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프로젝트 50 #41
책을 덮으며 따끔하게 혼난 기분이 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불편했다. 내가 외면하고 있던 내 삶 속의 어두운 면을 자꾸 돌아보게 했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이라도 친환경적인 삶을 추구하고 있다고 나 자신을 위로하고 있던 게 부끄러워졌다.
<두 번째 지구는 없다>는 ‘비정상회담’으로 유명한 방송인 타일러 라쉬가 쓴 책이다. 한국어를 나보다 더 잘하는 미국인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한국어로 책을 낼 정도라니, 조금은 놀라운 마음으로 책을 골랐다.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방송인이 환경에 관한 책이라니. ‘비정상회담’ 활동 당시부터 WWF(World Wildlife Fund, 세계자연기금) 홍보대사를 맡거나 관련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높였던 인상은 있었지만, 이렇게 진심인 줄은 몰랐다. 책은 친환경 콩기름 잉크와 FSC 인증 종이를 사용했다는 이야기와, ‘내 꿈은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선언과 함께 시작한다.
전문가도 아닌 내가 환경을 이야기하는 건, 누구라도 당장 말을 꺼내고 너나없이 당장 행동해야 할 만큼 지구의 상황이 절박해서이다.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게 목소리를 내지 못할 이유가 될 수 없다. 그 마음으로 작은 용기를 낸다. P.9
내가 지금 사는 곳에 비하면 한국은 ‘친환경 정책’을 많이 시행하고 있다. 쓰레기 종량제와 분리수거는 그 어디와도 비교할 수 없고, 일회용 컵이나 빨대, 봉투 등도 사용을 줄이고 있다. 처음 홍콩에 와서 놀란 것 중 하나가 매일 사용하는 일회용품의 양과 음식물이며 각종 재활용품도 함께 뒤섞어 버리는 쓰레기 처리 방식이었다. 내 나름대로 장바구니를 챙겨 다니고, 텀블러를 쓰고, 분리수거하며 전기 코드를 잘 뽑고 나가는 것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생각을 바로 깨부수었다.
텀블러 쓰기, 대중교통 타기, 불 끄고 나가기, 분리수거하기…. 많은 사람이 이런 방법을 생각하겠지만 그런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런 수준은 훨씬 넘어야 한다. P.135
특히 100개의 글로벌 브랜드 기업이 전 세계 1차 생산물의 25%, 전 세계 총생산의 40~50%를 차지한다. 78억 명의 소비자가 텀블러를 쓰는 것보다, 100개의 글로벌기업이 에너지 생산을 전환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P.257
물론 이런 개개인의 행동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런 것들만으로 망가져 가는 지구를 되돌릴 수 없다. 우리는 기후 위기에 대해 인식하고 해결해나가려는 정부와 기업을 선택해야 한다. 우리의 소비가, 우리의 선택이 기업과 정부가 지구를 지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영향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국민이 요구하고 지켜봐야 정책이 바뀌고 산업계가 바뀐다. P.258
저자는 흥미로운 지표들을 여럿 소개했는데, 그중 하나가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Earth Overshoot Day)’이다. 인류가 지구 자원을 사용한 양과 배출한 폐기물 규모가 지구의 생산 능력과 자정 능력을 초과하는 날로, 그 해 주어진 생태 자원을 모두 그날까지 모두 사용했고, 이후부터 연말까지는 미래 세대가 사용할 몫을 가져다 쓰는 셈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날짜는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2022년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은 7월 28일이었다. 여름이 다 가기도 전에 이미 한 해의 자원을 다 사용했다.
이 외에도 연관 자료를 보다 보니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생태 적자(Ecological Deficit) 상태였다.
내가 죽기 전에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결말이 두려운 게 아니라 그 결말로 떨어지도록 지구의 운명을 던져버리는 사건이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는 게 두렵다. 지구가 무너지는 순간에 눈을 뜨고 있는 게 두렵다. P.45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 재난 영화들처럼 종말이 오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미래의 자원을 끌어다 쓰면서 이 지구가 영원할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내가 사랑하는 도시들이 물에 잠기고 내가 환경난민이 되는 날들이 곧 오게 될지도 모른다.
목소리를 내자. 지구를 지켜내는 방향으로 소비하고 결정하고 요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