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좋은 공립학교 보내기
영국 발령이 결정된 후 신랑은 영국 생활을 준비하고 나는 한국생활을 정리했다. 신랑이 가장 많은 시간을 공들여 알아본 것은 엘라 학교였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에 나온 페어팩스(Fairfax)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신랑은 학군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기에. 그런 신랑을 보며 사촌언니왈 "대치동 엄마 저리 가라야. 교육열 0.01% 속하는 엘라파."
참고로 페어팩스는 미국 워싱턴 디씨랑 가까운 동부 버지니아 주의 한 도시다. 학군 좋기로 유명해 '미국의 8 학군’에 비유하며 교육열 높기로 유명한 동네. 좋은 ‘공립학교'를 1등으로 졸업하고 대통령상까지 받은 신랑은 꼭 사립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엇이든 잘 물어보는 엘라파, 런던에 살고 있는 지인들에게 ‘런던 학교 정보’를 구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질문하다 보니 (아이 셋을 훌륭한 공립학교에 보낸) 진정한 고수를 찾기도. 덕분에 퇴근 후에는 런던 학교와 관련된 산더미처럼 쌓인 책과 프린트를 공부하며, 그녀에게 질문했다. 그렇게 미리 준비해서 예약을 잡았기 때문에 런던 도착과 동시에 학교 방문 투어를 할 수 있었다. 학교가 대충 윤곽이 보여야 집도 어떤 동네로 구할지 감이 오니까.
우선 영국 학교 시스템은 한국과 다르다. 학년 시작이 3월부터인 한국과 달리 영국은 9월부터. 한국의 취학연령은 1월 1일 자 기준이지만, 영국은 9월 1일 자 기준 만 5세이다.
만 3세는 유치원(Nursery:널서리), 만 4세는 예비 초등(Reception:리셉션)을 다닌다.
다음은 의무교육기간에 속하는데,
만 5, 6세는 초등학교 저학년에 해당해서 Key Stage 1(Year 1, Year2),
만 7-10세는 초등학교 고학년 Key Stage 2,
만 11-13세는 Key Stage 3인 중등학교(Secondary School) 전반부 3년,
만 14-15세는 Key Stage 4인 중등학교(Secondary School) 후반부 2년,
총 11년(초등 6년, 중등 5년)이다. (참고로 후기 중등(2년) 후 대학 진학)
2014년 7월생인 엘라는 2017 11월(만 3세)부터 영국 유치원(널서리)에 다니게 된다.
런던 공립학교는 학교와 집의 거리를 기준(이하 catchment area)으로 학교를 배정하며 교육비가 무료이다.
거리로 볼 때 햄스테드(Hampstead)의 경우 학교 바로 옆에 집을 구하지 않는 이상 떨어질 확률이 높은데 마땅한 집이 없었다. 시기로 볼 때 엘라는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런던에 왔던 것이 신의 한 수였다. (학기 중에 오게 되면 자리가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다음은 엘라네가 런던에서 부촌으로 통하는 NW8 지역의 세인트 크리스티나(Saint Christina's School) 사립학교를 차선책에 두고 우수한 공립학교를 찾았던 과정이다.
1. 살고 싶은 동네가 정해지면 해당 지역의 council홈페이지에 들어간다. 예를 들어 camden council은 www.camden.gov.uk에 들어가면 된다
2. 홈페이지의 Education메뉴에서 primary admissions를 선택.
3.Primary Admissions를 클릭하고 들어가면 Starting schools in Camden 2022(매년 변경되고 council마다 비슷한 이름으로 council 홈페이지에 올라옴)이라는 pdf파일이 보인다.
4. 이 파일의 뒤편에 과거 2년간 학교 지원 경쟁률, catchment area 등이 나오니 이거를 참고해서 집을 구하면 된다. 혹시 조금 더 긴 과거를 보고 싶으면 council에 이메일을 보내서 문의하면 알려준다. (엘라파는 과거 5년 데이터를 참고했다.)
5. 가장 좋은 것은 원하는 학교의 catchment area안에 확실하게 들어갈 수 있는 가까운 집을 구하는 거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원하는 학교 두 개의 catchment area안에 집을 구하면 학교 신청하는 시기에 들어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져 유리하다.
6. 위의 내용은 만 4세 예비 초등(Reception: 리셉션) 지원할 때 기준이다. 예비 초등(리셉션)에 들어가려면 보통 전년도 12월에 희망하는 학교 3곳을 council 홈페이지를 통해서 지원하게 된다. 이때 희망하는 학교 catchment area를 잘 고려해서 집을 구하면 원하는 학교의 입학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A라는 outstanding등급의 학교의 catchment area가 0.3 mile인데 구하는 집이 학교로부터 0.1 mile이면 입학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다. 또한 B라는 outstanding학교의 catchment area가 0.4 mile인데 구한 집의 B학교와의 거리가 0.2 mile이면 A 및 B학교에 들어갈 확률이 그만큼 높아져 A가 혹시라도 안될 경우에도 B학교의 입학 가능성이 높다.
7. 예비 초등(리셉션) 보다 높은 레벨 입학을 원하는 경우 학교에 연락해서 현재 waiting list에 몇 명의 아이들이 있는지 문의한다. 이 경우 먼저 waiting list에 올렸다고 유리한 게 아니라 학교에서 얼마나 가까운 집에 사는지에 따라 waiting list내에서의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waiting list 1순위 아동의 집이 학교에서 0.2 mile인데 내가 구한 집은 학교에서 0.1 mile이라면 내가 우선순위가 높아진다. 다만 자리가 날 때까지 아이가 학교에 다녀야 하므로 배정받는 공립학교가 괜찮은 학교면 공립으로, 만족할만한 수준의 학교로 임시 배정받지 못하면 사립학교를 잠시 다니는 것도 하나의 옵션으로 생각할 수 있다.
엘라네는 프림로즈 힐(Primrose Hill)을 1순위, 세인트폴(St Paul's)을 2순위로 신청했다. 물론 두 군데 모두 안정적인 catchment area 지역에 속했고, 1순위가 당첨되었다. (영국 도착하자마자 다녔던 유치원은 차로 태워줘야 했는데 이제는 걸어서 10분이면 도착. 얼마나 감사한가?) 엘라는 행복한 영국 학교 생활을 했고, 엄빠는 덩달아 만족스러웠다.
이제는 유럽 라이프를 즐기는 일만 남았을 뿐. 그래서 틈만 나면 셋이서 떠났다. 여행지에서도 초반에는 티격태격 싸웠지만 모난 돌이 둥글어지듯 시간이 지나자 서로에게 최고의 여행 메이트가 되어주었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이 영화 [원더풀 라이프]와 관련해서 이런 질문을 했다. “당신이 천국으로 갈 때 단 하나의 기억을 가져갈 수 있다면 어떤 기억을 고르고 싶나요?”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셋이서 축구장만큼 넓은 하얀 눈밭에 뒹굴며 오로라 향연을 보던 순간이요.”라고 답할 것이다.
오로라가 춤추듯 움직이는 광활한 하늘 아래에서는 힘들었던 기억, 고민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졌기에. 살아 있는 기분을 느끼며,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할 정도로 천국을 맛 본 경험. 이 경험이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그때는 미처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