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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우 Apr 25. 2021

설마 그 종목인가요

2-1. 소설의 주인공을 찾아서, 주식발굴

설마, 그 종목인가요?


근래 대표님이 종목 맞추기 대회를 곧잘 개최하셨다.


대표님이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을 찾아오시고는, 어떤 종목인지 맞춰보라고 하는 것이다.


정말 아무 힌트 없이 그냥 맞춰보라는 식이어서, 처음에는 이게 뭐하는 일인가 싶었으나, 신사임당을 상금으로 거셔서는 절대 아니겠지만, 다들 정말 열심히 참여했더랬다.


코로나 이후 최근까지 대표님은 소위 핫한 종목을 좋아하셨다. 전통적인 가치주 말고 모멘텀도 어느정도 발생할 여지가 있는 종목들을 자주 편입하셨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기업들도 투자하시고, 게임주도 투자하시고, 자율주행까지, 그런데 신기하게도 대표님이 고르면 다 오르고 대표님이 팔면 다 떨어졌다. 역시 대표님은 기관이구나 생각하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번 종목 맞추기에도 뭔가 핫한 종목이 나올거 같았다. 최근에는 소형주 보다는 대형주 위주로 접근하셨기 때문에 시가총액 순서대로 한번 쭉 훑어봤다. 시가총액 10조원 아래로 내려가던 중 유독 눈에 밟히는 종목이 있었다.


내 순서를 기다리면서 우리 직원들의(최근에 사람이 많이 늘었다) 오답 릴레이를 지켜봤다. 태양광, 풍력, 2차전지 등 이것저것 던져봤으나 정답이 아니었고, 설마 설마 정말 그 종목인건가 생각하던 중 내 차례가 왔다.


나는 약간 복잡미묘한 감정을 담아 정답을 던졌다.


설마, 그 종목인가요?


나는 종목 이름도 말하지 않으면서, 웃는 것도 아니고 우는 것도 아닌, 굳이 따지고 보면 우는 것에 좀 더 가까운 표정을 지으며, 설마 그 종목이냐고 물었다.


대표님은 응응 맞아 라고 복잡미묘한 감정을 담아 답하셨다. 대표님 표정도 역시 우는 쪽에 가까운 표정이었다.


그 종목은 KT였다.


KT는 사골국 같은 기업이어서 연말이면 어김없이 등장하곤 했다. 일단 배당을 많이 주니까 말이다. 그리고 대표님이 원채 좋아하시던 기업이어서 연례행사 느낌이랄까 1년에 한번씩은 편입되었다가 상처만 남기고 편출되던 종목이었다. 10년치 주가를 보면 알겠지만, 서서히 미끄러지는 주가 모습이 그때 안팔고 계속 갖고 있었으면 어땠을까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곤 했다.


결국 타이밍을 맞출 때까지 사시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려던 찰나, SKT도 편입하시겠다고 했다.


KT는 그러려니 했는데, SKT까지는 왜냐고 여쭤보게 되었다.


대표님은 변화하는 산업의 1등주를 사는 것이라고 하셨다.


위에서 아래로 바라보는 탑다운 방식에서 주로 사회, 산업, 기업 순으로 바라보는거 같다. 사회를 본다는건 세상을 바라보는 뷰나 철학 이랄까, 고령화나 1인 가구화 같은 것들이 주식을 고르는데 대전제로 깔리게 된다.


다음으로 산업을 보게 되는데, 산업을 잘 맞춘다고 해도, 기업을 잘 맞추는건 또 다른 얘기다. 이 산업이 좋아질거야 라고 판단했는데 하필 내가 투자한 기업은 주가가 안오르고 다른 기업이 산업을 다 장악해버리고 자기만 주가가 오르면 얼마나 마음 아픈가.


그래서 큰 사회흐름 아래에서, 산업을 잘 맞추고, 거기서 1등을 산다는 전략은 그나마 실패확률을 줄이는 방법인거 같다. 산업이라도 잘 맞추자는게 되겠다.


그렇다면 1등이란 뭘까, 기업들 순위는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


딱히 답은 없는거 같고, 그나마 시가총액 순위로 보는게 흔한거 같다. 이외에도 매출액 규모나 자산규모, 임직원수 등 다양한 관점에서도 해당 산업에서 1등이 누구인지 살펴볼 수 있는 거 같지만, 가장 중요한건 그냥 특정 산업의 1위을 떠올렸을때 머리에 스쳐지나가는 기업. 그 기업이 그냥 1등 기업이라고 생각하면 얼추 맞는거 같다.


아무래도 통신에서 1등 이미지는 SKT이고, 통신산업이 좋아질 것이라고 보신 대표님은 개별기업으로는 KT가 좋지만 당연히 1등도 봐야한다는 입장이셨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또 10년전 짤이 떠오르다니 이게 내 한계 인가보다)


1등은 진짜 의미하는 바가 큰거 같다. 그래서인지 1등주를 사라는 말도 정말 많이 쓰이는거 같다.


물론 무조건 1등이 좋은건 아닐수 있다. 다만 확률 문제인 것인데, 1등이 더 오래, 잘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을 뿐 순위야 언제든 바뀔수 있는거 아닌가.


2등이 아주 잘해서 1등이 되면 주가는 더더욱 많이 오를수 있겠으나, 그럴 확률이 높지 않으니 그냥 마음 편하게 1등을 사라는거 같다.


특히 요즘은 K자 양극화라느니, 가는 놈이 더 간다느니, 1등 쏠림이 더 심해져 가는거 같고, 그 와중에 이러한 현상을 당연하게 그리고 특별한 반발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풍토까지 있는거 같다.


그럼에도 2등 주식을 사도 될 것만 같은 경우가 있으니, 1등과 큰 차이가 없을 때가 아닐까 싶다.


이런 경우 2등이 1등이 되기 위해서 분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이런 기업들 기업탐방을 다녀보면 기업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1등 잡겠다고 으쌰으쌰하는 분위기가 정말 기업 전반에 깔려있다.


다만, 이정도 되면 이미 1등이 되었을 때의 가치가 반영되어 주가가 이미 많이 올라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그냥 2등과 격차가 큰 1등 주식을 사는게 낫다.


다음으로 1등이 대놓고 변화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지금 잘 먹고 잘 사는데 굳이 사회변화든 산업변화든 따라가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 경우에는 희한하게도 2등 기업탐방을 가보면 걔네는 더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1등은 1등인 이유가 있달까, 전교 1등이 공부 안한다고 하고 있으면 2등은 더 안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달까.


이 정도 되면 2등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에서 이 영역으로 진출하는 경우도 있다. 오히려 플레이어 수만 늘어나는 것인데, 1,2등이 약해보이니까 마음 편하게 영역을 침범하게 되는 느낌이다. 배 따시게 잘 먹고 살던 기업들은 외세의 침략에도 속수무책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그냥 변화하고자 하는 1등 주식을 사는게 낫다.


경험칙상 정말 1등은 1등인 이유가 있어서, 어떠한 사회변화나 산업의 트렌드 변화에도 항상 가장 먼저, 가장 잘 대응한다. 신기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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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을 사는게 좋다는건 알겠는데, 그럼 좋은, 좋아질 산업은 뭘까?


대표님은 주로 변화하는 산업을 좋아하시는거 같다. 주로 산업이든 기업이든 얘기하실때 현재 상황보다는 변화하고 있는 부분을 짚고 넘어가신다.


변화는 성장 또는 쇠퇴를 동반한다. 가만히 있으면 가만히를 유지라도 하는데, 변화를 하면 지금보다 나아질 수도, 반대로 더 안좋아 질수도 있다. 괜히 여태 잘 하던것도 못하게 될수도 있다.


그럼 또 다시 확률 문제가 되는데, 위냐 아래냐 말이다. 확률은 반반이라고 했을때 설사 더 안좋아져도 그 폭이 작다면, 좀 더 매력적인 변화 아닌가 싶다.


하방이 닫혀있다 라는 말을 종종 쓰는데, 단순히 말하면 주가가 이미 바닥을 기고 있는 경우가 적당한 표현 같다. 더 이상 안좋아질 것도 없는 상황 말이다.


통신주를 들고 오셨던 당시에는 다른 주식들은 이미 많이 오른 상태였으나, 통신주들은 여진히 지지부진하고 있었다. 여기서 굳이 여전히라는 말을 쓰는 이유는 통신주는 전통적으로 지지부진했고 앞으로도 계속 지지부진할거 같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떨어지면 그 또한 체력을 인정해줘야 하는 느낌이었다.


통신주가 오르지 못했던 것은 다양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일단 재미가 없었다. 이미 사람들 다 폰을 들고 다니고, 안정적으로 돈은 계속 버는데 뭐 딱히 얘기할 것도 없고, 주식은 꿈을 먹고 자란다는데 마땅히 그려지는 꿈도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 산업에 변화가 시작되었다.


1월에 나온 망중립성 가이드라인 개정인데, 원래 통신은 국가단위 산업이다보니 공공재적인 성격도 갖고 있다. 그래서 망중립성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고객에게 같은 가격으로 통신서비스를 제공해야 했다. 가난하든 부자든 같은 가격을 부담하는 것이다.


일반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통신서비스야 어차피 더이상 고객이 늘 것도 아니고 상관이 없는데, 넷플릭스, 구글 같은 애들은 통신사들이 실컷 투자해서 만들어놓은 통신망을 공짜로 쓰는 꼴이 발생하고 있었다. 통신사는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이랄까.


그런데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향후에는 자율주행이든 AI든에서 가격을 달리 책정할 수 있게 되었으니, 통신사들이 플랫폼한테 돈을 더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시장에서는 통신과 플랫폼의 싸움에서 비겼다 정도로 평가 받는거 같기도 한데, 지금까지 서비스는 그대로 망중립성이 유지되고 다른 가격 책정은 향후의 얘기니까 말이다.


그래도 일단 플랫폼은 원채 변화를 주도하던 애들인 반면, 통신은 워낙 조용하던 분야다 보니 센세이션이랄까, 어떠한 변화든 그 무게가 다르다는 느낌이다.


사회의 변화도 있는데, 통신이 없으면 이제 사람이 죽는다. 예전에는 통신이 없으면 불편한 정도였는데, 요즘은 통신이 끊기면 사람이 죽는다. 자율주행 되고 있는 자동차가 통신이 끊겼다고 갑자기 멈춰버리는 상황을 상상해보면 정말 아찔하다. 사회가 변화하고 산업이 필수재의 성격을 갖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변화하는 산업, 통신주에 투자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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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이라는 변화하는 산업을 골랐으니 원래는 1등주만 담으면 된다. 그런데 이번에 대표님은 1,2등을 모두 담으셨다.


위에서 2등은 투자하는게 아니라고 그렇게 말해놓고 2등도 담았으니 좀 더 KT에 대한 생각을 해보자면, KT, 한국통신이다. 얼마나 이름부터 올드한가.(요즘은 이름 바꾸는게 유행인거 같은데 통신주들도 언젠간 이름을 바꾸겠지 싶다)


그러나 뭐든걸 다 떠나서 산업의 변화에 대응하는 기업의 자세는 정말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거 같다.


요즘 KT가 달라졌다.


젊어지고 싶어서 안달이 난 느낌이다. 디지코 KT라는 말을 밀면서 AI니 DX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니 요즘 핫한 영역은 다 KT가 하고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게다가 각종 플랫폼 기업들이랑 협업하겠다고 하면서 나 변화하고 있다 라는 말을 계속 하고 있다. 게다가 콘텐츠 사업의 수직계열화 라느니 진짜 작년의 KT와는 참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말 변화를 하긴 하려나 보다.


게다가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선언하면서 별도 팀도 운영하고 있다고 하니, 주주 입장에서는 기대를 해보고 싶어진다. 구구절절 왜 2등에 투자했는지 얘기해야 하는걸 보면 역시 1등에 투자하는게 쉬운건가 하는 생각이 잠깐 스쳐지나가려고 하길래 대표님 얼굴을 떠올리면서 생각을 멈췄다.


어떻게든 대표님의 선택을 믿고 어떻게든 대표님의 생각 순서를 따라가 보려고 한다.


그렇다면 결과는?


최근 통신주들의 주가흐름이 좋았다. 물론 망중립성이니 기업의 변화자세라느니 대표님이 생각했던 것이 이유가 되어 주가가 올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기업분할 이슈도 계속 거론되었으니 말이다.


포트폴리오 기준, SKT 수익률이 아주 약간 더 높긴 한데, 역시 1등을 사야된다는 말을 하기에는 차이가 크지 않다. 결과적으로 둘다 수익률이 좋았다. 둘다 화이팅이다.


내 생에 통신주가 이렇게 오르는 것을 보게 되다니. 요즘은 정말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굉장히 자주 발생하는거 같다. 별의별 일이 급작스럽게 찾아온다. 원래 세상이 이렇게 급작스러운건지 아니면 주식을 하다보니 내 인지 속에 급작스러움이 들어온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변화하는 산업의 1등 주식이 갑자기 번뜩 떠오르길 기대해 본다.


엄마, 난 2등이라도 하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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