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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tina May 08. 2020

#3 라인베르거 저녁의 노래

<Abendlied> Josef Gabriel Rheinberger

Josef Gabriel Rheinberger (1839-1901) Abendlied Op. 69, Nr. 3

Robert Zünd, <엠마오로 가는 길>, 1877, 119 x 158 cm, Kunstmuseum St. Gallen


모든것을 믿고 따랐던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고

희망을 잃고 절망에 빠진 제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 길에 부활한 예수님을 만난다.

수난을 당하고, 그 험난한 길을 걷는 동안 예수님 곁을 지키지 못한 죄스러움과 무력함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이고 수많은 기적을 체험하고도, 부활하리라는 그 말을 믿지 못한 송구함,

그 모든 이야기를 뒤로 한채 건네는

이 저녁 우리와 함께 머물러 달라는 그 청은 슬프도록 아름답다.


해가 지듯 사그라드는 선율에 절망이 저물고 희망이 떠오른다.

https://www.youtube.com/watch?v=dqzRWGhgGuI


Bleib bei uns, denn es will Abend werden,
und der Tag hat sich geneiget.
Lk 24,29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루카 24,29

폭풍 같았던 시간이 지나갔다.

희망을 이야기 하고, 기적을 행하고, 마음을 뜨겁게 했던 이...

기다리던 메시아이며, 영광의 왕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이는 수난을 당하고 십자가에 못박혀 허망하게 곁을 떠났다.


절망하고 낙심한 채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여정에 한 나그네가 다가와 가만히 발걸음을 맞춘다.

제자들의 눈이 열리고, 그들의 시선에는 부활한 예수님이 머문다.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루카 24,29


고요히 시작한 청원은 예수님과 함께했던 극적인 시간을 추억하 듯 목소리를 더해간다.

그리고 해가 지고, 선율은 지평선을 넘어 저 아래로 아련히 저문다...


이 밤이 지나고 다가올 내일에는 또다른 작별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부활한 예수님을 체험한 그 마음속에는

언젠가 그 날처럼 다시금 희망이 불타오르고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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