을 미루고 다른 병원 두세 곳을 더 가 보기로 했다. 문득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치과의사가 이를 뽑자고 했으나 다른 병원에서 뽑지 않고 치료를 잘했다고 들은 말이다. 그와 비슷한 일이 더러 일어나리라 생각된다.

  아내는 예약했던 수술을 취소하고 친구 소개로 다른 병원에 다니며 주사와 약물치료를 하고 있다. 더 지나 보아야 알 일이지만 증세가 많이 좋아졌다.


  ‘병은 자랑하라’라는 옛말이 있다. 자랑하다 보면 자기에게 맞는 치료법이나 의사를 만날 수 있어서일 것이다. 대수롭지 않은 질병이라면 몰라도 비용이 많이 들거나 수술하게 될 경우라면 두세 곳 정도의 병원에 가 보고 결정할 일이다. 그래야 오진(誤診)이나 과잉진료를 피할 수 있다. 무엇보다 환자에게 맞는 의사를 만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이 될 것이다.

  나와 아내는 자전거 타기를 즐긴다. 나는 수술 부위 실밥을 제거하고 3주간이 더 지났다. 걷는 데는 물론 자전거도 탈 수 있다. 그런데 아내의 팔이 나아야 함께 자전거를 맘껏 탈 수 있다. 오늘은 오랜만에 가까운 아차산을 거쳐 용마산 정상에 오른다. 자전거를 달릴 수 있는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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