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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우 Apr 24. 2021

내가 팔때 그들은 사고 있다

2-1. 소설의 주인공을 찾아서, 주식발굴

아들~ 요즘 어떤 주식이 좋아?


오랜만에 온 엄마의 카톡이었다. 엄마가 주식이라니, 이제 정말 상승장이 끝나려나 보다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가려는 찰나.


실은 우리 엄마는 주식 고수였다.


10년 전이었나.(이제 나도 10년 전 타령을 하게 되다니) 중국주식을 사면 아파트를 사느니 스포츠카를 사느니 하는 내용의 책을 읽었더랬다. 10년간 아파트 값이 너무 올라서 그때 그냥 아파트를 사는게 정답이었던건 논외로 한다.


책에서 추천해줬던 태양광, 전기차, 보험사, 가전회사를 샀다. 그리고 엄마도 사시라고 강력 추천을 했고, 결과적으로 엄마와 아들이 각각 중국주식이 담긴 계좌를 갖게 되었다. 역시는 역시나 역시나 였다. 


내가 사니까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백조생활을 보내던 시절,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중국주식을 모두 정리했다. 절대로 마이너스가 찍혀있는 계좌를 보고 싶지 않아서는 아니다.


그리고 작년 말이었나, 전기차가 난리였던 시기였던거 같다. 엄마의 중국주식 계좌 수익률을 보게되었다. 기본 200% 이상의 수익률을 자랑하고 있었다. 물론 아직 마이너스인 종목도 있긴 했다.


요즘은 줌마버핏이라는 말도 있던데 그게 우리 엄마라니.


반면 나는 왜 그때 버티지 못하고 팔았을까.


왜 내가 사면 떨어지고, 내가 팔면 오르는가에 대한 고민이 다시 들었다.


(놀면뭐하니에 유느님 주식 얘기까지 나오다니 요즘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사랑이 대단한가 보다.)


일단 내가 산다는건 누군가는 판다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내가 팔때 누군가는 사고 있다. 누군가 사주니까 내가 팔수 있는거 아닌가.


그 누군가는 그럼 누굴까?


주로 주식시장에서 매매주체를 외국인, 기관, 개인으로 나누는데 편의상 외국인과 기관을 합쳐서 기관이라고 크게 말하기도 하는거 같다.


매매주체 움직임을 보고 있노라면 당연한 얘기일수 있지만, 기관이 팔고 있을때 대개 개인이 사고 있다. 또 기관이 사고 있을때 개인은 팔고 있다.


그런데, 결국에는 기관이 이긴다는 말이 있다. 


왜 이런 말이 있는걸까.


이 부분은 주로 집단행동에서 답을 찾는거 같다.


개인들은 기본적으로 집단행동이 불가능하다. 옆집 아저씨가 어떤 주식을 파는지 사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기관은 어느정도 집단행동이라는게 가능한거 같다. 사고 팔고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여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상황이 약간 바뀐거 같기도 하다. 개인들의 집단행동이 가능해졌으니 바로 SNS의 등장 말이다. 바다건너 먼땅 미국에서는 게임스탑이라는 주식이 개인들의 집단행동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준 사례라고 하던데 요즘 주가가 어떤지 모르겠다. 


다음으로 기관과 개인간 물량 차이도 거론이 된다. 기관은 일단 물량이 많다. 주식을 1주 단위로 갖고 있지 않다. 주식을 사고 팔고 할때 큰 물량을 움직이게 되고, 결과적으로 기관의 움직임은 시장에서 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을수 없다.


다만, 단기적인 가격에 영향을 줄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몇년치 가격에 영향을 줄수는 없다. 기관의 매매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인데, 고용된 사람 입장에서 몇년 동안 내 자리를 지킬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장기적인 방향성까지 고려하기는 쉽지 않은거 같다.


개인 입장에서 보자면, 어떻게 행동하는게 유리할까?


집단행동과 물량차이에서 오는 핸디캡을 제거하기 위해서 행동하거나, 핸디캡을 인정하고 기관 같이 행동하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다.


핸디캡도 결국에는 단기 시점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보니(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케인즈 아저씨의 말도 있지 않은가), 핸디캡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묻어두고 잊고 사는 방법 밖에 없을지 모르겠다. 장기적인 주가흐름은 기관이든 개인이든 자신의 영향력 밖이어서, 똑같은 조건이 되는거 아닌가. 스쳐지나가는 엄마의 주식격언. 팔지 않으면 손실이 발생한 것이 아니다.


그럼 기관같이 행동하는건 뭘까?


혹시 잊혀졌을까봐 굳이 다시 얘기하자면, 나는 펀드매니저. 기관이다. 그럼 나는 어떻게 행동할까.


안타깝게도 나는 가격결정력이 있을 만큼 물량이 많지도 않고, 네트워크도 딱히 없어서 대형 펀드든 기금이든 어떤 주식을 사고 파는지 알 방법도 없다.


그래서 선택한건 몇가지 주의점만 챙기자 정도. 물론 시장상황이 상승장인지 하락장인지 다르고, 정책변수든 대외변수든 여러 복잡한 일들도 다 고려해야겠지만 말이다.


우선 기관 물량이 너무 많은 주식은 피하자 주의다. 기금이든 대형펀드가 지분 공시를 했는지, 지분 변동 상황은 어떤지 정도만 챙겨도 이 부분은 어느정도 해소가 된다.


특히 장기투자를 지향하면서 사놓고 안 팔기로 유명한 기관이 지분을 잔뜩 들고 있으면 마음속의 경고등을 켠다. 그들이 지분을 잘 팔지 않으니 주가가 오르기도 쉽지 않고, 설사 그들이 지분을 팔기 시작하면 주가가 급락할 테니 말이다. 반면 얼추 다 팔았다 싶으면 그때가 좋은 시점 아닌가 판단한다.


다음으로, 뭔가 큰 뉴스가 있으면, 대형펀드 매니저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누구나 아는 대기업, 대형주인데 호재가 있고 뭔가 1,2주 뒤에는 모든 펀드매니저들이 주식을 담고 있을 것만 같은 기업 이랄까. 너는 여태 안 사고 뭐했니? 라는 상사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는 나도 일단 사놓긴 해야하는 기업. 요즘 그거 핫하다던데? 라고 물으면 저희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라고 대답은 해야하는 기업. 그런 기업은 충분히 담을만 하다.


게다가 대형 펀드는 보고체계가 있으니 최종 의사결정까지 2,3일에서 1주일은 소요될 것이다. 나같이 대표님한테만 오케이 사인을 받으면 되는 입장에서는 대형 펀드보다 하루 정도는 일찍 사놓을 수가 있다.


이런식으로 접근하려면 그냥 호재여서는 안되고 대형 호재여서 뉴스도 계속 나오고 시끌벅적해질 정도여야 하고, 기업도 처음 듣는 기업이 아니라 이미 유명한 대기업 혹은 그 계열사 정도 사이즈는 되어야 하는거 같다.


중소형주를 볼때는 대형펀드 매니저 입장에서 바라보기는 힘든거 같다. 규모가 큰 펀드는 작은 기업을 함부로 샀다가는 매매할때 너무 주가에 영향을 많이 끼쳐서 부담이 될테니 말이다. 지분율이 너무 높아지면 이것저것 공시도 해야되고 복잡하고 귀찮기도 할테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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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펀드도 주식하기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다가, 내가 지금 누구 걱정을 하는거지 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대표님 말씀이 다시 스쳐지나간다.


기관같이 행동하든 말든 결국 누군가는 주식을 사줘야 주가가 오른다. 그럼 누군가 사줄 주식은 뭘까? 여태 좋았던 주식은 이미 보유하고 있을 것이고, 앞으로 좋아질 주식이 앞으로 살 주식이 되지 않을까. 그럼 앞으로 좋아질 주식은 뭘까.


다시 주식발굴의 영역이 되는거 같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기업 찾아내고, 혹시 기관이 사고 있는 주식이면 플러스 점수를 좀 더 주고, 그냥 또 같은 일의 반복이다.


이렇게 마지막 생각과 결론은 어김없이 허무하게 끝나서 아쉽지만, 언젠가는 멋진 결론으로 생각을 마무리 할수 있지 않을까.


엄마, 나도 기관이라고 말해도 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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