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씩 쌓아올린 나의 시간들

by 몌별


훈련은 자산감의 원천입니다.
하기 싫은 일에 인내를 더하고,
덜컥 겁붙터 나는 과제에 맞설 용기를 주며…
스스로 일어서게 해줍니다.
<지적 생활의 즐거움>, P.G. 해머튼

문득 내가 책을 읽기 시작하던 초입의 마음이 떠올랐다.



책을 읽는다는 것이 거창한 지적 욕망이나 고귀한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마치 하루의 의무처럼 느껴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저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고,

때로는 그 의무감이 나를 책 앞에 억지로 세워두기도 했다.


어느 날 『일독』이라는 책을 접하면서 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나는 왜 책을 읽으려 하는가?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위해 읽으려 하는가?


그때까지 나는 꽤 편향적인 독서를 해왔다. 소설, 수필, 시, 동화.

좋아하는 분야의 책만 골라 읽었고, 경제나 자기계발서처럼 흥미가 가지 않는 영역은 애초에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그저 익숙한 문체와 편안한 내용만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훈련하듯 조금씩 편향적인 독서를 벗어나 독서의 범위를 넓히기 시작했다.

자기 계발, 철학, 교육, 예술 등으로

하루에 한 쪽이라도, 한 장이라도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큰 목표를 붙들면 쉽게 지쳐버리기에, 아주 작은 단위로 나를 움직였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독서는 내 하루의 일부가 되었고

일주일에 한 권 정도는 자연스레 읽게 되는 리듬이 만들어졌다.



내 취향과 맞지 않는 책은 여전히 어렵다. (특히 종교나 철학책이 그렇다.)

1일 1독과 같은 거대한 목표는 애초에 내 방식이 아니다.

남들과 비슷한 양으로 독서할 순 없었지만,

분명 훈련같은 독서 습관을 가지게 되면서 나는 매해 두 자리 숫자의 책을 꾸준히 읽는 사람이 되었다.



처음엔 읽은 책이 나열될 때 희열이 있었다. 남들에게 보여주려고 읽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이후로 어떤 책을 읽었는 지 앱에 기록하기 보다, 책의 제목과 책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에 대해 기록하였다. 그러면서 문득 깨달았다.

books-1617327_1280.jpg 출처 : 픽사베

그동안의 훈련을 통해 쌓여진 것은 책이 아니라 결국 였다.



글을 쓰기 시작한 뒤로, 독서를 곁에 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더 자주 실감한다.

그러나 두 가지를 함께 이어가는 일은 내게 아직 버거운 부분이다.



그래서 요즘은 글쓰기와 독서 사이의 균형점을 찾으려,

‘훈련’하듯 하루를 정렬하고 있다.



내가 읽는 한 장의 페이지는 아주 작고 사소해 보이지만

그 작은 축적이 나에게 자신감과 작은 성공들을 선물하고 있다 느낀다.



책을 읽는 일은 설레기도 하지만 여전히 어렵고 두렵다.

그 두려움 앞에서 나는 한 장씩 넘기며 훈련하듯 앞으로 나아간다.



훈련은 결국 나를 움직이게 하는 가장 조용한 용기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지혜롭게, 몌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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