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인류의 통합/ 9. 역사의 화살(257~259쪽)
"일명 벽돌책으로 불리는『사피엔스』, 구입한 지 2년 됐으나 쉽게 손에 안 잡혀 숙제로 남아있었다. 올해도 안 읽을 게 뻔하다. 읽어낼 무기가 필요하다. 찾은 것이 '통필사', 손필사가 필사의 정석이다만 자신 없다. 안나카레니나 통필사를 손글씨로 한 적 있는데 쉽지 않았다. 기간에 대한 약속은 없다. 하루 한 페이지든 두 페이지든 써 '완독'을 대신할 거다. -2025.01.10.-
9. 역사의 화살
10. 돈의 향기
11. 제국의 비전
12. 종교의 법칙
13. 성공의 비결
[필사와 단상]
9. 역사의 화살
실질적인 관점으로 볼 때 지구적 통일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제국들이 커지고 무역이 활발해진 지난 몇 세기 동안 진행되었다. 아프로아시아, 미국, 호주, 오세아니아 사람들 사이에 점점 더 견고해지는 유대가 형성되었다. 그래서 멕시코의 고추가 인도 음식에 들어가고 스페인의 소가 아르헨티나에서 풀을 뜯게 되었다. 하지만 이데올로기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보다 더욱 중요한 발전이 기원전 첫 밀레니엄(기원전 1000년~기원전 1년) 동안 이루어졌는데, 바로 보편적 질서라는 개념이 뿌리를 내린 시점이었다. 그 이전 수천 년 동안에도 역사는 이미 지구적 통일의 방향으로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세계 전체를 지배하는 보편적 질서라는 관념은 아직 낯설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사람을 우리와 그들로 나눠서 생각하도록 진화했다. '우리'란 누구든 내 바로 주위에 있는 집단을 말했다. '그들'이란 그 외의 모든 사람이었다. 사실 어떤 사회적 동물도 자신이 속한 종 전체의 이익에 이끌려 행동하지는 않는다. 침팬지 종의 이익에 관심을 갖는 침팬지는 한 마리도 없고, 지구적 달팽이 공동체를 위해 촉수 한 쪽이라도 까딱하는 수고를 들일 달팽이는 없으며, 암과 수컷 사자들 중에 모든 사자의 왕이 되고자 나서는 놈도 없고, 벌집 입구애 "만국의 일벌들이여, 단결하라"는 구호가 붙어 있는 경우도 없다.
하지만 인지혁명을 시발로, 호모 사피엔스는 이 점에서 점점 더 예외가 되어갔다. 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람들과 정기적으로 협력하기 시작했다. 이들을 '형제'나 '친구'라고 상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런 형제애는 보편적이지 않았다. 건너편 골짜기 어딘가, 혹은 저 산 너머 어딘가에는 여전히 '그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최초의 파라오 메네스가 기원전 3000년경 이집트를 통일했을 때 이집트인들이 분명히 알게 된 사실은 이집트에 국격이 있으며 그 너머에는 '야만인'들이 들끓고 있다는 것이었다. 야만인들은 낯설고 위협적이었으며, 오로지 이집트에 필요한 땅이나 천연자원을 이들이 가지고 있을 때만 흥미로운 존재였다. 흥미의 크기는 필요의 크기에 비례했다. 사람들이 창조한 모든 상상의 질서는 인류의 상당한 부분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기원전 첫 밀레니엄 동안, 보편적 질서가 될 잠재력이 있는 후보 세 가지가 출현했다. 세 후보 중 하나를 믿는 사람들은 처음으로 세계 전체와 인류 전체를 하나의 법 체계로 통치되는 하나의 단위로 상상할 수 있었다. 적어도 잠재적으로는 모두가 '우리'였다. '그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최초로 등장한 보편적 질서는 경제적인 것, 즉 화폐 질서였다. 두 번째 보편적 질서는 정치적인 것, 즉 제국의 질서였다. 세 번째 보편적 질서는 종교적인 것, 즉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같은 보편적 종교의 질서였다.
'우리 대 그들'이라는 이분법적 진화적 구분을 처음으로 어찌어찌 초월했고 인류의 잠재적 통일을 내다볼 수 있었던 사람들은 상인, 정복자, 예언자 들이었다. 상인들에게는 세계 전체가 단일시장이었으며 모든 인간은 잠재적 고객이었다. 이들은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경제질서를 세우고 싶어 했다. 정복자들에게는 세계 전체가 단일 제국이었고 모든 인간은 잠재적 신민이었다. 에언자들에게는 온 세계에 진리는 하나뿐이었으며 모든 인간은 잠재적 신자였다. 이들 역시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질서를 세우려고 노력했다.
지난 3천 년간 사람들은 이런 지구적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 점점 더 야심 찬 시도를 했다. 이어지는 세 장에서는 화폐와 제국과 보편종교가 어떻게 퍼져나갔고 어떻게 오늘날의 통합된 세계의 기초를 닦았는가를 이야기할 것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역사상 최대의 정복자, 극도의 관용과 융통성을 지녔으며 사람들을 열렬한 사도로 만들었던 정복자에 대한 것이다.
이 정복자는 바로 돈이다. 같은 신을 믿거나 같은 왕에게 순종하지 않는 사람들도 기꺼이 같은 돈을 사용하려 한다. 오사미 빈 라덴은 미국의 문화, 미국의 종교, 미국의 정치를 그토록 증오했지만 미국 달러는 매우 좋아했다. 돈은 어떻게 신과 왕이 실패한 곳에서 성공할 수 있었을까?
"최초로 등장한 보편적 질서는 경제적인 것, 즉 화폐 질서였다. 두 번째 보편적 질서는 정치적인 것, 즉 제국의 질서였다. 세 번째 보편적 질서는 종교적인 것, 즉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같은 보편적 종교의 질서였다."
화폐의 보편적 질서로 세계 시장이 형성되는 데는 상인이 있었고, 제국의 질서 뒤에는 정복자가 있었고, 초인간적 힘을 매체로 하는 종교의 질서에는 예언자가 있어 이들은 갖자의 영역에서 인류의 통합을 꿈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