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프로젝트 50 #12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는 불안한 꿈에서 깨어나서 침대에 누워 있는 그의 모습이 거대한 벌레로 변신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디선가 읽어본 듯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변신> 프란츠 카프카의 대표 중편 소설이다.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부모님과 가족을 부양하는 회사원이다. 어느 날 아침, 여느 직장인처럼 아침 일찍 눈을 떴다. 당일 예정된 출장이 있었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자신이 거대한 벌레로 변해있는 것을 발견한다. 옆구리에 붙은 다리를 버둥거려 보지만 몸을 일으킬 수 없다. 가족들이 재촉하기 시작하고, 급기야 직장에서 사람을 보내 그레고르를 찾는다. 한참이 걸려 몸을 일으킨 그레고르가 방문 밖 사람들에게 대답을 하고 문을 열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는 벌레로 변한 그를 본 가족과 매니저는 충격을 받는다. 가족들은 그를 방에 가두어 두고 오직 여동생만이 그레고르의 식사와 청소 등을 챙긴다. 자신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던 가족들은 모두 일을 하기 시작한다. 어느 날 여동생은 그레고르가 방을 더 편하게 기어 다닐 수 있도록 방의 가구들을 모두 치워주기로 했다. 그레고르에게 소중했던 것들 까지도. 그레고르가 방 안의 액자를 지키기 위해 액자에 매달려 있을 때, 아버지가 그의 모습을 보고 그에게 사과를 던져 등에 박힌다. 가족들이 바빠지면서 그레고르는 방치된다. 집에 청소를 하러 오는 가정부만이 가끔 그럴 들여다볼 뿐이다. 결국 가정부는 죽은 그레고르를 발견한다. 가족들은 오히려 안도하고 그날 교외로 나들이를 떠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괴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다. 자신이 어느 날 벌레로 변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주변 이들도 그 벌레가 그레고르라는 것은 의심하지 않는다. 비록 가족들은 그 벌레가 내는 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지만 그레고르는 가족들이 하는 말을 모두 알아듣는다. 벌레로 변해서도 그는 가족을 걱정한다. 그의 생각도 멈추지 않는다. 음악을 들으며 가족에게 사랑을 표현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 모든 행위가 가족들에게는 혐오스럽게 느껴질 뿐이다. 오랜 기간 자신들의 가계를 부양한 아들이자 오빠였지만 그것을 잊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특히 아버지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한 번도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를 아들로 위하며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같은 책에 담긴 <변신> 이외의 다른 소설에서도 아버지와의 관계는 이런 식으로 그려졌다. 어쩌면 카프카 본인의 모습과 가족과의 관계를 소설 속에 녹여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소설에는 아주 다양한 해석이 있다. 책을 읽은 사람들이 각자 해석을 해둔 것이 아주 흥미로웠다. 그중에서도 내 느낌과 가장 비슷했던 것은 아마도 그레고르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었다. 무거운 책임을 지고 하루하루 살아가던 그레고르가 무너진 어느 날, 더 이상 침대에서 나오지 못하고 ‘가장'의 역할을 하지 못하자 결국 벌레 취급을 받는 모습이 상상됐다. 무려 100년도 전에 쓰인 이 책에서도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이를 벌레취급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역할은 곧 다른 사람에 의해 대체되고, 역할을 다하지 못한 그는 결국 잊힌다. 슬프지 않은가.
그들이 대화를 하는 동안에 잠자씨와 잠자 부인은 점점 생기가 도는 딸을 보면서, 지난 시간 동안에 그녀를 창백하게 만들었던 모든 근심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아주 예쁘고 화사한 여성으로 자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침묵하면서 거의 무의식적으로 바라만 봐도 알겠다는 듯이, 그들은 이제 이 아이를 위해 착실한 남자를 찾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딸이 제일 먼저 일어나서 그녀의 젊은 몸을 뻗어 기지개를 켰다. 그것은 그들에게 새로운 꿈이자 멋진 계획에 대한 확인과도 같았다.
내가 책임져야 하는 건 나 자신밖에 없지만, 같은 직장인이라 그런지 아침에 눈을 뜬 그레고르의 그 기분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한번 쓱 읽은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