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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우 Feb 01. 2020

철학이 밥 먹여준다

2-1. 소설의 주인공을 찾아서, 주식발굴

워렌버핏 투자노트


군시절 선배가 이 책을 선물해주었다. 그렇게 나는 주식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이 책은 주식이 위험한 것이어서 아예 하면 안되는 것인줄 알았던 나에게 꽤나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투자철학을 세우고 제대로 분석하면 위험하지 않게 주식을 할 수 있다는 것 말이다. 이후 유명하다는 주식관련 책들도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것 저것 고민도 많이 해보고 투자철학, 이론, 아이디어 등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당시에 실제로는 주식거래를 한 번도 안 해보고도 그럴싸한 철학들에 매몰되어 무언가 깨달음을 얻은 착각이 일어나기도 했다. 책에서 나오는 투자철학들은 곧 진리요, 그대로만 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이정도면 됐다고 생각했을 때, 증권사 계좌를 개설해 직접 주식 매매를 해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책이 곧 정답은 아니구나 라는 점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분명히 철학대로 행동한 거 같은데 결과는 예상과 달리 나오곤 했다.


세상은 너무나도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책 안에 문장으로 정리된 말들은 이미 과거의 얘기가 되어 현재에는 맞지 않게 되는건가 싶었다.


(지금 회사에도 많은 책이 있다, 다 읽어볼 수는 있을까)


아는 것에만 투자한다, 평생 투자하고 싶은 기업에 투자한다, 주가가 아닌 가치만으로 판단한다. 기본이 되는 철학들을 배우게 되었다. 철학은 철학일 뿐이라고 머리로는 생각했지만, 이대로만 하면 수익으로 이어질거 같다는 쉬운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기업이 있을 때 철학에 기업을 끼워맞추려 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어느날 나는 카카오를 추천했다. 너무나도 유명한 기업이고 익숙한 기업이다 보니 잘 안다고 생각했다. 카카오 같은 기업은 자식에게도 물려주고 싶은 기업이라고 판단했다. 게다가 주가도 꽤나 하락한 상태였다. 좋은 기업을 좋은 시점에 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대표님은 아직 카카오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하셨다. 아까도 점심 뭐 먹을지 대화했던 곳이 바로 카카오톡 그룹채팅방이라고 대꾸하지는 않았고 좀 더 공부해보겠다고 했다.


카카오는 정말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었다.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광고, 게임, 커머스, 컨텐츠 등의 서비스를 운영한다. 게다가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매출 성장에서 이익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였다. 카카오톡에 슬그머니 광고가 생긴 것도 이런 맥락이었다.


다만 원채 방대한 사업영역을 갖고 있다보니 공부를 하면 할수록 더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탐방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장장 1달 만에 탐방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카카오는 투자회사 같은 존재라는 점이 명확히 눈에 들어왔다. 사업영역을 안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해보니 모르겠다는 말에 대표님은 이제 알거 같다고 카카오를 사자고 하셨다. 분명히 나는 모르겠다고 말했는데 말이다.


대표님에게 도대체 아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구체적으로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어떻게 구분하느냐 라는 질문에 대표님은 그냥 아는 것 이라는 답변을 주셨다. 그리고 티타임이 11시까지 이어졌다. 물론 저녁 11시 말이다. 


나는 정신줄을 놓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말씀을 들으려 했으나 결론은 더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투자철학에 의문을 갖고 질문을 하면 밤 늦게 까지 얘기를 듣게 된다. 결론이나 정답은 여전히 모르겠다. 결코 이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그냥 의구심 없이 철학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날 대표님은 이 일이 쌓아가는 업이라고 하셨다. 


나는 한 번의 대박을 노리는 성향이 있는거 같다. 투자 한 번 잘 해서 큰 돈을 버는 것 말이다. 투자철학에 접근하는 방식도 그랬다. 그대로 따라하면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기를 기대 했었나 싶다.


대표님은 누구든 한 번은 될 수 있어도 연속적으로 꾸준히 성과를 내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쌓아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야 이 일로 밥먹고 살 수 있다고 말이다.


철학을 한 번 듣고 온전히 이해하고 수익을 내는 것을 바라면 안 되는건가 싶다. 계속해서 곱씹어 보고 완전히 내 것으로 체화되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게 쌓이게 되면 철학을 통해 밥 먹고 살게 되겠지 싶다.


제 아무리 좋은 철학을 배우고 그대로 실천 하려고 해도 내 맘 같지는 않을게 뻔하다. 많이 해보는 수밖에 없나 보다. 자연스럽게 쌓이도록 말이다. 성공하면 좋고 계속 실패하더라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회사에서 잘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주식관련 철학들은 공부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 라는 말과 비슷한 거 같다. 어릴 때는 진짜 공부만 하면 다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이가 어느 정도 들고 세상을 조금 경험해 보니 공부 열심히하는 것과 성공한다는 것 간의 인과관계가 반드시 성립하지는 않는 거 같다. 그러나 자식이 생기면 아마도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할 거 같다.


엄마, 집밥 먹으러 가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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