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다 삭제할 뻔했다

이것도 공부다

by 명희


새벽이라고 말하기보다는 한밤중이라고 해야겠다.

02시 30분, 별 이유 없이 눈이 떠졌다. 일어나기는 너무 이르고, 다시 자자니 정신이 멀쩡하다. 요즘의 일상이 그렇듯 눈 뜨면서 브런치스토리를 연다. 시간이 시간이니만큼 노트북 대신 핸드폰 열어 빛 최대한 감추고 메인에 오른 작품들을 읽는데, 읽을수록 내 글이 오버랩돼 불편하다.


상금 욕심 나 공모전에 응모한 글들, 운 좋게 몇 번 당선된 것에 우쭐해, 쓰고 또 썼고, 브러치스토리 작가가 됐다고 또 한 번 우쭐해 주변에 자랑하고, 진짜 뭐라도 된 양 또 써 댔다. 부끄럽다. 유혹하는 글쓰기, 글쓰기의 최전선, 감수성 수업, 끝까지 쓰는 용기, 나를 위한 글쓰기 수업, 수필 쓰기 등 글쓰기 책들을 비롯해, 구독하는 유튜브 글쓰기 영상들, 나름 매달려 읽고 보고 한 시간들이 민망하다.


다시 열어보기조차 싫다. 내가 내 글을 '싱거운 일상의 시답잖은 이야기들을 주절주절 늘어놓는 것이다'라고 겸손한 척 말해왔는데, 오늘, 지금, 드는 생각은 실제 주절주절 맥락 없이 늘어놓은 넋두리 내지 '글자'의 조합 수를 늘리느라 타이핑에 열중하는 행위였다.


다시 써야 한다

새로 써야 한다

글, 좋은 글을 써야 한다.


민망함에 벌떡 일어나 다 삭제할 뻔했던 내 글(?), 어설펐던 시절의 증거자료로 보관하기로 했다.


오늘 이랬다고 '좋은 글'이 만들어지지는 않을 거다.

여전히 주절대겠지만 주절에서 맥락을 찾고, 의미를 찾으려 애는 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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