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칭찬하기

재재의 하루 2020년 11월 07일

by 재재

일어나자마자 이불 정리를 하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겨울 외투 빨래를 하고 오늘까지 완성하기로 다짐했던 과제를 오전 중에 끝냈다. Yeah!!! 그리고는 공원에 나가 30분 동안 달리기를 했다. 파리 집 안은 수족냉증 걸리기 딱 좋은 환경이라 자주 움직여서 몸을 데우고 스트레칭은 할 수 있을 때마다 해야 한다. 물론 비가 안 오는 날엔 나가서 달리는 게 최고! 땀을 흠뻑 흘리고 집에 돌아와 맛있게 식사를 하고 나니 쓸데없는 걱정이나 불안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오후에는 부모님과 통화하고 친구들과도 얘기하고 연극팀과 11월 프로젝트 일정 회의도 했다. 지금은 잠깐 여행을 떠난 룸메이트가 잘 지내는지(살아있는 건지) 확인도 하고, 청소기도 돌리고, 옷장 정리도 했다. 저녁 먹기 전엔 한 시간 동안 요가를 했다. 저녁 식사는 아보카도와 계란을 넣은 잉글리시 머핀 그리고 샐러드 한 바가지와 따뜻한 차.


별 거 없는 평범한 하루였지만 내가 계획한 것들을 다 끝냈다. 참 잘했다. 누구보다도 나 스스로와 한 약속을 다 지키다니, 훌륭하다. 사소한 일들, 집안일 미루지 말고 바로 하기, 건강한 음식 해 먹기, 부모님께 매일 연락드리기, 비가 안 오면 공원에 나가 달리기, 매일 요가하기, 그리고 브런치에 하루를 마무리하며 글 쓰기. 이런 일상의 약속들은 사소해 보이지만 매일 지키기가 여간 쉽지 않다.


마트에서 하리보 젤리나 감자칩을 보면 여전히 사 먹고 싶고, 오늘 하루쯤 달리기는 패스하고 쉬고 싶을 때도 있다. 집안일은 왜 이렇게 끝도 없고 내일로 미루고 싶은지. 그래도 지금 내가 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일이 많아진다는 사실을 아니깐. 내가 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해주지 않는다는 걸 아니깐 아무리 별 거 아니더라도 오늘 계획한 건 오늘 끝내야 한다.


이번 주는 내가 계획한 것 중 90% 정도를 해냈다. 계획대로 하지 못한 10%는 바로 프랑스어 공부. 아 애증의 프랑스어... 해야 하는 걸 너무나 잘 아는데, 공부를 하지 않는 데엔 나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다. 첫째, 책을 펴는 게 쉽지 않다. 둘째, 책을 펴도 공부가 안 된다. 셋째, 버티고 공부를 하더라도 보람이 없다. 막상 글로 써보니 말도 안 되는 논리다. 솔직히 지금 프랑스어 공부는 완전 정체기, 아니 침체기다. 그렇다면 오늘 밤 프랑스 영화 한 편 보고 자야겠다. 반드시 불어 자막으로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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