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필사 19

제1부 인지혁명/ 4. 대홍수(127쪽~~130쪽)

by 명희

"일명 벽돌책으로 불리는『사피엔스』, 구입한 지 2년 됐으나 쉽게 손에 안 잡혀 숙제로 남아있었다. 올해도 안 읽을 게 뻔하다. 읽어낼 무기가 필요하다. 찾은 것이 '통필사', 손필사가 필사의 정석이다만 자신 없다. 안나카레니나 통필사를 손글씨로 한 적 있는데 쉽지 않았다. 기간에 대한 약속은 없다. 하루 한 페이지든 두 페이지든 써 '완독'을 대신할 거다. 꼭! 2025.01.10.




제1부 인지혁명

1. 별로 중요치 않은 동물

2. 지식의 나무

3. 아담과 이브가 보낸 어느 날

4. 대홍수


[필사와 단상]

4. 대홍수


노아의 방주

호주와 미 대륙의 대량멸종,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로아시아에 퍼져나가면서 일어났던 그보다 소규모의 멸종들, 가령 다른 모든 인간 종들의 멸종 그리고 고대 수렵채집인이 쿠바 같은 외딴섬에 정착했을 때 일어난 멸종들을 다 합하면, 사피엔스의 첫 번째 이주의 물결은 동물계에 닥친 가장 크고 신속한 생태적 재앙이었다는 결론을 도저히 피할 수 없다.

가장 심한 타격을 받은 것은 털복숭이 대형동물들이었다. 인지혁명이 일어날 즈음 지구에는 몸무게 45킬로그램이 넘는 대형동물 약 2백 속이 살고 있었다. 농업혁명이 일어날 즈음 이들 중 남은 것은 약 1백 속에 지나지 않았다. 호모 사피엔스는 바퀴, 문자, 금속도구를 발명하기 한참 전부터 지구 대형동물의 절반가량을 멸종으로 몰아갔다.

이런 생태적 재앙은 농업혁명 이후에도 규모만 작아졌을 뿐 수없이 재연되었다. 우리가 조사해 본 섬마다 고고학적 기록은 늘 똑같은 슬픈 이야기를 전한다. 비극은 풍부하고 다양한 대형동물 집단들을 보여주면서 막을 연다. 인간의 흔적은 전혀 없다. 2장에서는 사피엔스가 등장한다. 인간의 뼈, 창촉, 도자기 파편 같은 것이 증거다. 3장이 서둘러 이어진다. 인간 남녀가 무대 중앙을 차지하고 대부분의 대형동물은 좀 더 작은 수많은 동물과 함께 무대에서 사라진다.

아프리카 본토에서 동쪽으로 약 4백 킬로미터 떨어진 큰 섬 마다가스카르가 대표적 사례다. 수백만 년간 고립되어 있던 이 섬에서는 독특한 동물들이 진화했다. 가령 코끼리새는 날지 못하는 새로서 키 3미터, 몸무게 5백 킬로그램으로 세상에서 가장 큰 새였다. 자이언트여우원숭이는 지상에서 가장 큰 영장류였다. 이 코끼리새와 자이언트여우원숭이는 마다가스카르의 다른 대형동물 대부분과 함께 약 1,500년 전 갑자기 사라졌다. 이 섬에 인간이 발을 디딘 것과 정확히 같은 시기였다.

태평양에서 멸종의 물결은 폴리네시아의 농부들이 솔로몬 제도, 피지, 뉴칼레도니아 섬에 정착했던 기원전 1500년경 시작되었다. 이들은 수백 종의 새와 벌레, 달팽이를 비롯한 토종 동물들을 직간접적으로 대량학살했다. 멸종의 물결은 여기서부터 동쪽으로, 남쪽과 북쪽으로, 태평양 중심부를 향해 점차 이동하면서 그 과정에서 사모아와 통가(기원전 1200년), 마르키스 제도(기원후 1년), 이스터 섬, 쿡제도, 하와이(500년), 마지막으로 뉴질랜드(1200년)의 독특한 생물군을 말살해 버렸다.

대서양, 인도양, 북극해, 지중해에 흩뿌려진 수천 개의 섬 거의 모두에서 이와 유사한 생태적 재앙이 발생했다. 고고학자들은 가장 작은 섬들에서도 수없이 많은 세대에 걸쳐 그곳에 살고 있던 새, 곤충, 달팽이들이 인간 농부가 첫발을 들이면서 멸종해 버렸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극히 멀리 떨어진 섬 몇 개만이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주목을 피할 수 있었고, 그런 섬들의 동물군은 제 모습을 고스란히 지켰다. 유명한 사례를 들자면 19세기까지 인간이 살지 않았던 갈라파고스 제도가 있다. 이 섬들의 독특한 동물군 중에는 땅거북이 있는데, 고대의 디프로토돈처럼 인간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수렵채집인의 확산과 함께 벌어졌던 멸종의 제1 물결 다음에는 농부들의 확산과 함께 벌어졌던 멸종의 제2의 물결이 왔고, 이 사실은 오늘날 산업활동이 일으키고 있는 멸종의 제3의 물결에 대한 중요한 관점을 제공한다. 우리 조상들이 자연과 더불어 조화롭게 살았다는 급진적 환경보호운동가의 말은 믿지 마라. 산업혁명 훨씬 이전부터 호모 사피엔스는 모든 생물들을 아울러 가장 많은 동물과 식물을 멸종으로 몰아넣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우리는 생물학의 연대기에서 단연코 가장 치명적인 종이라는 불명예를 갖고 있다. 만일 좀 더 많은 사람이 멸종의 제1의 물결과 제2의 물결에 대해 안다면, 스스로가 책임이 있는 제3의 물결에 대해서 덜 초연한 태도를 보일 것이다. 만일 우리가 이미 얼마나 많은 종을 절멸시켰는지를 안다면, 아직 살아남은 종들을 보호하려는 의욕이 좀 더 생길 것이다.

이것은 특히 바다의 대형동물들에게 유효한 문제다. 바다의 대형동물들은 육지의 대형동물들에 비해 인지혁명과 농업혁명의 피해를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종이 산업공해와 인간의 해양지원 남용 탓에 멸종의 기로에 서 있다. 사태가 현재와 같은 속도로 진행된다면, 고래, 상어, 참치, 돌고래는 디프로토돈, 땅늘보, 매머드의 선례를 따라 망각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세상의 대형동물 중 인간이 초래한 대홍수에서 살아남는 것은 오직 인간 자신과 노아의 방주에서 노예선의 노잡이들로 노동하는 가축들뿐일 것이다.




선사시대 인류는, 고릴라나 반딧불, 해파리보다 딱히 더 두드러질 게 없었던 '별로 중요치 않은 동물'이었으나, '지식의 나무 돌연변이'가 사피엔스의 DNA를 등장시켰고, '아담과 이브가 보낸 어느 날', 무화과를 최대한 먹어치운 게걸스런 유전자로 수렵채집의 전성기를 보내며 가장 파괴적인 힘을 가진 '종'으로 발전했다. 이후 해협을 건너 호주에 정착하는 '대홍수'에 관해 유발 하라리는 "인간이 초래한 대홍수에서 살아남는 것은 오직 인간 자신과 노아의 방주에서 노예선의 노잡이들로 노동하는 가축들뿐일 것이다." 라며 '제1부 인지혁명'을 끝냈다.


※ 이어 시작될 '제2부 농업혁명'도 흥미와 관심으로, 제1부의 필사 속도를 유지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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