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이 아쉽지 않다면 좋겠다

"그건 다 나이가 들어서 그래"

by koyohan


요즘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나이가 들어서 그래"

"그게 바로 나이가 들었다는 거야"


누군가는 내가 예전에 감명 깊게 봤던 영화를 다시 꺼내보게 된 것도, 사람 냄새 가득한 이야기를 즐겨 찾게 된 것도, 책과 영화를 볼 때 꼭 한 번씩은 눈물을 떨구고야 마는 것도, 모두 나이가 들어서라고 했다.


그 순간 옆에 앉은 다른 이들, 이미 나보다 앞선 생을 살아낸 이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신랑까지도.


시간은 내게 어떠한 여지도 주지 않은 채 제멋대로 흐르는 것 같았는데, 이제 와 생각하니 내 안에 뜨거운 무언가를 끌어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30대 후반이 되니 차근차근 쌓아올린 삶의 편린들이 한 폭의 풍경으로 펼쳐지고, 그러다 사무치게 그리운 무언가가 불쑥불쑥 튀어 오르곤 했다.


마치, 옛날로 다시 돌아가는 기분이다.

그때 좋았던 건 지금도 좋을 뿐 아니라, 미처 느끼지 못한 감정들이 쏟아져 들어오기도 한다.





어른이 된 거겠지, 생각했다.

나이가 들었다는 말보단, 좀 더 괜찮은 어른이 된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물처럼 밀려오는 세월 앞에서, 내 안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를 끝없이 고민해야 하는 나이.

그저 매일이 행복하고 아프지 않기만을 바라는 나이.

아이들을 길러내는 것, 배우자와의 걸음을 맞추는 것, 부모의 건강을 챙기는 것만큼이나 스스로를 보듬어야 하는 나이.

'나'가 우선이 되도록 무수한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할 나이.


이게 정말 요즘의 나인데, 적고나니 지나친 늙은이 같기도 하네.


우린 제법 긴 삶을 살아내야 하고, 거쳐가는 나이마다 고충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도, 나이듦이 아쉽지 않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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