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8.

아홉 번째 ©Myeongjae Lee

by MJ Lee

OZ8971, A330-300

15:00, 탑승구 13, 좌석 42A


©Myeongjae Lee


금요일 아침까지만 해도 토요일 제주행 항공권이 넘쳐났는데, 폭설과 강풍으로 인한 무더기 결항으로 금세 항공권이 동났다. 금요일 저녁, 생각보다 일이 빠르게 마무리되어서 일정을 앞당겨 제주에 가려고 앱을 확인했는데, 이미 변경 가능한 표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공항 보안검색대가 유난히 붐볐다. 탑승시간이 얼마 안 남아 죄송하다며 먼저 좀 앞으로 가겠다고 양해를 구하는 사람도 많았다. 흔쾌히 그러시라 하는 사람, 우리도 마찬가지라며 면박을 주고 안 된다는 사람, 그러시라 양보했더니 일행 다섯 명을 우르르 불러들이는 사람, 길게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심심하지는 않았다.


며칠 전 읽은 책에서(혹시 유튜브 콘텐츠였는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난다.), "요즘 아이들이 18세가 될 때까지 스마트 기기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모두 합산하면 '2년'이나 된다."라고 했다. 엄청난 시간이다. 문득, 나는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만 해도 아무 목적도 필요도 의미도 없이 핸드폰을 들여다본 시간을 합하면 모두 얼마나 될까. 게다가 약속이나 회의, 탑승 시간 등등 일찍 가서 여유 있게 기다려야 하는 몹쓸 성격 때문에 수십 년 간 "길에서 낭비한" 시간을 합하면 모두 얼마나 될까. 오늘도 탑승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먼저 나와 핸드폰을 뒤적이며 속절없이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부끄러웠다.


아내가 큰 캐리어를 하나 가져와 달라고 했다. 사람 마음이 참, 빈 가방에 뭐라도 채워가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제주에 있으면 쓸모가 있을 법한, 입을만한 옷 몇 가지와 햇반 5개(내가 생각해도 우습다), 어제 함박마을에서 구입한 '착착' 한 상자를 넣어 왔다. 물론, 애정하는 '메도빅'(꿀케이크)은 손에 들고 탑승했다. 수화물로 보내는 캐리어를 보통은 들고 다니지 않아, 도착해서 깜빡하고 짐을 찾지 않고 나와버릴까 봐 아내에게 착륙시간에 맞추어 예약 카톡을 하나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기체가 강한 바람을 맞아내고 견뎌내면서 거슬러 가는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순간들이 몇 차례 있었다. 그래도 눈으로 하얗게 덮인 지상의 아름다운 풍경이 위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