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가 나를 덮쳐올 때

재재의 하루 2020.11.05

by 재재

일어나자마자 명상을 했다. 조용하고 담백한 하루의 출발이었다. 낮에 해야 할 일들을 좀 하고 건강한 음식으로 식사를 했다. 파리에, 해가 떴다. 해를 나면 그 날은 무조건 나가야 한다. 언제 또 올 지 모르는 소중한 햇볕님. 집 앞 공원에서 30분 정도 조깅을 하고 공원 호수에 햇살이 비쳐 반짝거리는걸 가만히 봤다.


나는 어릴 때부터 외롭다고 느끼거나 울적할 때가 많았다. 그땐 정확한 이유를 몰랐다. 나라는 사람이 가진 타고난 성질이 우울하다고나 할까? 감정 기복도 심하고 예민한 사람이니깐. 오늘 오후도 익숙한 울적함이 찾아왔다. 현재 나는 집중할 수 있는 일이 없고, 혼자다. 2년 동안 달려온 목표 지점에 도달했지만 성취감보다는 허무함이 더 크다. 심지어 자유롭지 않은 세상에서 여전히 이방인으로 살고 있다. 흠. 지금의 나를 사물로 표현하자면,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은 파리 한식집 창고 속 나무젓가락이라고나 할까?


이제는 왜 내가 울적한 지 정도는 안다. 매번 이유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데 오늘은 이런 버려진 나무젓가락 같은 상황에 과거에 대한 기억들까지 덮쳤기 때문이다. 과거 중에서도 좋았던 순간보다는 아쉬웠던 때, 아팠던 순간, 지우고 싶은 기억들이 떠오르니 자연스럽게 우울해졌다. 과거에 내가 실패했던 관계들이 떠오르기도 했고 허무하게 지나간 이별의 순간이 떠올랐고, 그때 내가 다른 걸 선택했다면 지금은 바뀌었을 하지만 이미 지나가버린 순간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고 허망한 꿈을 꾸기도 하고... 아이고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나를 너무 괴롭혔네.


글을 쓰다 보니 나 자신한테 너무 팍팍하게 굴지 말자는 생각이 든다. 후회되는 과거의 순간에도 나는 분명히 최선을 다했을 거야. 그게 내 최대의 노력이었고 결과가 내 맘처럼 되지 않았더라면 그건 내 것이 아니었던 거야. 이렇게 토닥이고 싶다. 지금껏 잘 버텨주고 있는 내 몸에게 감사하다. 여전히 삶의 의지가 있고 매일을 새롭게 살아가는 나 자신에게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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