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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명 Oct 23. 2023

02화
천혜의 비경을 품은 섬, 울릉도

〈내 취미는 효도〉국내 효도 여행 추천



엄마의 여행은 어땠을까?


“엄마,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이 언제야?”, “다시 떠나고 싶은 곳은?” 엄마는 잠시도 고민하지 않고 “여행? 너희랑 좋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 먹는 거지!”라고 답했다. 엄마에게 여행은 우리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고, 아빠에게 여행이란 우리를 좋은 곳에 데려다주는 것이었으리라. 어린 엄마는 여행의 재미를 알기에 너무 분주했고, 어린 아빠는 여행의 이유를 깨닫기에 너무 고단했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엄마·아빠와 함께 여행을 떠나야 하는 첫 번째 이유다. 다가오는 여름, 천혜의 비경을 품은 섬 울릉도로 엄마와 팔짱 끼고 아빠와 손잡고 떠나보자.     


울릉도 독도전망대, 날이 맑았지만 아쉽게도 독도는 보이지 않았다. ⓒ 김광명





엄마와 아빠의 진짜 여행, 울릉도 스탬프투어


우리가 성인이 되었을 무렵, 엄마와 아빠는 옛 친구들과 차곡차곡 부은 곗돈으로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나셨다. 여러 곳을 다녀왔지만, 여행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묻노라면 늘 한인 식당에서 먹은 음식 이야기뿐이었다. 여행사 깃발을 쫓아다니느라 여행지를 다 보지 못하고 허겁지겁 그렇게 여행을 다녀오셨더랬다. 쫓아다니느라 지치는 그런 여행 말고, 이제는 엄마와 아빠의 진짜 여행을 떠나보자. 

천혜의 비경을 품은 섬 울릉도에는 스탬프북 투어가 준비되어 있다. 스탬프북은 도동항, 저동항, 사동항 관광안내소에서 발권할 수 있으며, ‘스탬프 찾아 섬 한 바퀴’라는 글귀와 함께 총 18곳의 관광지가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우리는 울릉역사문화체험센터와 도동등대, 독도전망대, 독도박물관, 옛 군수관사, 봉래폭포, 관음도, 천부해중전망대, 나리분지, 독도의용수비대기념관, 안용복기념관, 울릉천국, 예림원, 태하향목모노레일 까지 무려 14곳의 스탬프를 찍었다. 엄마와 아빠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스탬프를 찾아다녔다.     

 

〔Good Point〕 스탬프투어는 낯선 지명이나 여행 중의 일화를 더욱 잘 기억나게 해줘요. 여행 전과 여행도 중요하지만, 여행 후에도 잊지 않고 자주 여행 이야기를 나눠주세요!     




기타를 든 장발의 아빠, 울릉천국 아트센터


울릉천국 아트센터는 포크가수 이장희가 제공한 울릉천구 일부 부지에 경상북도 울릉군이 힘을 합쳐 세운 아트센터로, 소전시장과 카페, 야외 공연장과 연못 등이 마련되어 있다. 울릉도 유일의 분지인 나리분지에서 잠시 쉬었다가 웅장한 송곳산이 바라다보이는 울릉천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세상살이 지치고 힘들어도 걱정 없네 사랑하는 사람 있으니’ 울릉천국 아트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울릉도는 나의 천국’ 노래의 첫 소절이다. 

우리네 삶도 세상살이 아무리 지치고 힘들지언정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가 곁에 있으니 걱정 없다. 카페로 올라가자 음악 소리가 점점 더 커졌고, 그곳에는 기타를 든 장발의 어린 아빠가 있었다. 아빠의 청춘을 엿보고 싶어 이곳에 들렸으니, 여행 계획이 제대로 성공한 셈이다. 이곳을 다녀오고 나서 아빠와 엄마는 여행이 끝나는 날까지 ‘모~두들 잠드는 고요한 밤에’, ‘그건 너’라는 노랫말을 흥얼거렸다.  

    

〔Check Point〕 야외 공연장과 연못 등 아트센터 일대가 생각보다 넓어 체력 소모가 많아요. 아침 및 점심을 먹은 뒤에 여유롭게 관람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울릉천국 입구 '울릉도는 나의 천국' 시를 감상하고 있는 엄마와 아빠
(좌) 울릉역사문화체험센터 내 스탬프, (우) 울릉천국 앞 스탬프 ⓒ 김광명








예림원 전경 ⓒ 김광명

엄마에게 바치는 들꽃 한 다발,

울릉도 예림원


울릉 예림원은 국내 최초의 문자 조각 예술공원으로, 울릉도 자연의 아름다움과 문자를 나무에 새기고 다듬어 조형미와 생명력을 가득 담고 있다. 이곳에서는 천연기념물인 울릉 향나무와 서로 다른 나무의 뿌리가 붙어 자라는 연리근도 볼 수 있다. 층층 계단을 올라 예림원 전망대로 오르면 멀리 현포항과 대풍감 전경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해마다 10월에 울릉국화와 해국 축제도 열린다고 한다. 

우리는 그보다 앞선 9월에 예림원을 방문했는데 형형색색 들꽃과 아름다운 문장이 마음을 울렸다. 아빠는 연신 환호성을 질렀고, 그럴수록 엄마는 점점 더 말수가 줄어들었다. 한걸음에 한 장씩 연신 사진을 찍느라 아이처럼 들뜬 엄마의 모습을 보니, 그 들꽃을 온통 뜯어다 엄마에게 드리고 싶었다. ‘나를 꽃피우기 위해 거름이 되어 버렸던 그을린 그 시간을 내가 깨끗이 모아서 당신의 웃음꽃 피우길.’ 가수 김진호의 노래 가족사진의 가사이다. 엄마들의 메신저 프로필 사진은 대개 꽃이다. 노란 개나리, 붉은 명자꽃, 흰 목련, 그리고 또 이름 모를 여러 들풀까지. 예림원의 들꽃보다 더 아름다운 당신의 웃음꽃이 우리의 여행에서 더욱 깊어지기를.     

 

〔Check Point〕 예림원 전망대의 높이는 생각보다 높아요. 엄마와 아빠의 안전에 주의를 기울여 주세요! 정원 내에 카페가 마련되어 있어 커피와 차를 마실 수 있어요.    



(위) 예림원 전망대로 오르는 길, (아래) 예림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예림원 일대와 저 멀리 공암(코끼리바위) ⓒ 김광명


  



셋이 먹다 셋이 죽어도 모를, 만광식당 꽁치물회


한여름에 에어컨보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려면 울릉도 만광식당을 찾아가 보자. 지금까지 먹었던 물회는 물회가 아니었다는 찬사가 나올 정도로 맛이 좋았다. 난생처음 맛본 꽁치물회는 꽁치살에 양념이 배어들도록 수저와 젓가락을 휘휘 저으며 비벼야 한다고 맛이 더욱 좋다고 하였다. 사장님이 알려준 대로 쓱쓱 비벼 사르륵 녹는 꽁치살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깨끗이 비웠다.

새로운 음식을 맛보기를 좋아하는 엄마는 맛있다며 연신 손뼉을 쳤고, 입맛이 까다로운 아빠도 맛이 아주 좋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꽁치물회와 함께 오징어 전과 직접 담근 동동주도 함께 곁들이니 풍미가 넘쳤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아름다운 울릉도라도 배가 고파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엄마와 팔짱 끼고 아빠와 손잡고 울릉도에 도착했다면 만광식당의 꽁치물회 한 접시는 잊지 말고 먹어보자.      






울릉도 여행 정보     


☞ 울릉도 관광안내소

도동 관광안내소 054-790-6454

저동 관광안내소 054-791-6629

사동 관광안내소 054-791-9163     


☞ 울릉천국 아트센터

경북 울릉군 북면 평리2길 207-16

매일 09:00~17:30(1~2월 휴관입니다)

☏ 0507-1313-3993

공연(목, 금, 토) 40,000원, 아메리카노 5,000, 카페라떼 5,500 등

단체석, 주차, 포장, 예약, 무선인터넷, 남/녀 화장실 구분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ulleung.heaven/     


☞ 울릉 예림원

경북 울릉군 울릉순환로 2746-24

매일 08:00~18:00 일몰시까지

☏ 054-791-9922

일반(성인 5,000/단체 4,000), 학생(일반 4,000/단체 3,000), 경로/유공자 4,000원

홈페이지 http://xn—ox2bsd960bcuayd.kr/index.html      


☞ 만광식당

경북 울릉군 북면 울릉순환로 3112

☏ 054-791-6004(영업시간 매일 변동, 문의 요망)

꽁치물회, 오징어물회, 해삼물회 등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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