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트립

[Day 4] 맥시멀리스트의 미니멀 스리랑카 여행

by Sun

시기리야에서 꿈같던 사흘을 보내고 새로운 곳으로 떠난다. 호텔에서 마지막 아침 식사를 하고 짐 정리를 했다. 다음 목적지는 스리랑카 속의 작은 영국(Little England)이라고 불린다는 누와라엘리야(Nuwara Eliya)다.


조금 더 여유 있는 일정을 소화하는 여행객들은 보통 시기리야 전, 후 일정으로 캔디(Kandy)를 생각할 테다. 캔디는 스리랑카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고, 싱할라 왕조의 마지막 수도였다. 그에 걸맞게 유명한 볼거리도 많지만 나는 건너뛰기로 결심했다. 남쪽으로 넘어가기 전 누와라엘리야에서 시원한 날씨를 즐기며 차밭을 구경하고 싶기도 했고, 엘라(Ella)로 떠나는 열차를 꼭 타고 싶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기리야에서 누와라엘리야까지 가는 여정이 만만치 않다는 거다. 거리는 200km 정도지만 2차선 국도와 고원지대로 올라가는 좁은 산길을 달려야 하는 이유로 순수한 이동시간만도 5-6시간이 걸린다. 그렇다고 기차를 타고 하루를 가기에는 시간이 없다. 그런 이유로 스리랑카에서 로드트립을 하기로 했다.

앞서가는 오토바이와 마주오는 버스를 피해 무시해 도착할 것인가?


콜롬보 공항에서 시기리야에 올 때 만난 기사님인 Dulan이 아침에 오기로 했는데 늦었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오후에는 누와라엘리야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10시가 다 되어서 왔다. 뒷자리 한쪽에는 내 배낭이 안전벨트를 매고, 또 다른 쪽에는 내가 앉았다. 조수석 머리 받침대를 뽑아주어서 달리는 길이 잘 보였다. 가는 길에 담불라 황금사원에 들려 금빛 부처님과 급하게 사진도 찍었다.


담불라 황금 사원도 찍고 지나가기

시기리야로 가던 길과 마찬가지로 달리다 보면 길가에 코코넛을 파는 가게가 종종 나온다. 스리랑카 로드트립에서 빠질 수 없는 코코넛. Dulan은 나에게 코코넛을 사주고 담배 타임을 가졌다. 긴 시간을 운전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말이 아주 잘 통해서 계속 수다를 떨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구불구불한 길에 엄청난 집중력을 가지고 몇 시간 운전한다는 건 괴롭기도 할 거다. 그래서 가는 산길에 갑자기 튀어나온 번듯한 카페 겸 레스토랑에서 다시 한번 쉬어갔다. 온통 초록빛으로 둘러싸인 여기서는 조금 다른 경치가 보였다.


스리랑카 로드트립에 빠질 수 없는 코코넛과 카페에서 보이던 논

다시 열심히 길을 달려 캔디 시내에도 들어갔다. 내심 바로 누와라엘리야로 빨리 달려가기를 바랐는데, Dulan은 가는 길에 관광을 시켜주었다. 시내에 아주 사람이 많은 구간을 지나 언덕 위로 올라가더니 차를 세웠다. 그리고 내려서 구경하라고 이야기해 줬다. 캔디에서 유명한 불치사(Temple of the Tooth)가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 비록 들어가 볼 시간은 없지만 멀리서도 이렇게나마 잠시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혹시 또 스리랑카에 오게 된다면 그때는 캔디에 와봐야지.


캔디!

Dulan은 픽미 드라이버이기도 하지만 가이드이기도 한 것 같았다. 가는 길에 뭔가 보이면 꼭 설명을 덧붙여줬다. 지나가다 보이는 폭포 앞에서는 잠시 차를 세워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점점 산길로 들어서면서 사람의 손길이 덜 닿은 듯 보였다. 고도가 더 높아지자, 아래에서 보였던 논밭이 차밭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길은 더 굽이쳤다. 스리랑카의 길목에는 부처님상이 정말 많았는데, 길이 험하고 운전이 어려운 곳일수록 더 많이 보였다. 혹시 이것은 누군가 이곳에서 세상을 떠났다는 흔적일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니, 부처님이 안전운전 하도록 다들 지켜봐 주시는 거겠지 믿기로 했다.


밥도 거르고 열심히 달려 오후 5시쯤 누와라엘리야에 도착했다. 스리랑카에서 처음 느껴보는 시원한 공기에 기분이 좋아졌다. 작은 영국이라고 부른다더니 약간 안개가 낀 것도 그랬다. 숙소를 찾아가는 길 이름이나 가장 중심에 있는 빅토리아 공원, 식민지 시대의 우체국, 차밭마다 붙은 영국의 지명까지 그 흔적이 아주 많이 남아있었다. 여기 우체국은 사람들이 종종 오는 명소인데, 그 시대 영국 건물이 그대로 잘 남아있어 그런 것 같았다. 급히 엽서와 우표를 샀다. 다시 숙소를 찾아가는 길, 연휴라 사람이 많아 경찰이 도로통제를 하고 있었다. 열심히 돌고 돌아 숙소에 도착했다. Dulan은 내일 기차역에 나를 데려다주기로 하고 헤어졌다.


숙소는 Villa Tea Fields, 식민지 시대에 지었을 법한 집의 다락방이었다. 계단을 오르고 방에서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났다. 아래층 테라스로 나가면 집 바로 옆에 있는 차밭과 그 뒤로 이어지는 산이 멋지게 보인다.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구글맵에서 대충 검색해 찾은 식당 Gregory Chef는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었다. 식당에 들어갔더니 스태프들이 미소로 맞아주었다. 꼬뚜Kottu를 주문하고 엽서를 쓰기 시작했다. 일찍 하루를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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