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법

by Sun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각자 여행을 즐기는 법이 있다.


어떤 이들은 즉흥적으로 떠나는 여행을 즐긴다. 어느 날 갑자기 티켓을 사고 훌쩍 떠나버린다. 숙소를 미리 예약할 필요도, 여행지에 유명한 장소나 식당도 미리 알아볼 필요가 없다. 마음에 드는 곳에서는 오래, 또 스쳐가는 곳에서는 짧게 머문다. 우연히 알게 된 여행객으로부터 팁을 얻어 멋진 하루를 채우기도 한다. 그와 반대로 주어진 시간을 가장 알차게 보내는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여행을 가는 날짜나 시간도 미리 계획하고, 숙소나 여행할 장소의 티켓도 미리 알아보고 구매해둔다. 도착해서 이동할 때 타야 할 현지 교통편까지 이미 다 조사해둔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당황하거나, 시간을 허비하는 일 없이 계획대로 알차고 멋진 시간을 보내다 온다.


IMG_2596 (1).JPG
IMG_9802.JPG
1733C30F-E33A-4411-ABC7-45B80A6F8246.JPG
02555C21-8ABE-4A7A-8A40-07BE3CE2BAC6.JPG
IMG_0159.JPG
모두 다른 여행의 흔적


여행에 옳고 그른 방법은 없다. 어느 쪽이든 나에게 맞는 여행을 하면 된다. 나도 여행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


나의 여행은 계획을 세우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우선은 대강 여행을 떠날 날짜를 정하고, 그 후에 여행지를 고른다. 여행지를 고를 때는 그 시기나 계절에 적합한지, 날씨나 특별한 축제 혹은 공휴일 같은 게 끼어있는지 등을 고려한다. 후보를 몇 군데 추려두고 항공편 등을 찾아본다. 가끔은 그냥 마음이 더 가는 곳을 고르기도 한다.


여행지를 고르고 나면 그다음 하는 일은 바로 그곳을 배경으로 하는 책이나 영화를 찾아보는 것이다. 나는 주로 소설을 읽는 편이지만 역사책이나 에세이도 좋다. 영화는 여행지의 장소에 대한 기억을 더욱 선명하게 해 준다. 책이나 영화에는 일반 가이드북에서는 얻기 힘든 정보나 분위기 같은 것이 있다. <중경삼림>을 보고 홍콩을 여행한다면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청킹맨션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겠는가. 마치 내가 아는 이의 사연이 얽혀있는 것처럼.


책이나 영화를 고를 때는 이미 그 지역을 대표하는 유명한 것을 선택할 때가 있고, 또 가끔은 해당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나 영화를 검색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로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영화는 <로마의 휴일>, <글레디에이터> 또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같은 것들이 있다. 그 지역을 대표하는 감독이나 작가가 찍거나 쓴 영화, 책도 좋은 옵션이다.


아무 배경지식이 없는 여행지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검색의 힘을 빌린다. 네이버나 구글에 해당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책을 검색하면 꽤 많은 결과가 나온다. 베트남에 여행 가기 전, 나는 베트남 배경의 소설을 검색해서 그중 평이 좋은 것을 골라 읽었다.




이 습관은 아마도 중국에 유학 가기 전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나는 중국에 유학을 가기로 결정했다. 현지 사정으로 한 학기를 늦춰가야 했기 때문에 한국 고등학교를 한 학기 다니고 가기로 한 상태였다. 숙모는 장융의 <대륙의 딸Wild Swans>이라는 책을 선물해주셨다. 중국에 가기로 했지만 중국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나에게 이 책은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그 책을 읽는 동안 그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아마 이 책을 읽지 않고 갔더라면 알 수 없었을 것들을 느끼고 볼 수 있었다. 마치 펄 벅의 <대지>를 읽었을 때의 느낌과 흡사했다. 한국 고등학교 수업시간에도 그 책을 꺼내어 읽고 싶은 충동을 참기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국어 시간 그 책을 책상 위에 꺼내어 놓고 있다가 국어 선생님이 발견하시고는 그 책을 빌려가 다 읽고 돌려주셨다.


<대륙의 딸>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저자의 외할머니부터 자신까지 3대가 청나라의 멸망부터 일제의 침략,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 중화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의 건립, 마오쩌둥의 대약진 운동과 문화대혁명까지 중국의 현대사를 겪어낸 경험을 엮은 내용이다. 한국에서는 배운 적이 없던 중국의 현대사와 그 시기를 겪으며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특히 홍위병이 되어 문화대혁명을 살아낸 장융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일들과 사건들은 내가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에 확실히 영향을 주었다. 중국 역사 교과서에서도 한 페이지로 다루고 넘어가는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에 대해 어쩌면 나는 중국 친구들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것과 나의 경험이 합쳐지면서 나만의 시선, 생각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중국에서 느낀 독특함이 있었다. 중국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생각해보면 아주 전통적인 것들을 잘 고수해왔을 것 같았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것들이 공산주의라는 이름 아래, 그리고 문화대혁명에 사라져 왔는지 말이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이런 생각을 하는데 더욱 시간이 많이 걸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책을 통한 경험이 반드시 그곳에서 살아가는데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짧은 해외여행 혹은 국내여행이라도 그 역사, 문화, 장소, 언어, 정치적 사건 혹은 유명한 배우, 그곳에서 통하는 농담,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 그 시대에 유행하고 있는 무언가 등 일부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여행은 이미 특별해진다. 꼭 무겁고 어려운 내용이 아니라도 좋다. 아니, 가볍고 즐거운 내용일수록 더 좋다. 여행의 느낌도 함께 즐거워질 테니. 책과 영화가 여행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만큼 여행의 기억도 책과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다음 여행을 준비할 때는 한 번 시도해보시라! 당신의 여행도 그만큼 더 특별해질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