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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연 Dec 25. 2016

"인간적 고통 앞에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

책 <교황과 나 >,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애

2014년 8월. 광화문 광장에 모습을 드러낸 프란치스코 교황. 수만명의 인파가 그를 보기 위해 모여있었다.

광화문 광장 한 가운데엔, 앞서 4월 발생한 세월호 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한 천막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단식농성에 들어간 유민아빠가 바짝 마른 몸으로 서 있었다.


카퍼레이드를 하던 교황이 갑작스럽게 차를 세워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교황은 그의 손을 붙잡아주고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그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던 시기. 면담조차 해주지 않던 박 대통령과, 그의 과거를 캐던 언론들. 몸도 마음도 바짝 야윈 그를 어루만져준 건 벽안의 성직자였다.



그의 모습을 보고, 감명 받지 않았던 사람이 있을까. 그의 삶이 궁금해졌다. (아래는 과거 작성한 리뷰 기사 원문입니다.)





# 2004년 12월 3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한 나이트클럽에서 큰불이 났다. 이 사고로 195명이 사망하고 700명이 넘는 사람이 부상당했다. 이때 소방차가 달려오기도 전에 한 성직자가 먼저 사고현장에 도착해 직접 구조를 도왔다. 이 모습은 텔레비전을 통해 전국으로 중계됐다. 이 성직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인명 구조가 늦어진 점, 안전점검을 등한시 한 점 등을 꼬집어 정부와 검찰을 상대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이 성직자는 바로 2013년 3월 교황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다.


천주교 신앙을 200여 년 지켜온 가정에서 태어난 저자 김근수는 책 <교황과 나>를 통해 개혁교황 프란치스코의 탄생배경, 한국교회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전한다. 교황의 인생의 나침반으로 꼽을 수 있는 '예수회, 프란치스코, 아르헨티나'라는 문화와 조직의 차원에서 교황을 조명했다.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Jorge Mario Bergoglio: 1936.12.17~). 아르헨티나에서 평범하게 고등학교에 다니던 베르고글리오는 어느 날 고백성사를 하면서 특별한 영적 체험을 하고 19살 때 신학교에 입학, 이어 3년 뒤 예수회에 입회한다. 베르고글리오는 1973년부터 1992년까지 아르헨티나의 격동기에 사제로서 장년기를 보냈다.


"가난과 관련한 문제에서 베르골리오의 강직한 발언들은 세속 권력과 으레 충돌했다. 군사정권 아래에서는 정통성 없는 권력이 국민의 인권과 생명을 위협하는 것에 맞섰고, 민간정부에서는 신자유주의를 추종하고 경제적으로 무능한 정권에 대해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p.69)


프란치스코 교황은 레오 13세(19세기), 요한 23세(20세기)에 이어 세 번째 개혁교황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조직에서 교황청의 야당격인 예수회 출신, 그리고 유일무이한 남미 출신의 베르고글리오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저자는 교황청의 개혁 의지가 담긴, 그리고 이렇게 선출된 조직의 정점인 교황이 나서서 '종교개혁'을 하겠다는 것이라 설명한다. 또한 "빈민을 위해 밥을 푸고, 독거 노인에게 도시락을 전달하는 소극적인 도움만으로는 세계적인 빈곤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이제는 가톨릭 신앙이 전 세계적으로 극심해지는 신자유주의에 대답해야 할 차례"라고 꼬집는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가난한 사람을 국가가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품위가 측정된다"는 교황의 말처럼 가난한 이를 위한 한국 천주교회, 사회가 되기를 염원한다. 또한 성직자 중심주의의 한국 교회는 평신도에게서 한국천주교회의 개혁의 실마리를 찾으라 강조한다.


지난 8월 방한기간동안 보였던 교황의 행보는 가톨릭 신자뿐만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도 큰 감동을 선사했다. 어린아이 이마에 입을 맞추고, 신자와 시민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고, 약자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모습은 교황의 삶 전부가 녹아들어 있었던 것이다.


흔히 최고의 권력을 갖게 되면 한 인간의 본성이 드러난다고 한다. 어떤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겠지. 교황의 아름다운 영혼과 진심에 감사한 마음이다. <교황과 나>를 통해 교황 신드롬을 넘어 그의 진심과 마주할 차례다.




교황은,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가는 전세기안에서 "세월호 추모 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세월호 유족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면서 "'중립을 지켜야 하니 노란 리본을 떼는게 좋지않겠느냐'는 제안에도  '인간적 고통 앞에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고 답했다.


종교를 떠나, 약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인간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또 진심을 담아 위로할 수 있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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