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프로젝트 50 #29
기억은 신의 선물, 망각은 신의 축복이라는 말이 있다. 의지할만한 기억력을 가지지 못한 나는 망각은 신의 축복이라는 말을 더 많이 체험하며 살아왔다. 마음이 상했던 일, 기분이 나빴던 일, 무서웠던 일, 괴로웠던 일들도 시간이 지나면 금세 잊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때로는 잊고 싶지 않은 것들도 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과의 행복했던 기억, 쉽게 할 수 없는 멋진 경험을 했던 일, 그리고 기말고사 벼락치기를 할 때 같은 것들 말이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의 주인공 에이머스 데커는 과잉기억 증후군을 가졌다. 대학을 졸업하고 내셔널 풋볼 리그에서 지명을 받았던 그는 첫 데뷔 경기에서 엄청난 충돌을 했다. 두 번 숨이 멎었지만 이내 누군가 그를 살려냈고, 그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동시에 사람이나 사건에서 색깔과 숫자까지 보게 되는 공감각을 가지게 되었다. 뇌의 한 능력이 극도로 발달하면 다른 쪽은 뒤쳐지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의 사교적이고 감정적이었던 부분은 마치 마비된 것처럼 뒤쳐지게 되었다.
풋볼 선수를 그만두고 데커는 그의 기억력을 발휘해 경찰시험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그는 고향 벌링턴에서 사랑하는 아내와 딸아이와 살고 있었다. 과잉기억 증후군은 형사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능력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부정적인 영향도 적지 않다. 그는 잊고 싶은 것도 잊을 수 없고, 모든 것이 지금 일어나는 일처럼 머릿속에서 재생된다.
그런 데커가 겪는 일련의 일들이, 또 벌링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그를 무너뜨리려 한다.
데커의 발걸음을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멈출 수 없을 정도로 흥미롭다. 날카로운 시선과 뛰어난 기억력으로 벌링턴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실마리를 찾는 데커와 함께 추리를 해나가는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