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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미 May 12. 2021

주저하는 이를 위하여

에세이 #4

입을 가벼이 하지 마라

말을 아껴라

말할까 싶을 때는 말하지 마라

위와 같이 옛말에는 말을 아끼라는 격언이 많다.

나도 어릴 때부터 말을 많이 아꼈다. 말을 적게 했다는 게 아니라, 표현을 적게 했다.

좋아하는 것을 좋다고 표현하지 않고, 싫어하는 것을 싫다고 표현하지 않았다.

내 말을 듣고 상대방이 신경쓰는 게 싫었고, 신경쓰다 마음이 상하는 게 싫었고, 마음이 상해 싸우는 게 싫었다. 관계 다툼의 대부분이 사소한 말투, 뉘앙스, 어휘, 맥락에서 시작된다. 나는 그런 걸로 싸우는 게 너무 싫었다.

그러다보니 표현하는 법을 잊기 시작했다. 표현하지 않던 것이 표현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다고 말하지 못했고, 고마운 사람에게 고맙다고 말하지 못했고, 멋있는 사람에게 멋있다고 말하지 못했다. 내가 말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은 내 마음을 모른다. 친구는 물론 가족까지도 말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라는 것은 폭력이다. 말을 해야 마음을 알 수 있다.

표현을 못하는 병에 대한 심각성을 처음 느낀 것은, 내 가족이 내가 그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의심하기 시작했을 때였다. 당시 나는 웃지 않았고, 항상 날이 서 있었고, 입은 딱딱하고 날카로웠다.

누군가 나를 미워하는 것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사랑한다는 것을 모른다는 게 더 두려웠다.

처음으로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다 꺼내어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은 표현을 많이 하고 있고, 더 많이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너무 일차원적으로 전달해서 부담스러워하거나 못 믿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영혼을 좀 담으라던가..)

하지만 그만큼 가장 마음을 잘 전달하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니가 좋다, 멋있는 사람에게는 니가 멋있다, 보고싶은 사람에게는 보고싶다.

주저하지 있는 그대로 온 마음을 담아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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