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우린, 더단단해질 테니까

by koyohan


이곳, 조지아에서의 겨울은 따뜻했다.

제일 추운 때에도 영하로는 잘 내려가지 않는다.

출국 직전까지도 두꺼운 요와 온수매트를 고민한 게 무색할 정도로 온화한 겨울을 보내는 중이다.


옷장에 자리한 두꺼운 패딩과 코트는 손길 한 번 닿지 못했다.

아마도 여기를 떠나기 전까지는 그늘진 한편에서 묵묵히 기다림을 이어가겠지.

괜스레 한 번씩 꺼내 입어보고 싶다가도 주름이라도 질까 체념하던 시간이 있었다.


회사를 다니며 철마다 사낸 옷들이 아까워 고이 접어 가져왔는데

마땅히 입을 일 없는 현실에 잠시 울적하기도 했다.





계속 일을 하고 싶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동안에도 그랬다.

어머님이 도와줄 테니 마음껏 일하라고 하셨을 때는 큰 축복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생동감 있는 현장이 좋고, 내 손으로 이뤄내는 성취감이 곧 만족이었다.


너풀대는 몸과 마음을 부여잡고 퇴근할 때면, 사람들 틈으로 보이는 풍경이 다감하게 다가왔다.

역사를 나서며 스민 실바람의 감촉, 각자의 방향으로 향하던 또각 거림, 까만 머리 위에 내려앉은 퇴색한 불빛에도 위로를 받았다.

힘들지만 위로받고, 그 위로로 남은 삶을 살아냈다.






대신 요즘은 엄마의 마음공부를 하는 것만 같다.

엄마가 되었어도 깊게 들여다보지 못한 많은 것으로부터 말이다.


너의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이 상황에서 기분은 어땠는지.

그 행동과 표정은 어떤 의미인지, 지금 어떤 위로가 필요한지.


내가 이만큼 얕은 마음의 존재였나 싶다가도

너희를 차분히 바라보며 곱씹는 사랑, 기다림, 이해, 그 수천 가지의 의미는 결국, 또 위로가 된다.


우리

시간에 쫓기지 않고, 기약 없는 기다림 말고, 함께 머물며 사랑하는 이때를 감사히 여기자.

소중한 지금을 무너짐 없이 견디는 우린, 분명 더 단단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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