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어딘가에 도착하지 않아도, 걷는 동안 행복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멋진 삶일 테니까.
<호호호>, 윤가은
펜 끝으로 저 문장을 옮기는데,
내 안에서 조용한 울림이 일었다.
나는 지난 몇 개월동안 글을 쓸 때마다 흔들렸다.
잘 쓰고 싶다는 마음,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다는 욕심.
하지만 블로그 속 수많은 글들 사이에서
나의 글은 언제나 조금 서툴고 투박하다.
문학적 감성도, 글쓰기 공부도 없이
그냥 좋아서 쓰는 내가
이 길 위에 계속 있어도 되는 걸까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그런데 오늘, 이 문장을 필사하며 마음이 조금 놓였다.
꼭 어딘가에 닿지 않아도 괜찮다고.
끝을 정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글을 쓰는 그 순간,
내 안이 조금 고요해지고 따뜻해진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나는 글을 잘 쓰는 재능은 없다.
하지만 꾸준히 걷는 재능,
그건 조금 있는 것 같다.
걸음이 짧아도, 느려도
결국 길 위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니까.
오늘도 그냥 걷듯이,
그냥 쓰기로 했다.
1일 1포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쓰는 동안
내 마음이 조금 정돈되고,
조용히 나에게로 돌아오는 그 시간이 좋아서.
걷듯이 쓰고, 쓰듯이 걷는다.
어디에 도착하지 않아도 괜찮다.
글을 쓰는 동안 행복했다면,
그것만으로 오늘은 충분하다.
걷는 동안 행복했다면, 그걸로 충분히 멋진 삶이다.
윤가은, 〈호호호〉
@지혜롭게, 몌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