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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호 상하이 Aug 22. 2022

이번 상하이 여름 하늘 못 본 사람 없게 해주세요

단점이 장점으로 상쇄되는 그런 계절 


해질녘 노을

제주도보다 살짝 남쪽에 위치한 상하이의 여름은 덥다. 아주 많이 덥다. 건조한 더위는 깔끔하게 더울 텐데 습한 더위라 축축하게 더워서 종종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수영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습한 더위를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글자 그대로의 상하이 더위는 단어 '불쾌'와 동일하다. 그럼에도 봄의 끝에서 여름이 다가옴을 느낄 때 나는 반가움을 느낀다. 습하고 더운 상하이의 여름을 반긴다. 이 여름의 매력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상하이의 여름을 좋아한다. 상하이 여름 자체의 매력에 지분의 반이 있고, 나머지 반은 N차 상하이 여름 안에서 켜켜이 쌓여 가는 추억에 있다. 지난 5월의 끝자락 어느 날 아침, 베란다 문을 열었을 때 오랜만에 느끼는 여름의 습기와 냄새를 맡았다. '여름이 왔구나'를 느끼는 순간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마음 저 아래에 있던 그 여름이 만들어준 추억들이 함께 맡아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섯 번째 상하이 여름을 만났다.

무더운 여름이 만들어 내는 상하이 여름 하늘

몇 번의 상하이의 여름을 보내고 있지만, 올해처럼 또 유난히 덥고, 덥고, 습하고, 덥고, 무덥다가 습하다가 무더운 여름은 처음이다. 간헐적인 소나기나 찔끔 오는 비 외에 장마도 태풍도 없다. 서울엔 그렇게 비가 많이 와서 피해가 많다는데 두 도시 평균치를 이뤘으면 얼마나 좋을까, 말도 안 되는 바람만 가져본다. 상하이만 겪고 있는 문제는 아닌 건지 충칭(重庆)도 비가 오지 않고 이어지는 폭염으로 장강이 바닥을 드러냈다고 한다. 청두(成都)는 환경에 영향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저녁시간 소등 정책과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어렸을 때 먼 미래의 이야기로만 들었던 지구온난화나 이상 기후를 이렇게 빨리 하루로 만나게 되다니 놀람과 동시에 걱정이다. 인과 관계를 확고히 할 순 없지만 아무튼 무해한 하루를 위해 할 수 있는 거라도 해보자며 이렇게 저렇게 움직인다. 


날이 더울수록 노을이 환상적인 여름 하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름 하늘은 정말 다채롭고 아름답다. 새벽도 낮도 밤도 아름다운 하늘을 보여 준다. 핑크빛 노을은 자주 갖고 싶은 욕심을 일으킨다. 그렇게 사진을 찍다 보니 사진첩엔 하늘 사진 가득이다. 이렇게 너무 더운 여름은 어서 떠나 줬으면 하지만, 이토록 예쁜 여름 하늘은 오래 붙잡고 싶다. 


이른 아침에는 새로운 모습으로 아름다운 하늘을 선사하는 여름 

그래도 이 여름을 보내줄 수 있는 이유는 그 뒤에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운 상하이의 가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유난스러운 이 여름의 끝에서 가을을 기대하며 오늘의 일명 '꽃샘 더위'를 잘 견디고, 즐기고 만끽한다. 그렇게 또 다른 여름에 호출할 수 있는 사람과 분위기가 담긴 그리운 추억 하나가 만들어질 것이다. 나에게 허락된 상하이의 여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기에 더 소중한 올여름, 인생의 모든 것이 그러하듯 영원한 것이 없어 더 소중한 오늘과 지금, 영원을 원하지만 영원하지 않아 좋은 것들이 참 많은 이 역설, 이렇게 흘러가는 시간의 세계가 묘하고 재미있다. 오늘도 상하이 여름 하늘은 높고 맑다. 


구름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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