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손

재재의 하루 2020.11.08

by 재재


De seconde main. 두 번째 손이라고 직역하는 이 단어는 불어로 '중고'를 의미한다. 영어에서 중고를 뜻하는 second-hand과 같은 식의 표현이다. 어쨌든 오늘은 오랫동안 살까 말까 망설이던 제품을 중고로 구매했다. 물건과 소비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다. 자주 이사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또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으면서 나의 소비 패턴이 많이 바뀌었다. 가진 물건의 개수와 양도 줄고 최대한 새로운 물건을 사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사실 이게 말이 쉽지 꾸준히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건 프랑스에서 살 땐 물건에 대한 욕심이나 관심이 서울에서보다 현저히 줄어든다는 것. 한국은 신박한 제품이 너무 많고 디자인도 예쁘고 무엇보다 소비자가 '가지고 싶게' 아니 '가져야만 하도록' 광고를 기가 막히게 잘하는 것 같다. 요새는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중고로 산다. 중고 거래는 굉장히 귀찮은 일이기 때문에 그 물건이 '진짜' 필요하지 않다면 쉽게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다. 나에게 정말로 필요한 제품인지를 여러 번 생각하게 되고 또 버려질 혹은 이미 버림받은 물건이 재사용된다는 점에는 나는 중고 거래를 참 좋아한다.


오늘 중고로 산 물건은 디지털카메라다. 가볍고 작은 카메라는 예전부터 가지고 싶었는데 특히 프랑스에서의 추억들을 사진과 영상으로 많이 담고 싶어서였다. 물론 요즘은 휴대폰이 좋아서 다 폰으로 촬영을 하지만 내 폰은 갤럭시 노트 3. 아직 갤럭시 노트를 쓰는 사람이 존재하냐고 놀림을 당하기도 하지만, 전화나 문자 하는 데엔 전혀 지장이 없으니 이 휴대폰이 켜지는 한 계속 사용할 예정이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폰으로는 도저히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는 것. 색감도 전혀 안 잡히고 렌즈 겉에 안개가 껴있듯이 뿌옇게 찍힌다.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기가 막히게 포착했는데 찍힌 사진을 보면 매번 아쉬움이 남았다. 휴대폰을 새로 살까? 이런 생각도 했지만 성능이 좋은 폰은 중고여도 너무 비싸서 망설여졌고, 그동안 찾았던 중고 카메라는 너무 크거나 내 맘에 쏙 드는 디자인을 찾지 못했었다.


오늘 구매한 카메라는 옛 주인의 흔적이 꽤 남아있지만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성능도 아주 좋다. 무엇보다 가격이 합리적이었다. 35유로, 5만 원 정도다. 거래하고 집에 오자마자 카메라를 사용했는데 정말 만족스러웠다. 솔직히 50유로까지 주고도 살 수 있을 만큼 마음에 드는 제품이다. 그동안 사지 않고 오랫동안 고민하며 기다린 보람이 있다. 누군가에게 더 이상 필요 없는 물품이 나에게 와서 새로운 관심과 생명을 얻으니 기분이 좋다. 이제 프랑스에서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더 많이 즐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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