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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감사했습니다

평생에 단 한 번의 귀한 만남

https://youtu.be/ZiqSK0 MSTyE


국화꽃 져버린 겨울 뜨락에

창 열면 하얗게 무서리 내리고

나래 푸른 기러기는

북녘을 날아간다

아~ 이제는 한적한 빈 들에 서보라

고향길 눈 속에선 꽃등불이 타겠네

고향길 눈 속에선 꽃등불이 타겠네


며칠 전에

이수인 선생님의 별세 소식을 접했다.


<고향의 노래>를 들으면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 눈시울이

붉어진다.


엄마는 나를 데리고

방송국 아역 배우 시험과 각종 어린이 동요대회에 데리고 다니시는 게 큰 낙이셨다.

동생들과는 달리 나는 엄마 말씀을 참 잘 듣는 아이여서 가자는 대로 이유도 모르고

따라다녔다.


방송국에 가면 머리도 예쁘게

고대기로 말아주고, 눈코입

또렷하게 화장도 해주고

그런 게 신기하고 재밌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인가  kbs 어린이 동요 예선대회가 있던 날,

하얀 스타킹에 네이비색 주름치마를 입고

방송국에 갔다.

그런데 5, 6학년 언니들이 노래를 너무 잘하는 거다.


나는 기겁하고 집에 가겠다고

드러누워 떼쓰며 울다가  옷에 실수를 해버렸다.

그때  어떤 아저씨가 오더니

"니 목청이 대단하구나. 아저씨가 넌 무조건 100점 줄 테니 무조건 올라가서 불러봐라."

하시면서 직원을 시켜 분장실에 있는

치마를 가져와서 갈아입게 하셨다.


용기 내서 올라가서

"앞으로 앞으로... 지구는 둥그니까..."를 열심히 불렀고

그 결과 예선을 통과했다.

훗날 알게 된 사실인데

그때 그 어깨 구부정하던

아저씨가 이수인 선생님이셨다.


중고등학교 때는 교내 합창대회 때마다 고향의 노래를 부르는 반이 꼭 있었다.


국화꽃 져버린...

이 가사만 들어도

아주 옛날 내게 극성이셨던

엄마 생각이 나서 울컥하고

어린 나에게 큰 용기를 주신

이수인 선생님이 생각나서

한 번 맘이 일렁인다.


선생님은 엄격하고 날카로우셨지만

진심을 다해 노래하는 사람에겐

투박하지만 미소를 보여주셨다.


일생에 딱 한번 만났던 분이지만  그분은

내가 어른이 되어서도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게

용기를 주신 분이다


오늘 어느 작가님이 이수인 선생님과의

추억을 쓰셨는데 읽으면서 나 역시

어릴 때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선생님이

생각나서 본다.


감사한 마음으로 고향의 노래를 가만히 불러본다.


부디 편히 쉬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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