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1 - Day 30 / by 메모리플랜트
Day 21. 시도해보지 못해 아쉽거나 후회되는 일이 있나요?
책 쓰기.
세 가지 주제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18년째 완결하지 못하고 있는 글쓰기도 있고, 7년째, 3년째 지지부진 방황하고 있는 글모음도 있습니다.
연초 인사이동과 새로운 업무, 학업 등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올해는 목차 하나 분량의 글도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시작도 안 해보고 ”어차피 올해 끝내지도 못할텐데”라는 생각에 기선제압을 당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당신이 당신을 기억하는 법2”가 저에게 좋은 계기, 동기부여, 워밍업이 되는 것 같아 고맙습니다.
Day 22. 인상 깊은 꿈의 기억이 있나요?
꿈을 자주 꾸는 편이 아닌데다, 어떤 꿈을 꾸었는지 기억을 잘 못합니다. 아내는 총천연색으로 꿈을 꾼다고 하는데, 기억해보려 애를 써도 제가 꿈을 컬러로 꾸는지 흑백으로 꾸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가장 인상 깊고 기억에 생생한 꿈은 첫 아이 태몽입니다. 아빠도 태몽을 꿀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한지 20년이 넘었는데, 지금까지도 일년에 한 두번은, 스트레스 상황에 몰리면, “시험범위를 끝까지 공부하지 못한 채 수학&물리 시험장에 들어가는 꿈”을 꿉니다.
Day 23.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을 소개해주세요.
“그러나 평범하다고 해서 무난하거나 무능해선 안 되고, 쉽게 잊혀서도 안 되죠.”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 중에서.
올 한 해 가장 여운이 남는 문장입니다.
비록, ‘평범하면서도 비범해야 한다’며 드라마 속 여왕에게 하는 조언과 맥락을 앞뒤로 자른 문장이지만, 평범한 나와 평범하기 그지없는 나의 일상에 무언가 잔잔한 자극이 되는 문구였습니다.
Day 24.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한 순간은 언제였나요?
결혼을 앞두고 여기저기 부동산을 찾아 다니며 어느 동네가 좋을지 어느 집이 좋을지 직접 알아보고, 결정하고, 제 이름이 들어간 전세계약서를 썼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마땅히 짊어져야 할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사람, 상식적이고 균형잡힌 행동과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 누군가의 성장을 기꺼이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어른이 아닐까 싶습니다.
Day 25. 기억에 남는 선물이 있나요?
“아버지의 마지막 선물”로 기억하고 있는 은색 cross 볼펜입니다. 94년 말 즈음이었던 것 같은데, 어떤 계기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졸업선물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유품을 정리하다가 금색의 같은 볼펜을 발견했습니다. 전부터 사용하시던 것인지, 당신 것으로 하나 아들 것으로 하나, 함께 구입하신 것인지 알 길은 없습니다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셨을 것 같습니다.
잃어버릴까봐 언젠가부터 케이스 안에만 고이 모셔놓았는데, 이왕 꺼낸 김에 다시 써봐야겠습니다.
Day 26. 내가 보낸 크리스마스의 모습을 나눠주세요.
큰 아이가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하루라도 안 보고는 죽고 못사는, 서로 ‘언니’라 칭하는” 같은 반 절친들과 놀아야겠다고 했습니다. 회사 주차장에 텐트를 펼쳐주고, 엽기떡볶이도 배달시켜주고, 각종 음료수를 제공해가며 유흥에 적극 협조했습니다.
한 두 해 더 지나면, 노는데 부모의 도움이 전혀 필요없어질텐데, 막상 그 순간을 마주하게 되면 약간은 섭섭할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한파와 폭설 예보가 있는 성탄절 오후 서귀포의 하늘은 맑고 또 선명했습니다.
Day 27. 삶 가운데 나는 지금 어느 시점에 서있나요?
반 조금 덜 남은 경유지를 향해 천천히 나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15년 넘게 직장생활 하는 동안 이직도 고민하고, 유학도 생각하고, 이민도 고려해보고, 휴직도 하고, 느지막이 방황을 많이 했습니다. 이제는 원래 자리에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듯합니다. 지금까지 해왔던대로 무난하게, 큰 오점없이 남은 직장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퇴직을 경유지 삼아 새로운 항해를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경유지에서 너무 긴 시간 정박하지 않도록 몸도 마음도 계획도 잘 준비해야겠습니다.
Day 28. 나의 2021년을 표현하는 단어는 무엇인가요?
TF, 수염, 어깨통증, 신규사업, 과제, 자가격리, 세대차이, 수익률, 인사발령, 넷플릭스, 수료, Skycamp, 맞벌이, 학부모, 점심, 원격수업, 배달음식, 장학사업, 꼰대, 책방, PCR검사, 외부강의, 재택근무, 불효, 도수치료, 뱅쇼, 세금, 암보험, 산책, Zoom, 필라테스, 예방접종, 공항.
안팎으로 주어진 ‘역할’이 다채로운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버리고 낭비한 시간도 적지 않고, 가시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나름 열심히 산 것 같습니다.
Day 29. 올 한 해 내가 겪은 희노애락은 무엇인가요?
하루종일 틈틈이 생각해보았는데, 당장 기억에 떠올려질만큼 특별한 기쁨이나 분노, 슬픔이나 즐거움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매우 감사한 일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너무 무미건조하게, 그리고 내 안위를 위해서만 산 것은 아닌가 스스로에게 서운한 감정도 느낍니다.
언뜻 스친 사건은, 올해 MZ세대 일부 직원들의 방식에 약간의 불편함을 경험하면서, 나도 더이상 젊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고, 곱게 늙기 위해 마음과 생각, 건강을 더 살뜰히 보살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Day 30. 5년 후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직장에서 관리자 자리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것 말고는 지금과 특별히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 때까지 학위논문도 마치고, 책도 2권 정도 내고, 한 달에 한 번쯤은 외부강의 등 대외활동도 하는, 나름의 부캐를 갖고 있는 회사원이면 좋겠습니다. 직장 동료나 후배에게 “밥 먹자!” 했을 때 싫지 않은 사람, 뭐 하나라도 배울 게 있는 사람이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은퇴 시기를 앞당겨 마음 넉넉한 책방지기로 살고 있다면, 사실,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