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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연 Oct 10. 2015

일상을 버티는 힘 'spots of time'

내 인생의 완벽한 순간들



내 인생의 '완벽한 순간들'은 언제였을까. 행복을 음미할 수 있었던 시간들을 되짚어 보면, 주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었거나, 자연을 마음껏 즐겼던 순간이었다.


나의 '완벽한 순간', 오랜만에 들어본 내 심장 소리


2011년 5월. 어느 덧 졸업한지 3개월. 휴학에 편입에 늦어진 졸업에 한창 취업준비에 힘들 때였다. 시간은 많았지만 그 시간을 마음껏 누릴 수 없는 애매한 때. 무작정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대전으로 향했다. '계룡산에 가야겠구나' 해서. 아침 11시쯤 산 초입에 도착해 끼니를 때우고, 산책 정도만 해야겠다 생각하고 오르기 시작했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야말로 자연과 나 둘 뿐이었다. 바삐 걷던 걸음을 멈추면 바람소리가 들리고, 물소리, 새소리도 들렸다.


높은 산행길. 가슴이 '쿵쿵 쾅쾅' 뛰기 시작했다. 땀도 송글송글 맺혔다. 자소서를 쓰며 컴퓨터 앞에서 한숨 쉬던 모습, 토익책을 펴며 도대체 이게 무슨 소용일까 하던 나의 일상. 우울하고 무기력함에 익숙했던 나였는데…. 활기차고 신나 있던 모습, 참 오랜만이었다. 내친김에 높은 봉우리까지 올라가리라 마음 먹었다.





약 2시간동안 걷다 쉬다 겨우 높은 봉우리에 올랐다. 앉아 땀을 식히고, 맑은 공기와 따사로운 햇살로 위로를 받았다. 어느새  마음은 고요해졌다. 안달복달 사소한 일마다 상처받고 스트레스 받고 사는 건, 결국 나를 해하는 일이라는 걸 느꼈다. 산을 올라오고 내려가는 것처럼, 인생에도 굴곡이 있다는 걸 인정하자 다짐했다. 그리고 최대한 최대한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잊지 말고 이따금 꺼내보자, 이 평화로운 마음을 담아가자 되내었다.




spots of time :   자연이숨쉬는 장면들을 목격하고, 그 때의 경험을 상기하는  순간 현재의 어려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영국 시인인 윌리엄 워즈 위드가 소개한 심리학 용어다. 인생의 기력을 회복시키는 '한점의 시간'이라는 뜻으로, 개인이 겪었던 어떤 특정한 순간을 음미하고 기억하는 것으로도 스트레스가 완화될 수 있다고 한다.


가끔 행복함에 겨울때 '이래도 되는건가?' '이 행복이 얼마가지 않으면 어쩌지?'라며 이내 불안한 마음을 가지게된다. 하지만, 심슨 만화에서처럼 완벽한 경험, 즉 행복한 순간들에 집중하고 즐기는 건 어떨까. 인생에 있어서 드문 그 완벽한 순간마저 행복이 달아날까 조급해한다면 너무 아쉬울 것 같다.


매일매일이 미친 듯이 행복할 순 없다. 가끔은 지치고, 우울하기도 하고 또 권태롭기도 하겠지. 그런 삶이 지극히 정상이겠지. 다만, 일상의 스트레스에 쓰러지지 않도록 내 마음속의 자리 잡고 있는 '완벽한 몇몇의 순간' 들을 꺼내보며 위안 삼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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