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3/2025
여행 출발 꼭 한 달 전 비행기 티켓을 샀다. 그전까지는 여행지로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던 곳이다. 티켓을 사고 비자를 신청했다. 다행히 한국인은 e-visa를 신청할 수 있다. 이 비자만 50 USD라니 그동안 신청해 본 여행비자 중에는 가장 비싸다. 여행 출발 일주일 전에는 대충 가고 싶은 도시들을 정했고, 숙소를 예약했다. 분기 말과 겹쳐 업무가 많아 여행을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나만의 이번 여행 테마는 “미니멀리스트”다. 현지 교통 사정과 이동 경로를 생각했을 때 배낭을 메고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2014년 산티아고 순례길을 110km 정도 걸으며 배운 게 있다면 인생의 짐을 짊어지고 걷는 건 힘들다는 거였다. 이번 여행만큼은 미니멀리스트가 되어 가벼운 배낭을 메고 여행을 해보기로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니멀리스트가 되려면 쇼핑부터 시작해야 한다. 쇼핑하고 싶다는 핑계일 수도 있겠다. 중고로 아주 가벼운 캠핑용 40L 배낭을 샀다. 오래 걷기 편한 운동화와 압축 수납 가방, 비누 케이스 등등 고작 8박 9일 떠나면서 여행에 필요할 것들을 다 샀다.
이번 여행에는 평소 늘 가져 다니던 아이패드도 가져가지 않는다. 늘 여행하면서도 급한 일을 처리해야 할 때가 있어서 가져 다녔는데, 이번에는 마음을 완전히 비웠다. 대신 고프로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가져갈 예정이다.
출발하는 오늘은 일정이 꽉 찬 하루다. 오전에는 날씨 덕분에 아주 힘든 드래곤보트 훈련을 마치고, 홍콩에 놀러 온 동료 Isa와 Jinshan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집으로 돌아와 짐을 싸고 급히 집 정리를 했다. 집을 나서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작은 우산을 쓰고 40L 배낭을 메고 씩씩하게 공항철도를 타러 걸어갔다. 중간에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챙기지 않은 것이 생각났지만, 어쩔 수 없다.
공항에 도착해 당당하게 배낭 무게를 재고 기내수하물로 통과했다. 라운지에 가서 저녁을 때우고 공항에 도착해서 해야 할 것들을 생각했다. 환전, 심카드 구입 그리고 공항 근처 호텔로 이동. 우버도 사용이 가능하지만 픽미PickMe라는 앱이 조금 더 대중적으로 쓰인다고 한다.
게이트 앞에 갔더니 약간 연착이 되었다. 옆에는 또래 중국인 남자분이 탔는데, 이륙 전부터 코를 골며 잠을 자더니, 코를 킁킁하는 소리와 식사할 때 쩝쩝 소리를 너무 크게 내고, 나중엔 나에게 기대어 자서 조금 괴로웠다. 비행기는 참 흥미롭다. 서로 다른 설렘을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좁은 자리에 다닥다닥 앉아서 목적지로 간다.
홍콩에서 스리랑카 콜롬보까지는 5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비행기에 타서도 약간 딜레이가 있어서 스리랑카 현지 시각으로 새벽 1시쯤 착륙했다. 입국카드를 쓰지 않아도 미리 신청해 둔 비자 정보 확인이 가능한지 입국 심사는 아주 금방이었다. 찾을 짐이 없어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빠져나왔다.
200 USD를 환전해 59000+ 루피를 받았다. 사람이 제일 많아 보이는 통신사 Mobitel로 가서 심카드 30일짜리를 샀다. 지금 찾아보니 1,560루피 정도라는데 나는 훨씬 더 많이 낸 것 같다…? 한참 지나 속상하네.
택시 호객 행위를 물리치고 픽미로 툭툭을 예약했다. 내일 아침에 바로 시기리야로 이동할 예정이라 공항 근처 호텔을 잡았다. 툭툭 기사가 바로 전화를 걸어왔다.
툭툭 - “아… 난 콜롬보로 갈 예정이었어서….”
스리랑카 첫 승차 거부…. 차 타고 20분 정도 걸린다고 나오는데 말이다.
나 - “아 오케이. 못 간다는거지?”
툭툭 - “응. 그니까 취소해”
나 -“왜 내가 취소를 해. 이거 내가 안타는게 아니잖아?”
툭툭 - “니가 취소하는 게 나아”
나 - “놉. 그쪽이 안오는거니까 알아서 취소하세요”
그렇게 전화를 끊고 다른 툭툭을 찾으려고 보니 툭툭은 안 잡힌다. 소형차를 골랐는데 잡혔다가 그쪽에서 취소했다. 15분 정도 밖에 있었던 것 같다. 결국 한대가 잡혀서 호텔로 갈 수 있었다. 호텔에는 2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감사하게도 프런트 직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체크인하고 오래됐지만 깨끗한 호텔 방에서 쉴 수 있었다.
나의 첫 스리랑카,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