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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우 Feb 06. 2020

턴어라운드는 주식의 꽃이다

2-1. 소설의 주인공을 찾아서, 주식발굴

응, 고구마, 하차.


대표님이 내가 쓴 글들을 보시고는 이 말씀을 해주셨다. 글들에 사이다는 없고 고구마만 잔뜩 있어서 인기가 없을 거라고 말이다.


요즘은 소설이든 만화든 사람들이 오래 기다려 주지를 않는다고 한다. 웹소설 무협지를 보시는 대표님 말씀에 따르면 주인공이 궁상을 떨거나 뭔가 답답한 장면이 나오면 꼭 댓글에 고구마, 하차 라고 달린다고 한다.


사이다는 역시 고구마를 먹고 마셔야 제맛 아닌가 싶은데 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처음부터 순탄하고 매끄럽게 성공하는 무난한 이야기는 재미가 없다고 느낀다. 각종 역경과 바닥을 경험하고 서서히 올라서는, 그런 극적인 스토리가 재밌다. 특히 하락의 골이 깊을수록, 이렇게까지 하락할수가 있나 싶은 순간, 진짜 죽는거 아닌가 하는 순간, 그 순간 불연듯 찾아오는 상승. 그것이 주는 짜릿함은 배가된다.

(호박고구마 우유가 나왔다던데 사먹어 보진 못했다.)


주식의 경우 끝도 없이 추락하던 기업이 다시 살아났을 때, 시장에서의 반응은 대단하다. 그래서인지 턴어라운드 주식은 주식시장의 꽃으로도 불리운다.


턴어라운드(Turn around)는 넓은 의미의 기업회생을 의미한다. 턴어라운드 주식은 대개 적자를 보던 기업이 흑자로 돌어서든지 성장성이 꺾였던 기업이 다시 성장성을 되찾는 경우를 말한다.


턴어라운드 주식은 만나기도 쉽지않고 정말 턴어라운드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도 쉽지않다. 소위말하는 바닥인줄 알았는데 지하실을 구경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대표님은 꽃이 피기 위해서 토지, 물, 그리고 근원적으로 씨앗이 있어야 하는 법 처럼 주식이 턴어라운드 하기 위한 조건도 나누어 볼 수 있다고 하셨다. 그렇게 발굴하게 된 기업이 아이마켓코리아라는 기업이었다. 아이마켓코리아는 MRO(Maintenance, Repair, Operation)기업으로 소모성 자재와 설비, 시설물 유지보수를 대행하는 업무를 하는 기업이다. 아웃소싱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한국의 알리바바라는 말도 들었던 기업이다.


1. 사람


기업이 어떠한 행위나 방향성을 갖을 때 이를 행할 사람이 필요하다. 특히 훌륭한 인력 말이다. 제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기업이라고 해도 그 안을 살펴보면 핵심인재가 있다. 그 인재가 계획을 짜고 실행해서 결과를 낳게될 것이다.


아무리 기업이 지금 당장은 힘들고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핵심인재가 남아 있다면 그 기업은 되살아 날 여지가 남아있다고 할수 있다. 사람만 있으면, 그들이 모여서 무엇이라도 하려고 한다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턴어라운드하는 기업의 첫번째 조건은 사람이다.


한국의 알리바바로 칭해지던 아이마켓코리아는 업황이 안 좋아지고 삼성에서 인터파크로 최대주주가 넘어가는 등 복잡해진 대내외 환경 속에서 성장성을 잃었었다. 매년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주가도 4만원대에서 6천원대로 하락했다.


그런데 주목할만한 점은 삼성출신 인력들이 그대로 남아있었다는 것이다. 최대주주가 변경될 때 인력은 5년간 그대로 유지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연봉도 유지해준다는 조건이었다. 물론 삼성출신이라고 다 핵심인재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기회만 온다면, 기업을 이끌 사람들이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보였다.


꽃을 피우기 위한 씨앗은 남아 있었던 것이다.



2. 자산


이제 우리 삶 속에 금수저라는 용어는 너무나도 친숙해졌다. 금수저로 태어나는 경우 뭐라도 도전해볼 여지가 있고 설사 실패하더라도 한 번에 무너지지 않고 다시 해볼 여지도 있다. 반면 흙수저 입장에서는 새로운 도전을 해볼 여력도 갖기 힘들고 한 번 실패는 영원한 실패로 끝날지도 모르기에 도전이 쉽지 않다.


여하튼 기업 입장에서 봐도 이미 자산이 많았던 경우 특히 현금성 자산을 많이 보유한 경우, 뭐라도 해볼 여지가 있다. 이러한 자산은 공장이 될수도 있고, 사업장, IP지적재산권, 안정적인 현금흐름 등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물론 당장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현금이 가장 좋을 것이다.


아이마켓코리아의 경우 당시 시가총액과 비슷한 2천억원 수준의 현금성 자산이 있었다. 뭐라도 해볼 여지가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대기업 위주의 고객군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까지 갖고 있었기 때문에 기반이 나쁘지 않았다.



3. 운, 타이밍


제 아무리 뛰어난 인재도 상황이나 타이밍이 들어맞지 않으면 빛을 발할수 없는거 같다. 기업 입장에서도 상황이 도와주지 않으면 제 아무리 뛰어난 기술개발이나 전략도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아이마켓코리아의 경우 일감몰아주기 이슈 등으로 아웃소싱이 점차 확산되는 사회변화가 있었다. 경쟁사인 LG서브원 매각은 MRO산업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다만, 운과 타이밍은 일단 알 수 없는 영역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이를 알 수 있다고 한다면 주식을 할 것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돗자리를 펴는 일을 해야할 것이다. 때문에 사람과 자산만 보고 턴어라운드를 판단하는 스타일도 있지만 운과 타이밍까지 보는 스타일도 있다.



투자 전 아이마켓코리아에 다니던 직원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우리 어떻게 해야하죠?라며 답이 없다는 듯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였었다.


정말 답이 없긴 하네요. 거기에 대고 대표님은 이렇게 대꾸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회사에 복귀한 이후 대표님은 아이마켓코리아에 투자하자고 하셨다. 아까는 답이 없다고 하셨잖아요 라고 되묻지는 않았다.


다음 분기 아이마켓코리아는 영업이익 성장성이 회복되면서 실적과 주가가 동반 상승했다. 정말 턴어라운드 하긴 하는구나 싶다가, 턴어라운드 전 아이마켓코리아 직원 분의 걱정 가득했던 표정이 떠올랐다.


정작 본인도 본인이 얼마나 가치있는지는 모르나 보다.



엄마, 나도 지금이 바닥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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