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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연 Jul 24. 2016

마지막 인사

무지개다리를 건넌 마루… 그곳에선 아프지 마

언제쯤 마루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할 수 있을까. 사실 이 글도 몇 개월 전부터 쓰다 말다 쓰다 말다를 수차례다. 쓰기 시작하기만 하면 눈물이 앞을 가려, 미루고 또 미루고.



마루와 함께했던 마지막 봄. 벚꽃이 만개한 안양천에서               


그날의 아침 공기를 생각하면 지금도 싸늘하다. 이제 마취에서 깨어났을까 안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침대 위에 누워있던 마루. 무릎을 꿇고 마루의 배를 만졌다. 차가웠다. 심장에 귀를 대 보았다. 꾸륵꾸륵 소리만 날뿐 심장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일주일 전

마루의 체력은 이미 한계에 달해 보였다. 수액을 맞으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 병원엘 데려갔다. 반나절 동안 수액을 맞고 마루를 데려오던 저녁. 참았던 오줌도 싸고 좀 걷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내려줬지만, 이내 안아달라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며칠 사이에 더 시야가 좁아진 것 같았다. 집에서도 벽에 머리를 부딪히기도 했다.  


하루 전

병원에 다녀온 다음 날 아침까지 느지막이 함께 잤다. 평소엔 내 침대가 높아서 잘 올라오지 않는 녀석인데, 침대에 올려준 뒤로 내 품에 파고들어 꿈쩍 않고 함께 늦잠을 즐겼다.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이 행복한 순간이 더 오래 지속되길 바랐다.


출근하기 전까지 함께 있고 싶었지만, 집에서 운동을 하다 무리를 해서 허벅지 통증이 심했고, 병원엘 다녀왔다. 삼계탕을 점심으로 먹고 나오면서 마루 생각에 살코기를 봉지에 싸왔다. 집에 도착한 나는 살코기를 발라 주고, 부리나케 출근했다. 그게 맑은 정신으로 있었던 마루의 마지막 모습이다.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엄마에게 연락이 왔다. 마루가 계속 토를 한단다. 퇴근 전까지 몸이 묶여있으니 답답했다. 퇴근할 때쯤 또다시 걸려온 엄마의 전화. 마루가 너무 고통스러워해서 병원에 데려갔다고. 의사 선생님이 1) 마취를 하고 배안에 찬 가스를 빼는 방법 2) 배가 꺼질 때까지 잠을 재우는 방법, 위 두 가지 방법을 제안했고, 마취를 하는 건 깨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커서 2번 방법을 택했다.


한시름 놓았다고 생각하고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달려갔다. 마침 집 앞에서 병원엘 다녀온 엄마와 마주쳤다. 마루는 눈을 뜬 듯 감은 듯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다. 집에서 마루를 한 참 안고 있다가, 침대에 놓여주고 가족은 잠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마루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중학교 시절 건강한 마루를 보며 엉엉 울었던 적이 있다. 언젠간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텐데 그 뒤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걱정했던 것이다. 그렇게 종종, 미래에 어느 때인가 닥쳐올 그 날의 공포를 물리치려 마루를 더 꼭 안으며 평생 행복하게 살자는 말을 되뇌곤 했었다.


하지만, 결국 그 날은 오고야 말았고, 그 슬픔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컸다. 빈자리가 너무 컸고, 그동안 행복했던 추억보다는 해주지 못한 것들이 떠올라 가슴 아팠다.


-단 하루라도 넓은 곳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마음껏 뛰어놀지 못했던 것

-좋아하는 음식 마음껏 먹게 해주지 못했던 것

-함께 여행을 다녀오지 못한 것 (차멀미를 안 했다면…)


그리고 무엇보다 마지막 순간을 함께 보내주지 못했던 것이 너무 미안했다. 몽롱한 정신으로 심장이 멈추어가는 것을 알았는지 몰랐을지. 휴...


마루가 떠난 지 2년이 지났지만, 마루 생각을 하지 않았던 순간은 없다. 그리고 가끔은 마루를 다시 만나는 순간을 상상해보기도 한다. 얼마나 행복할까 얼마나 가슴 벅찰까. 짧은 상상만으로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에서 봤던 글 귀. 꼭 제 마음 같아서 함께 올려봅니다.




마루야! 잘 지내지? 그곳에선 아프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고 먹고 싶은 음식 많이 먹어~~:)

널 볼 수 없어서 너무 슬프지만, 언제나 항상 함께 있다고 생각할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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