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유학, 두 마리 토끼 잡기

(2편) 내 인생에 유학이라니!

by 마이 엘리뷰
(유학 일기는 매주 목요일 아침 연재합니다)

- 내 인생에 유학이라니 -

(1편) '유학' 가고 싶던 아나운서
ㅡ 사진으로 담아보는 유학 준비 스토리

(2편) 틈새시간, 나처럼 지내봤니?
ㅡ 방송+유학, 두 마리 토끼 잡기
ㅡ 공부 잘되는 카페 명소 TOP 7

(3편) 막상 유학 와보니 말입니다!


아나운서 시절, 유학 준비. 그 두 번째 이야기. 때는 바야흐로 2년 전 봄 무렵이었다. 주경야독, 야경주독의 골고루 섞어낸 하루가 이어지던 시절이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무언가 다른 것을 엿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게임이다. 일하면서 연애도 열심히 하려면 내 능력도, 내 외모도 두루 챙길게 많으니 여우 같은 센스 잘 발휘해야 하지만, 일하면서 유학 준비하려면 뭣보다 공부에 투자할 시간 절대량이 충분치 않아서 더더욱 '시계'에 예민한 삶을 살아야 한다. 최근 김수현 작가님의 신간, <애쓰지 말고 편안하게>를 읽고 있는데, 이 당시에는 정말 누구보다 '애쓰며' 24시간을 보냈다. 지금 돌이켜보니 앞에서 언급한 직장생활 + 유학 준비 + 현 남편과의 연애 = 세 마리 토끼 다 잡으며 보낸 하루하루였다. 회사를 '결석'할 수 없는 사원이 매일매일 표준업무시간을 거르지 않으며 살아가되, 또다른 내일을 위해 유학을 꿈꾸던 나날들, 그 속에서의 틈새시간 활용기를 시간대별로 풀어봤다.


12시-21시 회사에서의 방송하면서 틈새시간 여우같이 공부하기
방송할 땐 방송에 온전에 집중. 틈틈이 비는 시간은 '영어공부'로 채워 넣기. 늘 영어자료 한가득 이고 지고 출퇴근해야 직성이 풀리던 시절.
새벽 5시 5분.

나는 이 시간이 참 마음에 든다. 좋아하는 숫자 5가 두 개나 겹치기도 하지만(!) 그 누구도 흔히 일어나지 않는 시간이라서 '희소성'있는 기상시간이니까. 잠깐 후배의 아침 뉴스를 대신해줄 때 종종 이 시간에 힘들게 일어나곤 했는데, 유학 준비를 위한 영어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이때의 기상이 일상이 됐다.


2009년 아나운서가 되고 난 뒤 늘 저녁뉴스만 진행해서 늘 공식 출근시간이 12시 이후인 삶을 10년이나 살았다. 하지만 2015년부터 <정오의 희망곡>을 진행하면서 적어도 11시에는 라디오 스튜디오에 스탠바이. 바지런 떤다면 출근 전까지 족히 4시간은 집중하고 회사로 향할 수 있다. 방송 직전에 메이크업과 헤어를 담당해주시는 전문가가 회사에 있으시니 오전엔 노메이크업으로 쿨하게 집을 나선다. 양손 가득 공부할 거리를 한 가득이고서 씩씩하게.


아무도 입장하지 않은 도서관 짜잔. 아침 7시가 채 되기 전, 주차장에서 리스닝하며 입장 대기하기
아침 6시 30분.

춘천 청소년 시립도서관의 개관 시간은 아침 7시. 나는 무언가 한 가지 미션에 꽂히면 계속 같은 걸 반복하며 하나의 '루틴'을 만들고 습관화하는 걸 즐기는 편. 이 시절 꽂힌 게 바로 이 미션이다. '도서관 열람실 1등 출석하기'.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하물며 1등 출석 10번 하면 아메리카노 한 잔 공짜입니다... 와 같은 깜짝 선물이 걸려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참 지독하게 이걸 반복했다. "내가 오늘도 가장 먼저 왔네?"에서 주어지는 남모를 성취감으로 하루를 열면, 그날은 내가 좀 더 열심히 살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붙기도 했다.


더불어 아침 7시에 딱 도서관 문을 열면 내가 매일 앉길 좋아하는 딱 그 자리에 출석도장을 찍을 수 있으니, 이것 역시 대단한 희열감을 준다는 것! 해본 사람은 안다. 오전 시간만큼은 그곳이 내 지정좌석인 셈. 30분 전쯤 도서관 앞마당 주차장에 도착해서 토플 리스닝 파일을 블루투스로 연결해 두고 두뇌회전 워밍업을 해본다. 초봄엔 해가 뜨는 장면을 찬찬히 즐기면서 가볍게 스트레칭을 즐기기도 했다.


아침도서관 중독자. 도서관에 1등 입장한다는 것. 내 마음에 쏙 드는 내 자리를 찜할 수 있는 매력.
아침 10시 50분.

낮 12시, 강원지역에 송출되는 <정오의 희망곡>을 진행으로 그날의 방송을 시작했다. 그러려면 11시쯤에는 라디오 스튜디오에 앉아 그날 방송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해야만 한다. 아침 10시 50분, 서서히 시계에 눈이 가고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하는 무렵. 다행히도 내가 출석도장을 찍던 도서관은 방송국에서 차로 단 3분 거리. 운도 참 좋지, 어쩜 일하는 공간 코앞에 이렇게나 좋은 스터디 공간이 있는 걸까. 늘 짐을 한 보따리씩 챙겨 다녔으므로 다시 공부 거리를 바리바리 싸서 정리하는 시간만 꽤 한참 걸린다. 11시가 되기 10분 전, 신데렐라처럼 얼른 이곳을 떠날 준비 마치기.


도서관에서는 주로 리스닝과 리딩 공부를 했다. 회사 자리에 앉아 쓸 수 있는 틈새시간은 단어 암기나 스피킹, 라이팅 템플릿을 외우는 게 제격이다. 그와 반대로 리스닝과 리딩처럼 집중력 끊기지 않게 '쭉' 이어가야 하는 영역은 도서관에서 충분한 시간이 확보될 때 공부가 안성맞춤. 아무리 공부가 하기 싫은 날에도 일단 리딩이나 리스닝 문제를 풀기 시작하면 모의 점수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 시간, 두 시간은 금세 흘러간다. 엉덩이 굳게 붙이고 앉아서 흐트러지지 않으려면 매일 같은 자리에서 같은 종류의 공부를 묵묵히 하는 편이 좋다. 전 편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생각보다 지역 도서관에 공부하시는 어르신들이 많아서 무언의 자극을 받기도 딱이다. 이 세상 정말 나만 열심히 살고 있는 건 아니었구나. 매일 자각하며 하루를 이어갈 수 있다.


마음만 다잡으면 일하는 틈틈이 꽤 쓸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사실.

낮 3시 30분

회사에서 가장 흐트러지기 쉬운 시간대가 바로 이때. 방송일정이 몰리고 겹치면 공부고 뭐고, 일에만 매달려도 혼이 쏙 빠지는 시간대이지만, 때로 방송 스케줄이 없을 땐 무료하게 훅 흘러가버리는 시간. 오후 방송을 위해 마음을 가다듬고 잠시 목을 축이며 휴식 취하기도 좋은 시간이지만, 이왕 휴식을 취할 거라면 그 옆에 은근슬쩍 단어장이나 스피킹 영역 모의문제를 내려둔다. 두 눈을 45도 각도로 내리 바라보며 입으로 끊임없이 중얼거리기. 스피킹 문제를 보며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머리로 한번 생각해보고 입으로 나만의 답변을 만들어보기.


어차피 시험장에서도 즉흥적으로 답변해야 하므로 굳이 필기구를 거창하게 준비할 필요도 없다. 중간중간 내레이션을 녹음하러 스튜디오에 내려가거나 방송이 아닌 기타 다른 행정업무를 처리해야 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누군가와 소통하며 모호하게 비어버리는 '킬링타임'이 있다면 이런 공부가 제격이다. 단어장에 단어와 참고하고 싶은 문장 몇 개를 적어두고 순간순간 들고 다니며 '쓱' 보는 식으로 킬링타임 될 만한 시간을 '심폐소생'해 내는 것도 하나의 팁.


마음을 놓아두면 그냥 '훅' 지나가 버릴 지도 모르는 아까운 시간들...하나같이 다 긁어모을 테다.

낮 5시 10분.

오후 라디오 5시 뉴스가 끝나고 그다음 5시 40분쯤 오후 티브이 뉴스를 준비한다. 방송용 풀 메이크업을 위해 분장실로 향하는 시간. 분장실에서 거울을 바라볼 때도 앞의 방식을 응용한다. 단어장 앱을 켜 둔 채 단어가 슬라이드로 흘러가게 설정해두면 메이크업을 받으면서도 익숙하지 않던 단어들과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 꽤 넉넉히 확보된다.


분장 선생님과 수다 떨면서 슬쩍슬쩍 본 단어나 문장 중 하나라도 기억에 남는다면 괜찮은 소득이라고 생각해뒀다. 몽땅 다 외우지 못해도 전혀 상관없다. 어차피 문장이든 단어든 수십 번 반복하지 않는 한 잊어버리는 게 당연하니까. 그냥 자꾸 들여다보는 습관을 만들어 두는 거다. 멍하니 지나가는 시간이 쌓이고 쌓이면 그다음 텀에 공부하기 귀찮아질까 봐 마련한 특단의 대책.


특히 미국대학원 입학시험, GRE 시험에는 평생 쓸까 말까 싶은 요상한 단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렇게 안 친한 단어일수록 방법은 단 하나. 잠깐잠깐이라도 자주 보기. 분장하면서, 뉴스 생방송 대기하면서 슬쩍슬쩍 뭐라도 보면 멍하니 앉아서 흘려보낼 1시간이 좀 더 쫀쫀하게 채워진다. 단 누군가가 옆에서 불쑥불쑥 말 걸 때 '못 들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자. "앗, 죄송해요. (단어 외운다고 못 들었는데) 다시 한번만 말씀해주실래요?"


뉴스 준비부터 바지런히 철저히 마쳐두고, 시간 닿는 대로 틈틈이 단어 하나, 표현 하나, 속으로 떠올려보기.
저녁 6시

퇴근시간까지 딱 3시간 정도 남은 시각. 회사 구내식당에 가서 저녁식사를 해도 되지만 나는 주로 회사 카페에 영어 자료를 껴 앉고 가서 간단한 디저트와 커피, 혹은 차를 마셨다. 평소 워낙 카페 스터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 시간 대가 퇴근 직후 시간대여서 그런지, 사내 직원도, 외부 손님도, 카페에 없는 시간. 그 널찍한 전망 좋은 카페가 나 혼자만의 것이 되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조용한 카페에 앉아 영어 스피킹 연습을 하며 입을 풀기도 하고, 저녁 뉴스데스크 방송 시간 전까지 영어 기사를 읽기도 한다. 한국 이슈를 영문으로 써낸 기사를 한 두장 출력해 읽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뉴스 앵커로 일하다 보니 국내 사안에 대해 잘 꿰뚫고 있어야 하는 것도 일의 일부인데 영어로 다시 한번 읽으면 이슈도 되짚고 영어표현력 다지는 데도 도움이 된다. 회사 식당의 텔레비전 보면서 대충 흘려보내고 말았을 1시간. 카페 놀이도 하고 공부도 하고, 꽤 괜찮은 힐링타임. 그리고 밤 스터디를 위한 일련의 워밍업. 이 시간에 놀면 밤공부도 하기 싫어지더라는 함정.


회사 카페에서 보내는 저녁 시간. 아무도 없는 회사 카페에서 나만의 스터디 모드 즐기기. 춘천의 힐링 경치는 덤.
저녁 8시

밤 뉴스데스크 지역뉴스를 진행하는 생방송. 모든 방송 하나하나가 다 중요하지만, 하루 일정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시간. 당연히 생방송 지역뉴스에 올곧이 집중하지만, 딱 한 가지 나 홀로 정해둔 미션이 있었으니, 하루 한 가지 사안에 대해서 가상 인터뷰하고 대답한다고 가정해보기.


서울 스튜디오에서 전국권 뉴스를 다룬 뒤, 강원지역의 뉴스로 넘어오기까지 약 20분 정도의 시간이 있는데 그 사이 틈새시간을 활용하면 충분히 재밌는 게임이 된다. 완벽하게 통 번역할 실력은 안되지만 어쨌든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유학을 꿈꾸는 자에게 영어로 커뮤니케이션 해보고자하는 능력을 조금이라도 쌓고자 고군분투하는 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필요할 테니. 눈 딱 감고 속으로 중얼중얼 고고.


회사에서 공부를 좀 더 하고 갈 것인가. 도서관에서 들러 밤공부를 마무리 짓고 퇴근할 것인가.


밤 9시

드디어 회사에서의 하루 일과 끝. 이때 두 갈래의 고민이 시작된다. 회사에 남아 영어 라이팅을 하고 갈 것인가. 아니면 다시 회사 옆 도서관으로 향할 것인가. 도서관 열람실에서는 키보드를 칠 수가 없기 때문에 작문 연습이 더 필요할 것 같은 날엔 회사에 남았고, 다른 공부 보충이 필요할 땐 도서관에 갔다. 퇴근 시간에 바로 집으로 퇴근해버리는 건 최대한 지양했다. 집에 가면 온몸이 축 늘어져서 마냥 쉬게만 되니까.


9시부터 집중만 잘하면 2시간은 알차게 쓸 수 있는 거다. 2시간이 그냥저냥 흘러가버리면 '유학 준비하는 직장인'의 모양새가 흐트러진다. 회사 옆 도서관은 11시에 문을 닫는다. 출근 전 도서관, 출근 후 도서관을 출석도장 찍는 날엔 스스로도 잘했다고 토닥토닥 칭찬해주기. 몸이 바스러질 것 같이 피곤하지만, 뿌듯하게 마무리한 날은 그다음 날도 열심히 하고 싶다는 의지가 잘 다져지므로 오늘도 윈, 내일도 윈. 윈윈 할 수 있는 비밀병기가 된다.


회사 바로 옆에 이렇게 좋은 공부 공간이 있다는 것도 운명적이야.
밤 11시

도서관 문 닫는 시간. 회사에서 마지막으로 나서는 시간. 아! 간혹 회사 내 자리에 남아서 공부를 하다가 편집실에 남아계시던 AD분이나 작가님과 마주치면 서로 "아이코, 깜짝이야" 놀랄 때도 허다했다. 각자 "나 혼자 회사를 지키고 있는 거겠거니." 생각해두고 있다가 나 아닌 누군가를 마주하면 심장이 쿵 할 수밖에.


종종 속도가 영 붙질 않아서 시간이 늘어지게 공부한 날은 자정을 넘겨 회사문을 나서기도 했다. 집에 갔다면 분명 미드 몇 편 몰아보다가 소파에서 잠들었을 거야. 냉동실 문을 열어서 나도 모르게 아이스크림을 한입 물고 말았을 거야... 그러지 않고 나 자신을 참아냈음을 최대한 뿌듯하게 생각하며 하루 마무리 짓기. 그렇게 다음날 새벽 5시에 새로운 날을 시작할 준비하기.


집에 바로 퇴근해버리면 소파에서 잠들어버릴 게 분명하잖아. 마음 다잡고 조금만 더 집중하다가 퇴근하기.
지역 도서관 곳곳에는 나보다 더 열심히 집중하는 분들이 많아서 매일매일 건강한 자극.
매일 밤 생방송 뉴스데스크는 빠짐없이 진행해야 하지만, 틈틈이 낮에 휴가를 내고 토플 모의고사 시험장 다녀오기. 몸과 마음은 바빴지만 그 언젠가 유학길에 다가설 날을 꿈꾸며.
평일 춘천 근무가 끝나고 주말에 서울 집에 올 때면, 역시 주말 새벽같이 나가서 토플 모의고사 치르기. 모든 시험은 최대한 앞번호가 진리.



브런치 정유진 작가가 출간한 책에 다시 한번 에너지 충전하고 유학에 대한 마음 다잡기. 그렇게 미국 대학원은 현실이 되다!
방송진행과 유학준비 두 마리 토끼 야무지게 다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