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5
이번에 진로탐색과 생애설계라는 수업을 듣는데
꽤 많은 학생들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나의 000이 알고 싶다'라는 질문에 대한 대부분의 대답이 '진로', '하고 싶은 것', '꿈' 등이었다.
나도 20대 초반에 그랬나, 잠시 생각해봤다.
나는 늘 하고 싶은 게 있었다.
음악, 여행, 디자인, 공부, 교육, 자연, 동물에 관심이 많았고, 늘 그런 일들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모든 일들을 하고 있지는 않다. 분명 다른 사람들도 나와 똑같을 것이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보면 나보다 하고 싶은 게 더 많았고 욕심도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런 것들에 쓰는 돈도 그만큼 많았다. 음,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하고 살면서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다는 건 무슨 뜻일까. 또 생각에 잠겼다.
내 결론은 이렇다.
보통 사람들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으려고 한다. 근데 잘 생각해보면 다 '진짜 하고 싶은 것' 아닌가? 여태까지 '가짜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진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진짜 하고 싶은 것'이라는 말은 핑계일지도 모르겠다.
하고 싶은 것들을 할 때는 즐겁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그렇게 놀기만 할 수는 없다. 하고 싶은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우리는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일을 잘 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하고 싶은 것'들은 '노력 단계'에서 하고 싶지 않게 되어버린다. 사람들은 이 단계에서 질리지 않는 것을 찾고 싶어한다. 세상에 그런 것은 없는데 말이다. 그러다보니 점차 노력하지 않게 된다.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싶다고 하지만 정작 찾고 있진 않는다.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는 방법은 쉽다. 진짜 해보면 된다. 노력하면 된다. 악기를 하나 연주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과 같다. 노력을 하면 할수록 연주할 수 있는 곡이 늘어나고, 어느샌가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연주되는 곡도 생긴다. 물론 노력하다보면 분명 질리고 재미없어질 것이다. 그 때! 잘 생각해야 한다. 노력이 재미없어진 것인지, 악기연주 자체가 재미없어진 것인지. 대부분 노력이 재미없는 것을 연주 자체가 재미없어진 것이라고 착각한다. 재미없는 것을 나랑 안 맞다고 착각한다. 마치 살면서 노력 한번 안 해본 사람처럼.(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나는 재능이 없어서, 영감이 없어서 할 수 없다는 생각. 나의 목표가 셰익스피어나 베토벤이라면 포기하는 게 맞으나, 그게 아니라면 .... 하면 된다.
나도 20대 초반, 아니 10대 때부터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으려고 애썼다. 지금도 여전히 애쓰는 중이다. 여전히 하고 싶은 건 계속 바뀌고, 노력하기는 귀찮고, 나는 영 재능이 없는 것 같다.
다만 어릴 때와 지금의 차이점이 있다면, 노력하는 지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어릴 때는 행위 자체에 중점을 두고 잘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지금은 연습과 연습 사이에서 재미와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 소소한 재미를 느끼다보면 꽤 많은 것들이 할 만 하다. 이게 소확행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