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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어디 가세요

닭갈비♡



닭갈비


닭다리살 정육 2kg 사서

반은 손질하여 보관하고

반만 닭갈비 만들었다.


껍질 모두 제거하고

양념장으로 버무린 후

센 불에 지지직 볶다가

양배추, 대파, 떡볶이 떡, 깻잎 듬뿍 넣고

뒤적인다.


(양념장은 고추장, 고춧가루,

올리고당, 다진 마늘 듬뿍, 생강가루,

맛술 넣고 미리 섞어둔다.)

떡볶이 떡이 들어갔으니

밥은 생략.


Tip. 닭갈비를 할 때는 닭다리살 정육을

사용하는 게 보드랍고 맛있다.


어린 시절

내가 살던 동네의 시장통에

'닭집' 이 있었다.


엄마는 시장에 가실 때마다

따라가겠다고 조르는 나를

데리고 가셨다.


내가 필사적으로 따라가려던 이유는

시장 입구 도넛 가게 때문이었다.

커다란 가마솥에서

바로 튀겨 설탕에 싹 굴려주는

꽈배기를 잊을 수가 없다.


그런데 가끔씩

엄마가 나를 데리고 가지 않을 때가 있었다.

어느 날 굳이 나를 떼어놓고 가시는

엄마를 몰래 쫓아갔다.


엄마의 걸음이 멈춘 곳은 바로 닭집.


몰래 숨어서 엄마가 무얼 사는지

지켜보는데...


그날 아홉 살 인생에 가장 끔찍한 광경을

목격한 것이다.


주인아저씨 손에는

깃털이 하얗고 벼슬이 빨간 닭이

쥐어져 있었고

그 녀석은 곧바로 가게 구석에 있는

탈수기(?) 비슷한 곳에 던져지더니

금세 털이 쏙 빠져나오는 것이다.


난 너무 놀라 앙앙 울다가

그만 바지에 실수를 하고 말았다.


엄마는 그날 밤 밤새도록

나를 달래시면서

네가 좋아하는 닭튀김을 만들려면

닭의 털을 제거해야 하고

그러자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그게 '닭의 운명'이라고

말씀하셨다.


끔찍한 광경을 내게 안 보여 주시려고

닭튀김하시는 날엔

나를 시장에 데리고 가지 않으신 거다.


트라우마는 어른이 되어서도

사라지지 않았는데

몇 년 전에 춘천에 갔다가 닭갈비 맛을 본 후

우습게도 극복이 되었다.


맛있는 음식은

트라우마도 극복하게 하나보다.


오늘도 굿모닝^^


https://youtu.be/oBB1SIg2M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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