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17.

열 번째 ©Myeongjae Lee

by MJ Lee

KE1198, A321-neo(A321-200)

12:00, 탑승구 6, 좌석 35A


©Myeongjae Lee


나는 삶을 즐길 줄 알았던 적이 한 번도 없다.

나는 서른 살이다. / p.108


콜로틸로프는 세계적인 학자다. 그런 그가 자신의 학문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애벌레를 정원에서 발견했다. 그리고 그는 애벌레에게 자신의 뛰어난 관심을 전력을 다해 기울였다. 그리고 그는 내게 굉장히 고조된 열광을 보여주었는데 그런 정도의 열광은 서커스에 처음 가본 아이들만이 보여주는 것이었다.

콜로틸로프는 삶을 사랑한다. / p.156


[리옴빠] 유리 올레샤 / 김성일 옮김 / 미행 / 2020(2024 개정증보판 1쇄)



제대로 해내는 건 없었지만 그래도 늘 하고 싶은 게 많았다.

나도 삶을 사랑하고 싶다.


복도 자리를 선호했다. 여전히 선호한다. 특히 장거리 비행 중에는 눈치 안 보고 아무 때나 화장실에 갈 수도 있고, 허리가 아프면 아무 때나 일어설 수도 있어서다. 국내선의 경우도, 제주공항에서 급행버스 탑승에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 되면, 복도냐 창가냐에 따라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30분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비행기록을 남기기로 괜한 마음을 먹는 바람에 온라인 체크인 시간을 앞두고는 마음이 늘 초조해진다. 창가 자리를 확보해야 해서.


김포공항에 도착했는데 목에 통증이 느껴졌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급행버스를 타고 공항에 갈 때도 바로 왼쪽에 창문을 두고 앉아 왔고, 비행기도 바로 왼쪽에 창을 두고 앉아 와서 그런 것 같았다. 다음부터는 비행기 좌석이 왼쪽 창가면 급행버스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밖이 보이는 자리에 앉아야겠다. 아니면 애써 잠을 청하고 창밖을 바라보지 않던가. 밤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밖을 내다볼 일도 없는데, 낮이라 그런지 잠도 안 오고 계속 창밖 풍경으로 시선이 간다.



(승객 1) "제주대학 병원 갑니까?"

(기사아저씨) "잘못 타셨어요. 반대편에서 타셨어야 하는데요."

(승객 1)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 반대편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 거랑, 그냥 이 버스를 타고 가다가 제주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제주대학 병원 가는 버스로 갈아타는 거랑 시간이 비슷할까요?"

(기사아저씨) "일단, 버스카드부터 찍으시고요."

(승객 2) "터미널에서 택시 타도 얼마 안 나오잖아."

(기사아저씨) "아유, 많이 나와요. 한라병원에서 내려서 택시를 타시던가요."

(승객 2) "택시 환승할인 이런 것도 있는데. 터미널에서 택시 타세요."

(기사아저씨) "공항에서 내리셔서, 1층 3번 탑승장에서 도심급행 302번 버스 타고 가세요. 그게 제일 빨라요."


시골버스는 나름 다정하다. 아주머니는 택시를 타기로 하신 건지, 한라병원에서 내렸다. 내릴 때는 오를 때 찍었던 버스카드가 아닌 다른 카드를 찍는 바람에, 다시 오를 때 찍었던 카드와 잘못 찍은 카드를 번갈아 찍으며 몹시 속상해하셨다. 늦지 않게 잘 도착하셨기를.



"아후, 내가 저년을 왜 데꼬 왔는지 모르겠다. 아 짜증 나."


김포공항에 도착해 김밥을 먹고 있는데, 물 뜨러 가던 아주머니 한 분이 씩씩 분을 내며 옆으로 지나갔다. 대한민국의 중2들이 약도 없는 공통의 질병에 노출되는 것에는 예외가 없다는 생각에 잠시 또 위로가 되었다.


©Myeongjae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