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하루는 퍼펙트했나요?

마음이 얼굴을 만든다

by 명희


벽, 골목을 쓰는 이웃 아주머니 빗자루질 소리에 잠을 깬다.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세수를 하고, 면도를 한다. 화분에 물을 준다.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하얀 수건을 목에 걸친다. 자리에 앉아 신발을 신는다. 작업복 뒤에 'The Tokyo Toilet'라고 쓰여 있다. 열쇠꾸러미와 동전을 챙겨 문을 나선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입과 눈이 웃는다. 자판기에서 캔커피 하나를 뽑는다. 승합차에 오른다. 커피를 마신다. 카 스테레오에 카세트테이프를 꽂는다. 올드팝 The house of the rising sun이 나온다. 일터에 도착해 일을 시작한다. 앞에 커다란 나무가 있다. 나뭇잎 사이로 흔들리는 햇살을 바라본다. 입과 눈이 웃는다.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공원벤치에서 빵을 먹는다. 일이 끝난다. 목욕탕에 간다. 단골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한다. 집에 온다. 엎드려 책을 읽는다. 잠을 잔다.


말, 자전거를 탄다. 세탁물을 가지고 빨래방에 간다. 사진관에서 필름을 사고 필름 현상을 한다. 헌책방에 들려 책을 산다. 해 질 녘 단골 주점에 간다. 집에 온다. 책을 읽는다. 잠을 잔다.


내일, 모레, 또 내일, 모레..... 매일이 싱거운데 싱겁지 않게 살아가는 한 남자.



남자의 오차 없이 반복되는 일상, 며칠 전 넷플렉스로 본 일본 영화 '퍼펙트 데이즈' 이야기다. 주인공 히라야마의 직업은 공공화장실 청소부다. 구석구석 닦기를 내가 밥수저 밥식기 닦는 것보다 더 깨끗이 닦는다. 주변 어떤 상황도 개의치 않는다. 하는 일에 정성 다하고, 풀 한 포기, 아침 햇살, 오후 햇살 하나하나에 세상 평온한 미소를 짓는 남자, 화려하지 않은 자연을 필름에 담아 차곡차곡 기록으로 남기는 남자, 사연 있는 남자 같은데 영화는 이 남자의 과거나 내면의 소리를 말해주는 친절은 베풀지 않는다. 짧게 지나가는 장면에서 보는 이가 추측해야 한다. 가출한 조카가 찾아오는 후반부까지 대사도 거의 없다. 반복되는 일상의 영상과 올드팝 배경이 전부다. 우리 영화 '리틀 포레스트'보다 더 잔잔한 평온이다. 엔딩 화면은 역시 올드팝 니나 시몬의 ‘Feeling Good’이 흐르고, 치아를 드러내고 웃는 남자의 모습이 클로즈업되는데 묘하게 웃음 위로 슬픔이 지나간다. "지금은 지금, 다음은 다음"이라는 엔딩 자막도 울림이 있다.


공화장실 청소부, 하찮은 일로 치부할 세상 앞에서 의식 치르듯 고요한 정성으로 하루를 충만하게 채우는 이 남자, 세상의 소리보다 당신 내면의 소리를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너의 하루는 어떠니?" 묻는다.


아침 7시 알람 소리에 몸을 일으킨다. 커피물을 올리고 책상에 앉는다. 드로잉 연습을 한다. 드로잉 기초 책 구입해 독학으로 시작한 지 두 달째인데, 지금 한참 재미가 붙은 상태이다. 1시간 후쯤, 마시던 커피를 들고 베란다에 나가 30여 개 되는 화분들 골고루 눈맞춤하고, 모자에 선글라스, 마스크까지 쓰고 산책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1시간 30분을 걷고 돌아와 식탁에 앉는다. 접시에 전날 쪄놓은 양배추와 당근 수북하게 담고 그 위에 사과 한 개 엷게 저며 올린 후 레몬청으로 만든 소스 뿌려 먹는다. 저속노화를 위해 선택한 아침 식단이다.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나면 대략 오후로 접어든다. 특별한 일 없으면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소파에 널브러져 텔레비전이나 유튜브를 보기도 한다. 두 식구지만 저녁상 차릴 때면 음식 만드는 소리, 텔레비전 소리, 밖에서 나는 소리들로 부산하다. 자리에 눕는 시간은 대략 12시다. 엉키거나 뒤틀림이 허락되는 나의 이 헐거운 루틴은 가쁠 수 있는 내 숨에 편안함을 안겨주는 장치이다.



KakaoTalk_20250714_003036064.jpg 한계에 부딪치는 독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