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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연 Nov 22. 2019

있잖아 난 ‘꿈'이라는 말이 지긋지긋해



내 어릴 적 꿈은 발레리나였다. 평범한 가정에서 무용을 한다는 것은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 어느 날 저녁, 학원비로 싸우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고 7년이 넘게 해왔던 무용을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 나의 꿈은, 명문대에 입학하는 것이었다. 재수, 반수, 편입 끝에 결국 내가 얻은 학력은 서울 소재의 한 여대다.


대학을 다니며 내가 되고 싶었던 건 아나운서였다. 하지만, 난 아나운서가 되지 못했다.


내가 살면서 그려왔던 세 가지의 꿈들은 모두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꿈이라는 단어가 헛구역질이 날만큼 지긋지긋하다.





'꿈'을 꾸라고, 목표를 가지라고 강요하지 마!

내가 이루고자 했던 목표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서일까. 아니면, 내 삶이 보잘것없어 보일 것을 우려한 공격성이 발동된 걸까? 혹은, 내 삶의 합리성을 부여하는 일종의 방어 수단이 작동된 것 일지도 모르겠다.


인생에서 간절히 바라던 일들을 이뤄내지 못하면 실패자가 되는 걸까. 내 인생은 허무맹랑한 망상으로 끝나는 것일까. 꿈을 이루기 위해 했던 노력은 '2% 부족했으니' 폄훼되어야 하는 건가.



20대, 그리고 30대가 된 지금

'열정적인 삶'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찼던 20대의 내 모습은 애잔하기 짝이 없다. 난 분명히, 특별하고 유명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목표가 없고, 꿈이 없는 사람은 하찮다 생각했다.


예를 들어 '회사를 때려치우고 전 세계일주를 해라'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니 대박이 나더라' 열정 넘치는 책들의 제목처럼 '목표를 향해 삶을 이끌고 나가야’만’이 성공하는 삶이라고 생각했다. 무언가를 거창하게 이뤄내야만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른이 지나고 나의 생각은 많이 바뀌었다. 뜨겁지 않고 미지근해도, 미지근하다못해 차가워도 괜찮다는 게 요즘 내 생각이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사실 하나. 내가 꿈꿔왔던 일을 하고 있진 않지만, 내 생활에 꽤나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분지족에 가까운 요즘의 마인드도 말이다.


결국은 삶이란 반복되는 일상을 버티어 내고, 그 속에서 작은 삶의 재미를 찾고, 행복한 추억을 만드는 것.  인생의 희로애락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기쁨, 고통, 사랑, 절망 등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 이 또한 진정한 삶의 가치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삶' 자체가 가치 있는 것임을

참으로 반갑게도 요즘 베스트셀러들의 책 제목만 보아도, 내가 직면하고 느꼈던 것들이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지나온 지난 10년이 전 세대의 지향점이 바뀌고, 삶의 가치가 달라지는 과도기에 있었던 것 같다. 


꿈을 이룬 그 삶도, 그렇치 못했다해도, 그저 평범한 삶을 사는 우리모두가 가치 있고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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