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
하이레벨 브릿지를 물들이다

[001_프롤로그] 2014.8.24.~8.25.

by MJ Lee


캐나다 앨버타 주의 주도 에드먼턴을 남북으로 비스듬히 가로지르는 서스캐처원 강 한가운데 하이레벨 브리지(the High Level Bridge)가 우뚝 서 있다. 빅토리아 데이, 추수감사절 주간 등 특별한 날에는, 이 하이레벨 브리지 지붕 위를 아슬아슬하게 다니는 전차(Streetcar)를 타고 강을 건널 수 있다.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지만, 전차를 타 본 친구 말로는 서스캐처원 강 위를 유유히 걸어가는 느낌이란다.


하이레벨 브릿지는 2013년 완공 100주년을 즈음해 전개된 "Light the Bridge" 캠페인 덕분에 에드먼턴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되었다. "Light the Bridge" 캠페인은 하이레벨 브릿지를 온통 LED 전구로 장식하는 일종의 공공 프로젝트였다. 이를 위해 에드먼턴 시 당국은 시민들과 기업들로부터 기부를 받았다. 개인의 경우 25달러를 기부하면 본인의 이름이 새겨진 전구 1개를 가질 수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부금과 함께 갖가지 사연을 보내왔다.


* Tanya Melnyk / Light # 3-4-35 (West Facing)

http://www.lightthebridge.ca/findyourbulb/#3-4-35D17728

* Korea Veterans Association of Edmonton U / Light # 1-1-1 (West Facing)

http://www.lightthebridge.ca/findyourbulb/#1-1-1D6073

* Angela Abouhassan / Light # 2-4-74 (East Facing)

http://www.lightthebridge.ca/findyourbulb/#2-4-74D14450

* Larry Derejko / Light # 3-2-6 (West Facing)

http://www.lightthebridge.ca/findyourbulb/#3-2-6D28490

* Linda Sauve / Light # 2-4-54 (West Facing)

http://www.lightthebridge.ca/findyourbulb/#2-4-54D13704


하이레벨 브리지 건설 노동자로 일했던 우크라이나 출신의 증조할아버지, 가족의 앞날을 위해 폴란드를 떠나 에드먼턴에 와서 치열하게 살다 돌아가신 아버지, 독일에서 이주해 올 때 기차를 타고 하이레벨 브릿지를 건넌 부모님, 영국에서 홀로 와서 할머니의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하이레벨 브리지 건설 현장에서 땀을 흘렸던 할아버지, 하이레벨 브리지 근처에 살았던 고조할아버지, 중국을 떠나 에드먼턴에 와서 97번가에 카페를 차렸던 할아버지, 그리고 한국전쟁에 참전한 전우들의 이야기까지. 하이레벨 브릿지는 한 편의 영화보다 더 감동적인, 거대한 박물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은, 살아있는 타임캡슐이 되었다.


1년 만에 6만 개의 전구가 하이레벨 브릿지에 설치되었고, 2014년 7월 1일 캐나다 데이에, 처음으로, 6만 개의 전구가 일제히 불을 뿜어냈다. 프로젝트는 종료되었지만, 지금도 "Light the Bridge" 홈페이지 http://www.lightthebridge.ca에서 기부자의 이름을 검색하면 전구의 정확한 위치와 함께 그들의 사연을 확인할 수 있다.


©Myeongjae Lee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노랑, 파랑)에 맞게 불을 밝힌 하이레벨 브리지


2014년 8월 25일.

수많은 이민자들의 애환과 사랑, 그리움으로 가득 채워진 6만 개 전구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파란색, 노란색 빛으로 하이레벨 브릿지를 수놓았다. 두 색깔의 불빛은 777미터 길이의 하이레벨 브릿지를 힘차게 달렸다가 사라지고, 깜빡거리는 듯싶다가 또 기묘하게 섞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다름 아닌, 에드먼턴에서 8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우크라이나의 스물세 번째 독립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한 LED의 향연이었다.


원래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은 8월 24일이다. 에드먼턴 시 홈페이지에도 24일로 안내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당일 하이레벨 브릿지에는 파란색 조명만 반짝였다. 다리 밑에서 사진을 찍으며 좀 이상하다 싶었지만, 철골 구조물 안쪽의 누런색 가로등 불빛이 그 노란색이려니 생각했다. 역시나 조명 시스템에 결함이 있었다는 글이 페이스북에 올라왔고, 다음 날인 25일 밤에 제대로 된 화려하고 현란한 불꽃 쇼가 펼쳐졌다. 웬만하면 그냥 넘어갔을 법도 한데, 이곳 에드먼턴에서 우크라이나 디아스포라 공동체의 남다른 의지와 자존심, 영향력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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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eongjae Lee


우리에게는 생소하기만 한 앨버타, 에드먼턴, 그리고 그곳에서 8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우크라이나에서 온 이민자들.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관심 밖의 주제어일 수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흥미로울 수 있는, 누군가에게는 감동이 될 수 있는, 또 누군가에게는 도전이 될 수 있는 숨겨진 이야기, 캐나다 앨버타 주의 에드먼턴에서 펼쳐지는 우크라이나 이민자, 디아스포라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참고자료]

http://www.edmonton.ca/attractions_events/schedule_festivals_events/light-the-bridge.aspx

http://en.wikipedia.org/wiki/High_Level_Bridge_(Edmonton)

http://en.wikipedia.org/wiki/High_Level_Bridge_Streetcar

http://www.lightthebridge.ca/findyourbulb



......

벌써 몇 번째 매거진인데, 시작만 하고 끝을 보지 못하고 있다.

흐름을 놓쳤다.


하루의 최소 삼분의 일 이상은 회사에 매여 있는 몸이다 보니, 닥친 일들을 처리하느라 며칠 혹은 몇 주 간 생각과 글을 끊고 나면 늘 그 흐름을 잃었다. 2020년에도 5월 말부터 8월 말까지, 그리고 10월 초부터 해를 넘겨 다음 주나 되어야 끝을 볼 수 있는 골치 아픈 일 때문에 퇴근을 하고 집에 와서도 차분히 컴퓨터 앞에 앉기가 어려웠다. 올해는 나의 업무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전혀 모르겠지만, 새로운 주제로 2021년의 브런치를 시작해보기로 했다. 나름의 새해 결심이라고나 할까.


캐나다 에드먼턴의 우크라이나 디아스포라 공동체.

브런치 세계에서 이런 주제에 관심이 있을 거라 생각되는 사람은 도무지 없어 보이지만, 어찌 생각해보면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나밖에 없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기로 한다. 언제 다시 멈추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