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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Sep 18. 2022

Unfiltered

책 읽기 프로젝트 50 #30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투 더 본(TO THE BONE)>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우리에게는 <러브, 로지(Love, Rosie)>, <에밀리, 파리에 가다(Emily in Paris)>로 잘 알려진 배우 릴리 콜린스(Lily Collins)가 거식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 엘런을 맡고, 키아누 리브스(Keanu Reeves)가 의사 역할을 맡은 영화다. 영화는 꼭 보아야 할 명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거식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심리나 행동, 그리고 그들이 겪고 있는 상황을 아주 사실적으로 표현해 그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었다.


영화에서 엘런을 연기하는 릴리의 모습이 너무나도 앙상하게 야위었다. CG가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그러고 보니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서도 릴리가 아주 가냘프다는 인상을 받았다. 영화가 끝나고 해당 영화와 관련된 인터뷰를 찾아보다가 릴리 콜린스가 과거 거식증을 앓았던 경험이 있다는 내용을 보았다. 기사는 그녀의 책 <Unfiltered>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거식증을 앓았고, 꽤 오랜 기간 이어져 오다 영화를 찍기 몇 년 전 이미 거식증을 극복했다는 이야기였다. 거식증을 이미 극복한 다음 이 역할을 맡아야 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까. 자신의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시 그 순간을 살아야 하는 이 역할을 맡은 이유가 문득 궁금해졌다. 그렇게 이 책을 구입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릴리 콜린스는 아주 솔직하게 책을 시작했다. 그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인 눈썹에 대한 이야기로 말이다. 남들보다 훨씬 풍성한(?) 눈썹으로 어린 시절 놀림 받았던 기억, 그 때문에 다른 아이들과 섞여 들 수 있도록 눈썹을 뽑고 다듬었던 일로 책의 첫 장을 연다. 릴리의 어머니는 그의 개성이 사라진 눈썹을 보며 말한다.


“The quirky things that make you different are what make you beautiful.” Different shouldn’t be considered a bad thing. Different is beautiful!
“너를 다른 사람과 다르게 만드는 별난 것들이야 말로 너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 이란다.”
다름은 나쁜 것으로 생각되서는 안된다. 다른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이 말이 릴리가 중심을 잡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는 책 전체를 통해 느낄 수 있다.


릴리는 26-7살에 이 책을 썼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을 겪으며 생각하고 느꼈던 것들을 독자들에게 공유한다. 자기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부터 가족, 친구, 연인과의 관계,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관계, 거식증을 겪으며 깨달은 것들, 학교, 직장, 꿈을 좇는 것 등 실패하고 성공한 이야기들도 담겨있다. 개정판에서 덧붙인 챕터에서 그녀는 <투 더 본>, 그리고 <옥자>에 출연하고 나서 과거의 트라우마를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됐던 것들에 대해서도 적었다.


I set out to write the book so that others would feel less alone. But as it happened, it’s constantly reminded me that I’m not alone.
나는 다른 사람들이 외로움을 덜 느끼도록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을 쓰고 난 뒤, 끊임없이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비슷한 경험을 하는 이들에게 도움과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을 쓰는 과정이 오히려 그에게 치유의 과정이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마침 그가 거식증 경험을 적은 챕터를 마무리하고 일주일 후에 <투 더 본> 각본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을 쓰면서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지 않았다면, 그 역할을 맡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릴리 콜린스는 아직 30대 중반이다. 그의 이야기는 아직도 진행 중이고, 이 책의 진정한 결말은 아직 확인할 방법이 없다. 책을 덮고서 앞으로 릴리 콜린스가 어디로 나아갈지 더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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