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리드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매미 May 06. 2021

존버왕, 정욱교

READ YOU 인터뷰 #5




한 사람의 인생은 곧 한 권의 책이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은 책을 한 권 읽는 것과 같다.
우리와 비슷한,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공감과 위로, 용기를 나누고 싶다.




READ YOU : Interview
#5. 정 욱 교


부산시민팟캐스트 <051FM>은 지속가능한 부산을 기록한다.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는 방송. 그렇기에 <051FM>은 더 일상적이고 더 평범하다. 지역의 정체성은 지역주민들의 특별성이 아닌 보편성과 일상에서 정의된다. 특별할 것 없는, 그러나 어딘가 조금씩 다른 이들의 이야기들. 거대한 도시, 부산의 일상을 담는 작업은 금정구의 자그마한 녹음실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051FM> 스튜디오


ㅣ우선 <051FM>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부산 로컬 팟캐스트를 만드는 단체입니다. '지속가능한 부산을 담은 부산시민팟캐스트 방송국'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있어요. 부산에 사는 분들이 편하게 자기 얘기를 할 수 있는 그런 방송을 하려고 해요.

ㅣ'지속가능'하다는 게 무슨 뜻이죠?

저는 지역에 계신 분들을 하나의 문화공동체라고 생각해요. 같은 지역에 사시는 같은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 저희 방송을 통해 만나서 관계를 형성하고, 그로 인해 새로운 인연이 생기고, 새로운 일을 만들고. 그렇게 같은 것을 향유하다보면 지속가능하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저희는 지역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팀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저희 방송은 수단인 거죠, 목적이기 보다는. 

ㅣ<051FM>에서 진행 중인 컨텐츠들 소개 좀 해주세요.

[ 051초대석 ]
평범하지만 특별한 부산시민을 만나보는 방송이에요. 꼭 부산에 안 살아도 괜찮고요. 부산에서 학교를 다니든, 회사를 다니든, 김해에 사는데 부산에 친구가 많든, 부산 근처면 다 돼요. 아무나 누구나 올 수 있어요. 와서 그냥 자기 소개하시고 자기 자랑하시고. 그래서 이 방송을 하는 동안 만큼은 주인공으로 만들어 드리고 있어요.

[ 부산인디음악방송 ]
말그대로 부산 인디음악을 소개하는 방송입니다. 팬들이 지역아티스트를 소개하거나, 지역아티스트가 직접 출연해서 자기 음악과 음악이야기를 소개해주는 방송입니다.

[ 부산청년 삼시세끼 ]
지역의 청년 문화예술인들이 많아요. 노래, 연극, 미술, 무용, 문화기획 여러가지가 있잖아요. 이 분들을 모셔서 일대일 인터뷰를 진행하는 방송이에요. 지역의 청년문화를 기록함과 동시에 저희 방송을 통해 교류하는 시간을 만드는 것, 그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20회 정도 진행을 했는데, 9월 말에 20회 동안 나온 사람들을 전부 식사자리에 초대를 해서 만남을 가질 계획이에요.

[ 다이나믹 부산패밀리 ]
지역에 있는 각종 동호회들을 만나보는 방송이에요. 각 지역에 대학 동아리부터 온갖 단체들. 단체인데 사업적인 성격까지 안 가는 동아리 수준의 단체들 있잖아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기록을 하고. 이 방송은 단체 분들끼리 추억을 만드는, 그런 성격이 짙다고 보는게 맞는 것 같아요. 이분들끼리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 육다시일 ]
이건 동의대 얘기를 하는 방송이에요. 저희가 자체적으로 제작 지원 프로그램 같은 걸 진행해봤는데 동의대 학생분들이 지원하셨어요. 한 4회차정도 진행하는 걸로 목표를 하고 있어요. 진짜 동의대 얘기만 하는 거예요. 동의대 사람들만 왔기 때문에. (웃음) 이사람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얘기가 뭘까 생각했을 때, 자기가 속한 얘기를 하는 게 제일 맞더라고요. 이런 식의 프로젝트는 여유가 되면 계속 해볼 것 같기도 해요.

[ 051FM 뉴스 ]
저의 주간 보고같은 거예요. 주간 일기같은 건데, 그냥 기록을 남기고 있어요. 주에 한 번 하니까 활동시간을 측정하는 거예요. 이번주가 145번째 주가 된 거죠.

ㅣ이렇게 많은 방송을 한 번에 진행하면 버겁진 않으세요?

버겁단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업로드 날짜를 막 억지로 맞추려고 애쓰고 그러지 않거든요. 바쁘면 좀 있다가 늦게 할 수도 있고, 정 안되면 한 회 쉬어갈 수도 있고. 너무 의무적으로 하진 않아요.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한테도 항상 얘기해요. 이게 돈 받고 하는 게 아니니까, 돈 받는게 가장 중요하다. 돈 버는 일이 있다면 방송을 쉬어라.(웃음) 그렇게 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느슨한 규칙을 지키고 있는 거죠. 늦게 하되 월요일 것을 적어도 이번주 안에 올리자, 이런 거죠.

ㅣ 하나의 컨텐츠가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섭외 - 질문지 교환 - 녹음 - 편집 - 업로드 순이에요.
섭외 같은 건 제가 직접 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처음엔 당연히 섭외가 힘들었죠. 근데 제가 이 일을 10년 가까이 하다보니까 경력이 쌓이고 인맥도 늘어서 이제는 섭외 때문에 문제가 생긴 적은 없어요. 대본도 거의 안 짜요. 반복해서 진행을 하다 보면 진행하는 사람들도 감이 생겨서 기본적인 틀만 잡아놓아요. 대본 작성에 시간을 많이 쓰지 않아요. 편집도 많이 안 해요. 그 자리에서 편집도 바로바로 하는 편이에요. 녹음 하다가 말실수를 하시거나 이 내용은 좀 잘랐으면 좋겠다 하면 현장에서 바로 잘라 버려요. 후시 편집에는 시간을 최대한 안 쓰려고 해요. 저도 다른 일들을 해야 하니까요. 듣다보면 지루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기록에 초점을 맞춘 방송이기 때문에 굳이 잘라내고 꾸미고 하지 않는 거예요.

ㅣ되게 자유롭고 즉흥적으로 활동하시는 것 같네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속이 안 돼요. 돈으로 돌아가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ㅣ수익이 없나요?

팟캐스트로는 돈이 안 들어와요. 저희 활동으로는 돈을 벌지 않아요. 다른 컨텐츠를 제작하든지, 미디어교육을 하든지 해서 돈을 벌고 있어요. 다른 멤버들도 각자 본업이 따로 있고요.
그래서 저 외에 활동하시는 분들은 NO책임 NO권리예요. 저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쓰려면 돈을 줘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돈을 줄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뭘 시키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분들이 원하는 범위만큼 활동을 하는 거고, 이분들이 갑자기 하기 싫다면 안 하는 거고. 의무조항을 붙이고 싶지 않아요. 조금 더 큰 권리를 주되 더 큰 책임을 줄 수 있든지, 더 큰 권리를 주지 않되 내가 모든 책임을 지든지. 근데 전자보다는 후자가 지금으로서는 더 쉬운거죠.

ㅣ느슨한 관계로 유지되는 것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없나요?

문제점은 없어요. 근데 더 큰 일을 도모하는 게 어렵죠.
제 경험은 그랬어요. 대학시절엔 유대관계가 끈끈해서 더 많은 일들을 벌일 수는 있지만 그 성과를 누가 갖느냐 하는 문제가 생겨요. 돈도 돈이지만, 커리어나 명예 같은 실체가 없는 것들은 문제가 더 해요. 책임자에게 몰릴 수 밖에 없으니까. 그런 과정에서 내분이 생기는 거죠. 그런 것들을 잠재우려면 고용관계가 돼서 돈을 줘야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죠. 돈을 주려면 이런 컨텐츠를 만들면 안 돼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컨텐츠는 아니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들이 명확한 걸 해야죠. 근데 저는 그러려고 이 방송을 하는 게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형태가 제가 경험한 선에서는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좀 더 편하고 자유롭게.

"느슨한 규칙 덕분에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거예요"


ㅣ팟캐스트 진행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MBC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를 들으면서 라디오PD가 되겠다고 꿈을 꾸기 시작했어요. 근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우선 제가 공부가 하기 싫었던 게 제일 컸고요. 공채시험을 칠 자신이 없었던 거.(웃음) 그리고 지상파 취직해서 라디오PD 할 사람은 저 말고도 많아요. 더 잘할 분들도 많고. 그런데 우리 지역에 남아서 이런 활동을 계속 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안 하니까 저라도 이런 것을 해야 할 것 같았어요. 지역에서 컨텐츠를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게 하고, 우리 지역 이야기를 기록해나가는 활동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누군가는 고향을 지켜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도 조금은 해요. 사실 저는 저 같은 삶을 살라고 하지는 않아요. 이게 쉽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미래가 보장이 안 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삶을 살 수가 없어요. 하지만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조금 더 내가 보람을 느끼고 가치있게 시간을 쓴다면 저는 회사 다니는 것보다 이게 좋은 것 같아요.

ㅣ불확실성이 존재함에도 좋아하는 일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나요?

힘이랄 것까지는 없고요. 일단 오디오컨텐츠 시장이 커나가는 것을 제가 느낄 수 있어요. 여기에 저의 시간을 걸었을 때 분명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사실 수도권에는 오디오컨텐츠가 대단히 많이 활용되고 있고 시장도 많이 커졌어요. 그런데 부산에는 아직 안 내려왔단 말이죠. 저는 수도권에 있는 흐름이 부산에 넘어오는 데 3년 정도 걸린다고 생각해요. 그 흐름이 곧 올 거예요. 그것은 제가 확신하고 있어요. 이 지역 안에서 제가 가장 오래 했으니까. 그건 명확한 사실이에요. 제가 열심히하고, 저만 잘하면 기회는 분명히 온단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기다릴 수 있는 거죠. 

ㅣ가장 기억에 남는 컨텐츠가 있나요?

<들리는 캠퍼스>라고 있었어요. 부산지역에 있는 대학교 신문사 기자들을 세네팀 모아서 각 학교별 소식을 얘기하는 거죠. 저도 학교 방송국 출신이고 대학 언론인이라는 정체성도 좀 있어서 조금 도와줄 수 있는 게 있으면 도와주고 싶은 거죠. 제가 대학 방송국에서 활동할 때 가장 아쉬웠던 게 다른 학교랑 교류가 없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다른 학교 언론들끼리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거죠. 그런 게 행복했어요. 대학 언론인이라는 게 되게 외로운 활동이거든요. 이 사람들은 다 아싸예요. 친구를 사귈 시간이 없어요. 여기에 매진하다 보니까 학년이 올라갈수록 친구가 없어지는 거예요. (웃음)

성과로 따지면 <부산인디음악방송>이 인상적이었어요. 조회수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나왔고, 지역 인디씬에서 어느정도 인지도가 생겼어요. 실질적으로 이 방송이 지역 인디씬의 교류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하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지역에서 인디음악을 하는 분들은 '부인방'이 뭔지 다 아는 거죠. '부인방'이라는 하나의 공통점이 생겼으니까 소통하기도 더 편해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조금 더 빨리 친해질 수 있겠죠.

ㅣPD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자질을 가져야 하나요?

팟캐스트 제작자로서 얘기를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아요. 일단 사람을 좋아해야 하는 것 같아요. 애정이 없으면 안 돼요.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그 안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해 줄 내용을 찾고. 결국은 사람이 다 하는거니까.

그리고 '내가 뭔가를 알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모든 사람에게 배우려는 자세를 갖고 있어야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돼요. 예를 들어 중학생 게스트를 데려왔을 때, '내가 이 중학생한테 뭘 배울 게 있겠노'라고 생각하는 순간 아무것도 안 되는 거죠. 그게 열 살 먹은 아이든, 팔십 되신 어르신이든, 지위나 나이를 떠나서 다 배울 게 있거든요. 그런데 배우려하지 않고 게스트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나가겠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분들이 갖고 계시는 컨텐츠를 쉽게 내어주지 않으실 거예요.

ㅣ제작자나 PD는 이끄는 힘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네요.

물론 기획 단계에서 특정한 주제를 프로그램 안에서 정립하는건 중요해요. 그런데 거기서 세부적으로 게스트를 어떻게 요리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말 좋은 컨텐츠 제작자라면 말이에요. 그건 연기죠. 그 사람을 온전히 담은 게 아니고. 

ㅣ다른 매체에 비해 오디오 매체가 가지는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솔직함이죠. 영상매체에 비해 솔직해요. 영상은 다큐를 찍어도 결국은 짜고 치는 거예요. 듣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고 그것에 맞춰 촬영을 하는 거예요. 이미 답이 정해진 상태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거죠. 그것이 옳다 나쁘다의 문제는 아니에요. 하지만 매체 특성상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이야기를 온전히 담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한 사람 인터뷰를 60분씩 볼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오디오는 60분씩 들을 수는 있거든요. 그게 저는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제작자의 의도가 가장 개입되지 않는 매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의도나 메시지를 가장 왜곡없이 담을 수 있는 것.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가장 큰 매력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든다는 점. 누구나 생산자가 되기에 용이한 매체라는 거죠. 지금은 유튜브가 가장 메인 매체가 되었지만, 저는 이제 조금씩 변화가 보여요. 유튜브라는 매체의 한계를 사람들이 조금씩 알기 시작했어요. 누구나 백만 유튜버가 될 수 없어요. 그 한계를 사람들이 알기 시작한 거죠. 그렇기때문에 공동체적인 미디어를 만들어서 동네사람들끼리 친해지고 같은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관계를 형성하는 목적이라면 저는 오디오 매체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일단 기술적인 진입장벽이 훨씬 낮고 돈도 훨씬 적게 들어요. 그리고 얼굴이 안 나가도 된다는 게 또 큰 장점이에요. 카메라보고 말하는 거 힘들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마이크보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워하지 않아요. 그런 면에서 좀 더 지속가능한 미디어 활동이라면 오디오가 훨씬 좋다고 생각해요. 그걸로 인해 들어오는 경제적 수익은 좀 낮겠지만.

ㅣ<051FM>에서 조금 개선하고 싶은 부분이 있나요?

그냥 연령대를 조금 확장하고 싶어요. 40대 이상으로. 나이 제한을 둔 건 아닌데, 제가 나이가 그렇다보니 자연히 2030 위주로 밖에 안 만나지는 거죠. 폭이 좁은 거죠. 조금 더 올라가서 40대 정도까지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고 정작 이런 방송이 필요한 분들이 40대 이상이거든요. 그분들이 소통을 할 시간이 별로 없어요. 자기 표현의 욕구는 대단히 많은데 청년들에 비해 그럴 창구가 별로 없는 거죠. 기술적인 것도 그렇고 기회 자체도 그렇고.





ㅣ공통 질문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요?

이게 행복이면서 동시에 조금 슬픈 것이긴 한데, 제가 하는 방송이나 프로그램에서 만나게 된 사람들이 그것을 계기로 좋은 인연을 오랫동안 지속했을 때 제일 행복하고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제가 아니었다면 이 사람들은 못 만날 수도 있었으니까. 좋은 인연을 만나게 해줬다는 게 엄청나게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ㅣ그런데 왜 슬프다고 하셨나요?

그 관계에 제가 개입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에요. 역설적이게도 사람을 만나게 하는 사람은 자기가 사람을 만나기 힘든 거죠. 저는 기획자이자 운영자로서 존재할 수밖에 없어요. 운영자는 개인적인 친분을 가지려는 목적을 가져서는 안 돼요. 그렇게 되면 저의 사리사욕을 채우게 되는 거지, 이 사람들의 건전한 모임의 장이 될 수가 없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친해지려는 시도는 절대로 하지 않아요. 주최자로서 공적인 거리를 유지하는 거죠. 그래서 그게 조금 슬프죠. 

ㅣ하지만 아까는 PD가 되려면 사람을 좋아해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그게 힘든 거예요. 어느 정도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제작자로서 좋아해야 한다는 것이지, 일하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 사귀어야 한다는 건 욕심인 거죠. 그 사람 입장에서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러 온 것이니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거죠. 특히 사람을 모으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 자기 프로그램 내에서 사적인 인맥을 만드는 것을 생각한다면 오래가지 못할 거예요. 그렇게 되면 진행자가 객관성을 잃은 거죠.

ㅣ앞으로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저희 활동이 계속 유지가 됐으면 좋겠고, 같이 활동하시는 분들께 금전적으로 소정의 활동비라도 드릴 수 있는 것이 목표예요. 그리고 좀 더 많은 분들께 닿을 수 있는 매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

그리고 오디오 컨텐츠를 많은 분들이 편하게 인식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희 게스트로 오셔서 경험을 하시든,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참가하시든, 자체 프로그램을 제작하시든, 이런 경험을 많이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직접 경험해보신 분들의 반응이 다 좋았어요. 특히 '내 얘기를 이렇게 길게 해 본 적이 없었다', '나에 대해서 생각해 볼 시간이 되었다'는 반응이 제일 많으세요. 

ㅣ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작품 하나만 소개해 주세요.

그것은 무엇보다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죠. 제가 고1때 라디오를 처음 들었는데 그 때 '꿈꾸라' 진행자가 타블로씨고, 제작진으로 '주관이 뚜렷한 피디'의 준말로 '주뚜피'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최우용 피디님과 재연, 가람, 소연 작가, 합쳐서 '재가소 작가'라고 불리던 팀이 1년 반 이상을 안 바뀌고 방송을 만들었어요. 라디오에서 피디-작가-진행자가 한 팀으로 이정도로 길게 가는 게 흔치 않은데 이 팀이 만드는 방송이 저는 참 좋았어요. 편견을 깨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방송이라함은 그때만 해도 틀에 지어진 형태였거든요. 근데 그 방송은 그런 것에서 벗어나려고 많이 애를 썼어요. 그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신선한 시도들, 격식없는 방송. 그런 것들이 되게 좋았어요. 그 방송을 들으며 저도 '격식없는 방송, 편한 방송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고, 그러면서 '라디오PD가 되어야지!'가 된 거죠. 오디오 매체라는 것 자체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고 제가 목표로 삼는 컨텐츠의 방향이 여기서 생겼어요. 

ㅣ마지막 질문입니다.
   '나'라는 사람을 책으로 쓴다면, 그 책의 첫 문장을 뭐라고 쓸 것 같으세요?

되게 어렵네요.
말은 안 멋있는데, '존버왕 정욱교' 이렇게 쓰고 싶어요. 존버(존나게 버틴다는 속어)했으니까 말 그대로. 오디오 컨텐츠로 10년을 존버하고 있잖아요. 대학생 때 길 지나가는 사람에게 팟캐스트에 대해 물어보면 10명 중 9명은 뭔 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지금은 모르는 사람보단 아는 사람이 더 많아요. 제가 점점 변화를 느끼잖아요. 오디오 컨텐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증가하는 게 보이니까. 지금은 2년만 더 존버하면 분명히 된다는 확신이 있는 거죠. 


"존버왕 정욱교."








오랜 시간 한 곳에 피어있는 꽃 한 송이. 한 해를 그렇게, 흔들리며 그렇게. 아무런 고난도 역경도 없었던 것처럼. 그러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장고의 시간을 그렇게, 흔들리며 그렇게. 그 자리를 지킨 꽃은 자신을 흔들어 놓던 바람에 태워 꽃씨를 날리고, 날려간 씨앗은 자신의 어미처럼 한없이 흔들리며 자라 어느덧 작은 꽃밭을 만든다. 버티었던 한 송이 꽃으로부터 만들어진 꽃밭이 벌과 나비를 부르고, 이들은 또 새를 부르고. 꽃 한 송이 피어있던 자리는 이제 숲이 되어 함께 흔들리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